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아이들을 만나면 교사로서 점심시간이 제일 곤혹스럽다. 우리 점심밥상은 산, 들, 바다에서 나는 유기농 야채위주의 반찬들로 이뤄져있다. 집에서 야채들을 잘 먹어보지 않은 아이들은 그런 반찬들에 익숙해질 때까지 점심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곤 한다.

 

아이들에게 왜 야채가 몸에 좋은지, 편식하지 않도록 그리고 먹어보지 않은 야채를 먹는 경험을 해주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먹는 방식들이 생기는 것 같다.


몇 일전 점심시간에 재미난 일이 있었다.


아이들은 밥 먹을 때 한 명이 물을 먹기 시작하면 너도 나도 물을 먹는다. 밥 먹는 중에 물을 너무 많이 마신다 싶어 이야기 나누기 시간에 ‘밥 먹을 때 물을 많이 마시면 안 좋은 점’을 이야기해 주었다. 가급적이면 밥 다 먹고 물을 마시도록 약속을 하였다. 하지만 매운 김치라도 먹으면 아이들의 그런 약속은 온데 간데 없어져 버린다.


그 날도 지현이랑 수민이가 밥 먹으면서 물을 계속해서 마시러 들락거렸다.


“매우면 국물을 마셔볼래?”
"그래도 매워요"
“조금만 참고 밥을 한번 먹어봐봐. 정말 참기 힘들면 물을 조금 마시구”

 

그때 아이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음, 있잖아. 우리 이렇게 할래? 안맵다. 안맵다. 안맵다....”
“알겠다. 안맵다. 안맵다. 안맵다.....”
“진짜 그렇게 하니까 안맵다”
“맞제... 나도 안맵다”



 

나는 아이들이 너무 대견하기도 하고 재밌어서 밥 먹다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줬더니, 일제히 밥 먹다가 서로 마주앉아 웃으며 손을 꼽는다.


“안맵다. 안맵다. 안맵다......”
“진짜. 안맵다. 하하하.....”
“선생님! 선생님도요 더 매운거 먹으면 안맵다 열 번 하세요. 그럼 안매워요”
“그래. 나도 매운거 먹으면 그렇게 할께. ” 

다음 날은 점심반찬으로 두부된장국이 나왔다. 젓가락이 있는 아이 중 한명이 갑자기 두부를 젓가락에 차례차례로 꽂더니,

“이봐봐.. 꼬치구이다.”
(다른 아이들도) “나도 꼬치구이다.”
“선생님! 나는 젓가락이 없어서 안돼요.”
“두부 없어요. 더 주세요!”

그날 교실은 순식간에 재미난 놀이 밥상으로 바뀌어 버렸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모르는 자기들의 방식으로 아주 단순한 것도 그렇게 재미난 놀이로 바꾸는 놀라운 재주를 가진 것 같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