“선생님이 돼가지고 그 것도 못 잡아요”


숲속학교 하는 날 아이들과 팔용산으로 향했다. 친구 손잡고 걸어가는 아이들, 노래 부르며 가는 아이들, 무언가를 발견해 멈추고 집중하는 아이들, 저마다 하고 싶은 데로 오르기에 도착 장소까지 한참이나 걸린다. 


가방을 내려놓는 곳에 도착하면 잠깐의 자유시간을 준다. 어제 묻어둔 보물이 무사히 있는지, 어제 봤던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었는지 아이들마다 숲을 탐색하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이 날도 어김없이 자유시간을 가지고 아이들과 무엇을 할지 의논해 수원지 저 멀리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다.


수원지 앞 계단에서 가위, 바위, 보로 계단 오르기도 하며 신나게 올라갔다. 넓은 수원지 둘레로 등산로가 있는데 구경하며 걸을 수가 있다. 약간은 위험해 보이지만 그런 만큼 아이들은 더욱 조심한다. 친구가 위험한 곳에 가면 “거기로 가면 안돼! 이리와” 라며 친구를 챙기는 멋진 모습도 보인다.

 

팔용산에는 용이 여덟 마리 살았는데 아마 저수지에 살았을 거라는 둥 선생님은 봤다면서 아이들과 이야기하며 재미나게 가고 있었는데, 저수지 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 나타나 아이들과 가까이 내려갔다. 그런데 깜짝 놀랄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현이가 선생님 “뱀이예요” 하는 것이었다. ‘뜨악’ 나는 속으로 얼마나 놀랬던지 순간 얼음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뱀이 무섭다는 걸 두려웠던 경험을 해보지 않은 아이들은 친구들을 부르며 뱀 있다고 빨리 오라고 신이 나서 친구를 부르고 구경을 했다.


뱀은 주황색이었는데 입에 개구리를 물고 있었다. 어렸을 적 큰집 시골에서 뱀을 많이 봤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나도 그맘때는 무서워하지 않았었다. 아무튼 뱀은 우리가 시끄러웠는지 바위 위로 올라가서는 물 위로 S자를 그리며 저 건너편으로 사라졌다.


아이들과 뱀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는데 아이들은 다음에 또 만나자며 잘가 라고 인사도하고 아쉬워했다. 동물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뱀인데 산에 뱀이 정말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소중한 경험을 한 것이다.


나는 왜 새우가 무서울까?

그렇게 뱀과 만나고 조금 더 걸어가다 시간이 많이 흘려 발길을 돌렸다. 길을 돌아 내려가는데 이번에는 계곡과 저수지 물이 만나는 부분이 나타났다. 아이들 저마다 물이 밑에(물놀이 하는 곳)보다 더 차갑다며 물에 손 담그고 노는데 정혁이가 그 물속에 있는 작은 새우를 발견했다. 투명한 새우는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발견할 수 있는데 아이들이 잡아서 보자고 나를 보챘다.


두 손을 걷고 새우를 잡으려는데 이런... 왜 나는 새우가 무서운 것일까?ㅠㅠ 새우는 다가가면 톡톡 튀면서 내 손바닥을 찔렀다. 선생님 체면에 무서워할 수가 없기에 새우가 물고기보다 빠르다며 핑계대고 있는데 한 아이가 “선생님이 돼가지고 그 것도 못 잡아요”하며 비수를 꽂는 것이었다.


“아니다~선생님 잡을 수 있다. 기다려봐”하며 신발, 양발 다 벗고 박세리처럼 물 속에 들어갔다. 한~참을 헤맨 끝에 물병을 이용해 새우를 잡았는데 어찌나 뿌듯하던지 금메달 딴 기분이었다. 겨우 선생님 체면 세우고 내려왔다.


아이들은 돌아가며 물병을 들고 어린동생들에게 새우라면서 자랑하고, 보여주고, 뱀과 만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는 생명이라며 계곡물에 다시 살려주었다. 아이들은 말을 하지 않아도 안다.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을 말이다.


호기심에 이리보고 저리 보다가 죽어버리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생명을 함부로 죽이면 안된다는 것을 조금씩 배워간다. 이날 경험은 아이들 마음속에 소중한 추억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 내마음속 추억처럼... <바다반>


Posted by 골목대장허은미
 


에너지가 넘치는 씨앗반 친구들은 점심시간 후 5~6명 정도 빼고는 다들 청년관(체육관)에 가서 논다. 그런데 최근 아이들이 갑자기 교실에서 놀기 시작했다. 이유인즉 ◯◯가 어디서 배웠는지는 몰라도 책상을 뒤집어 기차놀이를 하는 것이었다. 6개의 책상을 뒤집어 역할을 분담한다.


기차를 운전하는 사람, 표를 받는 사람, 기차 안에 미리 타고 있는 사람, 기차에서 내리는 사람, 기차에 타는 사람으로 역할이 구분된다. 책상으로도 이렇게 놀 수 있다니 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이라 생각했다. 속으로 ‘재미있게 노는데’ 나도 같이 하자고 말할까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유난히 아이들이 밥을 안 먹고 노는 것이었다. 기차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부러워하며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밥 먹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왔다 갔다 하고 있는데 “선생님 ◯◯가 책상 구멍에 색연필 넣고 있어요.” 한다.


“맞나!! 넣지 말라고 해라~~” “계속 넣~어요.”

“그러면 빼라고 해라.”(나는 조립식 책상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아이들은 모르잖아!! 이 말은 들은 ◯◯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 배차를 마치고 청소하러


 

교실에 가서, 여느 날처럼 쓸고 닦고, 이곳저곳 정리했다. 그런데 색연필 통에 색연필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어찌된 일인지 자투리 색연필도 보이지 않았다.


‘어~ 어디 갔지, 방과 후 얘들이 쓰고 제자리에 안 갔다 놨나? 쓰고 나면 제자리에 갔다~ 놓지!! 사람 귀찮게~쉬리’ 초록반으로 가려고 하는데 순간 “선생님 ◯◯가 책상 구멍에 색연필 넣고 있어요.”라는 말이 떠올랐다.


‘에~ 이 설마 그 많은 색연필을 어떻게~~??’ 책상을 뒤집었다. 이 묵직하고 둔탁한 소리, 느낌이 좋지 않다. 조립식 책상 다리를 빼는 순간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색연필들이 키를 자랑하며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째 이런 일이!! 책상 다리 구멍은 색연필이 들어가기에 알맞은 크기였다. 간간히 크레파스도 나왔다. 진정 책상 다리를 다 풀어야 하나! 직사각형 책상이 3개 반달 책상이 3개 다리합계는 총 24개였다. 그날 24개의 책상 다리를 열고 닫고 했다.


다음 날 알게 된 사실이지만 ◯◯ 혼자 한 것은 아니었다. ☆☆도 하고 ☀☀하고 ☉☉하고 같이 한 친구들이 있었다. 다음에는 책상 다리 구멍에 넣지 말고 색연필 통에 넣자고 이야기 했다. 물론 잘 되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색연필 습격사건은 끝났다.^^ <씨앗반>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여름내 숲속학교를 다니며 물놀이로 더위도 식히고 흙놀이에 빠져 맘껏 놀아보기도 하고 마음 맞는 친구와 짝을 이뤄 신명나게 놀아보기도 했다. 그렇게 줄기반 친구들은 유난히도 더웠던 올해 여름을 잘 이겨냈던 것 같다.


개학을 하고나서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숲속학교를 갔던 어느 날이었다. 팔용산 수원지 입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려는데 저 만치 앞쪽에 줄지어 산을 오르고 있는 낯선 친구들이 보였다.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유치원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차를 보고서야 아까 그 친구들이 ○○유치원 아이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YMCA친구들은 숲속학교를 진행하는 동안 먼저 도착하는 반 순서대로 자연스레 산을 오른다. 그날따라 줄기반이 팔용산 수원지 입구에 제일먼저 도착하게 되어 맨 먼저 산을 올라가게 되었다. 얼마 안가서 우리는 아까 그 ○○유치원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방을 매고 앞사람 어깨에 손을 올려 선생님이 하는 구령 소리에 맞춰 “하나 둘, 하나 둘”. 그렇게 한줄 기차로 서서 산을 오르는 친구들을 보고 우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에 놀라기도 했지만 힘들어 보기기도 했다.


‘저렇게 올라가면 아이들이 쉽게 지칠 텐데’, ‘저렇게 가다가 한명이 넘어지면 다 같이 넘어지는데’, ‘아이들이 주변을 관찰 할 수 없을 텐데....’ 등등 여러 생각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한줄 기차를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보이지 않는 곳에는 가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주변의 여러 가지 곤충과 식물들을 봐도 좋지만 선생님한테서 멀어지면 얼른 따라오라고 한다. 그렇게 하면 아이들은 대부분 선생님의 시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선생님과 멀어졌다 싶을 때 “○○야~”라고 부르면 얼른 따라온다.


 그날도 줄기반 친구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산을 올랐다. 그랬더니 자연스레 먼저 산을 올랐던 ○○유치원보다 빨리 산을 오르게 되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는 자신이 점심을 먹을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약간의 휴식과 자유놀이를 즐기는데 뒤따라 ○○유치원 친구들도 도착하였다.


○○유치원 선생님은 여기 저기 주변을 둘러보시더니 적당한 자리에 돗자리를 폈다. 그리고 아이들 가방을 일렬로 정렬시키고 일제히 계곡으로 내려갔다. 보아하니 물놀이를 하고 다슬기와 물고기 잡기를 하기위해 온 듯하였다.


잠시 후 YMCA친구들도 모두 도착하였고 우리는 반별로 여러 가지 숲속놀이를 즐겼다. 이날 줄기반은 나뭇잎을 관찰하고 스크래치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그래서 나뭇잎을 찾아 정자에 모여 앉았다.


그렇게 줄기반 친구들과 나뭇잎 스크래치를 하고 있는데 ○○유치원 친구들이 물놀이를 끝내고 올라왔다. 사실 나는 아까부터 다른 ○○유치원 친구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나 궁금하여 계속해서 힐끗힐끗 쳐다보며 관찰을 하였다.


서로 등 돌리고 앉은 아이들, 조용하기는 했지만...

아이들은 돗자리에 앉아 간식을 먹는데, 돗자리 안쪽이 아닌 바깥쪽을 향해 빙둘러 앉았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앉는 것이 아니라 모두 등을 가운데로 모으고 앉은 것이다.


그리고 일제히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먹는 것이었다. ‘아~ 간식을 먹나 보다.’ 하고 지켜보았는데 가방에서 꺼낸 간식은 모두 공장과자였다. ‘앗뿔사!! 저런.... 우리아이들이 저걸 보면 먹고 싶어 할 텐데.... 그러면 안 되는데... 어쩌지?’


또다시 머릿속에서는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눈은 계속해서 그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유치원 친구들은 간식을 먹을 때 한명도 돌아  다니거나 일어서는 아이 없이 가만히 앉아서 먹는 것이었다.


더 신기했던 것은 옆에 친구 것을 뺏어 먹어서 싸우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더군다나 자기 것을 옆에 친구와 나누어 먹는 일 또한 없었다. 오로지 자기가 싸온 자기 간식만 먹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참으로 신기했다.


그렇게 힐끗힐끗 지켜보던 차에 내가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스크래치를 먼저 끝낸 ☆☆이가 그 옆을 지나다가 공장과자를 보고 만 것이다. ☆☆이는 그 앞에 멈춰 서서 ○○유치원 친구들을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유치원 선생님은 ☆☆이가 공장과자를 먹고 싶어서 그렇게 있는 줄 알고 ☆☆에게 공장과자를 조금 내밀며 먹으라고 하였다. 순간 ㅁㅁ이가 어떻게 할지 걱정 반 호기심 반이었다. ㅁㅁ이는 조금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한손으로 확 입을 가리며 다른 한 손으로 안 먹는 다며 손을 흔들고 뛰어가 버렸다. ☆☆이가 어찌나 기특하던지.


만약 그때 ☆☆이가 공장과자를 받아먹었으면 그걸 본 다른 친구들이 ☆☆이가 공장과자 먹었다며 나에게 일러 주러 왔을 것이고, 그때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을 맞지 않게 해준 ☆☆이에게 너무나도 고마웠다. 그리고 그 옆을 지나가며 작게나마 “공장과자 안돼요~ 절대 안돼요~ 먹으면 우리 몸과 마음이 아파요~~~” 노래 부르며 지나가는 우리 YMCA친구들이 너무나도 멋져 보이는 하루였다. <줄기반>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처음 아이들을 만나면 교사로서 점심시간이 제일 곤혹스럽다. 우리 점심밥상은 산, 들, 바다에서 나는 유기농 야채위주의 반찬들로 이뤄져있다. 집에서 야채들을 잘 먹어보지 않은 아이들은 그런 반찬들에 익숙해질 때까지 점심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곤 한다.

 

아이들에게 왜 야채가 몸에 좋은지, 편식하지 않도록 그리고 먹어보지 않은 야채를 먹는 경험을 해주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먹는 방식들이 생기는 것 같다.


몇 일전 점심시간에 재미난 일이 있었다.


아이들은 밥 먹을 때 한 명이 물을 먹기 시작하면 너도 나도 물을 먹는다. 밥 먹는 중에 물을 너무 많이 마신다 싶어 이야기 나누기 시간에 ‘밥 먹을 때 물을 많이 마시면 안 좋은 점’을 이야기해 주었다. 가급적이면 밥 다 먹고 물을 마시도록 약속을 하였다. 하지만 매운 김치라도 먹으면 아이들의 그런 약속은 온데 간데 없어져 버린다.


그 날도 지현이랑 수민이가 밥 먹으면서 물을 계속해서 마시러 들락거렸다.


“매우면 국물을 마셔볼래?”
"그래도 매워요"
“조금만 참고 밥을 한번 먹어봐봐. 정말 참기 힘들면 물을 조금 마시구”

 

그때 아이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음, 있잖아. 우리 이렇게 할래? 안맵다. 안맵다. 안맵다....”
“알겠다. 안맵다. 안맵다. 안맵다.....”
“진짜 그렇게 하니까 안맵다”
“맞제... 나도 안맵다”



 

나는 아이들이 너무 대견하기도 하고 재밌어서 밥 먹다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줬더니, 일제히 밥 먹다가 서로 마주앉아 웃으며 손을 꼽는다.


“안맵다. 안맵다. 안맵다......”
“진짜. 안맵다. 하하하.....”
“선생님! 선생님도요 더 매운거 먹으면 안맵다 열 번 하세요. 그럼 안매워요”
“그래. 나도 매운거 먹으면 그렇게 할께. ” 

다음 날은 점심반찬으로 두부된장국이 나왔다. 젓가락이 있는 아이 중 한명이 갑자기 두부를 젓가락에 차례차례로 꽂더니,

“이봐봐.. 꼬치구이다.”
(다른 아이들도) “나도 꼬치구이다.”
“선생님! 나는 젓가락이 없어서 안돼요.”
“두부 없어요. 더 주세요!”

그날 교실은 순식간에 재미난 놀이 밥상으로 바뀌어 버렸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모르는 자기들의 방식으로 아주 단순한 것도 그렇게 재미난 놀이로 바꾸는 놀라운 재주를 가진 것 같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유캔도 신발 ‘반짝이’ = 미니카 10개

"색종이로 미니카 접어보셨나요? 접어 본 적이 없으면 말을 하지 말어"

아침 인사 하면서 아이들 신발 갈아 신는 것을 보고 있었다. ◯◯가 신발을 벗지도 않고 바닥을 ‘탁탁’ 치는 것이었다.

“어~ ◯◯ 신발 샀네.”
“네~~ 불도 들어와요. 땠다 붙였다 할 수 있어요.”
“우~와 멋지다.”

◯◯는 새 신발을 샀다고 자랑을 했다. 유캔도 신발 신고 싶어 한다고 할머님한테 들은 적이 있었다.

전에 신던 신발도 불이 들어오긴 하지만 땠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신발은 아니었다. 그래도 불빛이 나니까 신고는 다녔지만 ◯◯가 만족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드디어 유캔도 신발을 신게 되었다. ◯◯는 새 신발이 좋아 틈만나면 신발을 보러 갔었다.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교실 청소를 하는데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예, ◯◯ 할머님 안녕하세요. ”
“예 선생님 오늘 ◯◯가 새 신발을 신고 갔는데, 그 불 들어오는 게 없다고 지금 난리네요.”
“아~ 그래요. 안 그래도 오늘 신발 샀다고 자랑했는데...... ”
“선생님이 낼 찾아준다고 얘기 좀 해 주~이~소.”
“아~예 할머님 ◯◯ 좀 바꿔주시겠어요.”
“◯◯야 씨앗반 선생님이다.”
“(힘없는 목소리로)네”
“◯◯야 선생님이 한 번 찾아 보께. ”

“(여전히 힘없는 목소리로)없으면”(◯◯ 말처럼 솔직히 잃어버리면 찾기 힘들다. 누가 들고 갔는지도 모르고, 언제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고, 설령 찾았다 하더라도 고장 나 있거나 건전지 약이 닳아서 안 될 때가 많다.)


그 때 불현 듯 내 머리를 스치는 단어가 있었다. ‘미니카’

“그러면 ◯◯야 선생님이 미니카 열 개 접어줄게. ^^ 할머니한테 eP 쓰지 말자. 알았제~”
“네”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미니카를 접었다. ‘아 다섯 개 접어준다고 할 걸 열개 너무 많다~~T.T' 1단계 2단계, 3단계 색깔별로 10개를 만들었다.
다음 날 아침 ◯◯가 나를 보자마자

“선생님 미니카 주세요.”
“(약간 당황하면서) 어~ 그래 여기 있다. 다른 친구들한테는 비밀이다.”(행여 아이들이 알면 미니카 접어 달라고 할까봐 비밀로 하자고 이야기 했다.)

오전에는 비밀이었지만 오후에는 아이들이 미니카 접어 달라고 난리였다. 정말 비밀로 하고 싶었는데...... 자연스럽게 또 미니카를 접었다. 아마 나보다 미니카 많이 접어 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열다섯 명 기준으로 열흘만 접어도 150개를 접는데, 몇 달 째 미니카를 접고 있는지 모르겠다.

중요한 건 한사람 앞에 하루에 2개씩 접어 줄 때도 있었다는 것. ^^; 색종이는 기본이고 학 종이, A4용지, 스케치북, 신문지 등 종이만 있으면 미니카 접어 달라고 한다. 푸하하하하 처음에는 배울 생각이 없었는데, 일곱 살 아이들이 접는 걸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어 보였다. 그래서 아이들한테서 배웠는데 이렇게 많이 미니카를 접게 될 줄은 몰랐다.

내가 배운 미니카 접는 방법은 1단계, 2단계, 3단계가 있다. 아이들이 미니카 접어 달라고 할 때 결정을 못해서 다시 접을 때가 많아 우리끼리 통하는 새로운 이름을 만들었다. 세모미니카, 네모미니카, 날개 있는 미니카로, 그래도 가끔 다시 접을 때가 있다.

^^ 끝날 줄 모르는 미니카 접기 놀이 앞으로도 쭈~욱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