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내 숲속학교를 다니며 물놀이로 더위도 식히고 흙놀이에 빠져 맘껏 놀아보기도 하고 마음 맞는 친구와 짝을 이뤄 신명나게 놀아보기도 했다. 그렇게 줄기반 친구들은 유난히도 더웠던 올해 여름을 잘 이겨냈던 것 같다.


개학을 하고나서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숲속학교를 갔던 어느 날이었다. 팔용산 수원지 입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려는데 저 만치 앞쪽에 줄지어 산을 오르고 있는 낯선 친구들이 보였다.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유치원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차를 보고서야 아까 그 친구들이 ○○유치원 아이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YMCA친구들은 숲속학교를 진행하는 동안 먼저 도착하는 반 순서대로 자연스레 산을 오른다. 그날따라 줄기반이 팔용산 수원지 입구에 제일먼저 도착하게 되어 맨 먼저 산을 올라가게 되었다. 얼마 안가서 우리는 아까 그 ○○유치원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방을 매고 앞사람 어깨에 손을 올려 선생님이 하는 구령 소리에 맞춰 “하나 둘, 하나 둘”. 그렇게 한줄 기차로 서서 산을 오르는 친구들을 보고 우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에 놀라기도 했지만 힘들어 보기기도 했다.


‘저렇게 올라가면 아이들이 쉽게 지칠 텐데’, ‘저렇게 가다가 한명이 넘어지면 다 같이 넘어지는데’, ‘아이들이 주변을 관찰 할 수 없을 텐데....’ 등등 여러 생각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한줄 기차를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보이지 않는 곳에는 가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주변의 여러 가지 곤충과 식물들을 봐도 좋지만 선생님한테서 멀어지면 얼른 따라오라고 한다. 그렇게 하면 아이들은 대부분 선생님의 시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선생님과 멀어졌다 싶을 때 “○○야~”라고 부르면 얼른 따라온다.


 그날도 줄기반 친구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산을 올랐다. 그랬더니 자연스레 먼저 산을 올랐던 ○○유치원보다 빨리 산을 오르게 되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는 자신이 점심을 먹을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약간의 휴식과 자유놀이를 즐기는데 뒤따라 ○○유치원 친구들도 도착하였다.


○○유치원 선생님은 여기 저기 주변을 둘러보시더니 적당한 자리에 돗자리를 폈다. 그리고 아이들 가방을 일렬로 정렬시키고 일제히 계곡으로 내려갔다. 보아하니 물놀이를 하고 다슬기와 물고기 잡기를 하기위해 온 듯하였다.


잠시 후 YMCA친구들도 모두 도착하였고 우리는 반별로 여러 가지 숲속놀이를 즐겼다. 이날 줄기반은 나뭇잎을 관찰하고 스크래치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그래서 나뭇잎을 찾아 정자에 모여 앉았다.


그렇게 줄기반 친구들과 나뭇잎 스크래치를 하고 있는데 ○○유치원 친구들이 물놀이를 끝내고 올라왔다. 사실 나는 아까부터 다른 ○○유치원 친구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나 궁금하여 계속해서 힐끗힐끗 쳐다보며 관찰을 하였다.


서로 등 돌리고 앉은 아이들, 조용하기는 했지만...

아이들은 돗자리에 앉아 간식을 먹는데, 돗자리 안쪽이 아닌 바깥쪽을 향해 빙둘러 앉았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앉는 것이 아니라 모두 등을 가운데로 모으고 앉은 것이다.


그리고 일제히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먹는 것이었다. ‘아~ 간식을 먹나 보다.’ 하고 지켜보았는데 가방에서 꺼낸 간식은 모두 공장과자였다. ‘앗뿔사!! 저런.... 우리아이들이 저걸 보면 먹고 싶어 할 텐데.... 그러면 안 되는데... 어쩌지?’


또다시 머릿속에서는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눈은 계속해서 그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유치원 친구들은 간식을 먹을 때 한명도 돌아  다니거나 일어서는 아이 없이 가만히 앉아서 먹는 것이었다.


더 신기했던 것은 옆에 친구 것을 뺏어 먹어서 싸우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더군다나 자기 것을 옆에 친구와 나누어 먹는 일 또한 없었다. 오로지 자기가 싸온 자기 간식만 먹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참으로 신기했다.


그렇게 힐끗힐끗 지켜보던 차에 내가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스크래치를 먼저 끝낸 ☆☆이가 그 옆을 지나다가 공장과자를 보고 만 것이다. ☆☆이는 그 앞에 멈춰 서서 ○○유치원 친구들을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유치원 선생님은 ☆☆이가 공장과자를 먹고 싶어서 그렇게 있는 줄 알고 ☆☆에게 공장과자를 조금 내밀며 먹으라고 하였다. 순간 ㅁㅁ이가 어떻게 할지 걱정 반 호기심 반이었다. ㅁㅁ이는 조금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한손으로 확 입을 가리며 다른 한 손으로 안 먹는 다며 손을 흔들고 뛰어가 버렸다. ☆☆이가 어찌나 기특하던지.


만약 그때 ☆☆이가 공장과자를 받아먹었으면 그걸 본 다른 친구들이 ☆☆이가 공장과자 먹었다며 나에게 일러 주러 왔을 것이고, 그때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을 맞지 않게 해준 ☆☆이에게 너무나도 고마웠다. 그리고 그 옆을 지나가며 작게나마 “공장과자 안돼요~ 절대 안돼요~ 먹으면 우리 몸과 마음이 아파요~~~” 노래 부르며 지나가는 우리 YMCA친구들이 너무나도 멋져 보이는 하루였다. <줄기반>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