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반에 안도현이라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가 얼마 전 통영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마산YMCA를 그만 두고 통영YMCA로 전학을 가게 되었는데요, 도현이가 줄기반 친구들이랑 생일잔치를 꼭 하고 가고 싶다고 하여 1달가량 뒤에 있는 생일을 조금 앞당겨 생일을 마지막으로 줄기반 친구들과 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줄기반 친구들과 도현이 생일을 며칠 앞두고 도현이에게 생일 카드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생일카드에 도현이가 잘 가라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종이를 나누워 주고 도현이에게 선물로 그림을 그려도 되고 편지를 쓰고 싶은 사람은 가르쳐 줄 테니 편지를 써도 된다고 하였습니다. 도현이 얼굴을 그리는 친구, 로봇을 그려주는 친구, 꽃을 그리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아아들은 하나 둘 저한테 와서 글씨를 써 달라고 합니다. 저희 반 아이들 중에는 글씨를 모르는 아이들이 많아서 아이들이 원하는 글씨를 선생님이 써주면  글씨를 베껴씁니다.

“선생님,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 가르쳐 주세요.”

“수영 잘해~ 써 주세요.”

“선생님, 사랑해~써도 되요?”

“잘 먹고 잘 살아~ 가르쳐 주세요.”

“그런데 잘 먹고 잘 살아~는 좀 그런데... 밥 잘먹어~ 라고 쓰면 어떨까?”

라고 말해 주며 우리 친구들의 마음을 글로 담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줄기반 친구들이 도현이가 이사 가는 것을 받아들이는 듯 하였습니다.


그리고 도현이의 생일날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결석한 친구가 없어 줄기반 모두가 도현이의 마지막 날을 함께 할 수 있었는데요... 우리는 교실에 둥글게 앉아 생일을 준비하며 도현이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약속된 시간에 도현이 어머니께서 오셨고 우리는 도현이 생일축하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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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어머니 편지를 읽는 시간에 도현이 어머니께서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도현이를 마산YMCA 보내는 동안 정이 많이 드셨나 봅니다. 그 모습을 본 한 친구가 말합니다.


“선생님, 도현이 엄마 왜 울어요?”

“슬퍼서 운다.”

옆에 있던 친구가 또 물었습니다.

“그런데 왜 슬퍼요?”

저는 순간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우리 친구들이 이별이 뭔지, 그리고 이별이 슬픈 것인지를 아직 모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 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출석카드를 나눠 주고 도현이를 불러 줄기반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게 하였습니다. 인사를 마치고 앞에 앉아있던 한 친구가,


“안도현~ 나 통영가면 우리 만나자. 전화 하께~”
“나 전화 번호 모르는데”

“내가 적어 주께~우리 통영 할머니 집 000-0000이다. 기억해”

하며 연필을 가져와 바닦에 엎드려 전화번호를 적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본 줄기반 친구들이 갑자기 우루루 엎드려

“나도~ 나도~ 적어 주께”,  “나도~ 안도현”,  “나도~”

아이들은 서로 도현이에게 전화번호를 적어준다고 하였습니다.

그 모습을 본 저는 순간 가슴이 뭉클 하였습니다. 줄기반 친구들이 내일이면 도현이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는 것인지, 전화를 하면 도현이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가슴을 울렸습니다. 줄기반 친구들의 이러한 마음이 전해져 도현이도 통영YMCA에서 잘 적응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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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온 뒤라 그런지 유난히도 맑고 깨끗한 날이었다. 아침 출근을 하면서부터 오늘은 아이들과 바깥놀이를 가야겠다 마음먹고 YMCA로 향했다.


바깥놀이를 준비하는 나를 보고 영어 선생님께서 “오늘 줄기반 영어 11시죠??” 하고 묻는다.  아뿔사!!  영어수업이 있다는 사실을 깜박하고 바깥놀이를 계획했던 것이다.


영어선생님께 바깥놀이 가려고 했다고 여울반과 영어수업시간을 바꾸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니 영어선생님께서 잠깐 생각하시더니 그냥 계획대로 바깥놀이를 가라고 말씀하셨다.


앞 시간이 바다반인데 오늘 바다반 영어수업을 밖에서 하기로 했다며 줄기반도 밖에서 영어 수업하면 되겠다고 하셨다. 그거 잘됐다며 밖에서 만나자고 말씀 드리고 교실로 가서 줄기반 친구들에게 영어수업을 잔디밭에서 한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우리 친구들 마냥 좋아서 박수치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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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아~ 우리 만다라 하고 바깥 놀이 가자~”

“아네요. 싫어요. 지금 가요~”

“그래도 선생님은 만다라는 하고 갔으면 좋겠는데~”

“싫어요~ 싫어요~ 갔다 와서 하면 되잖아요.”

“밖에서 영어까지 하고 오면 점심시간이라 점심 먹어야 되는데...”

“그러면 만다라 밖에서 하면 되잖아요!!”

“아~!! 맞네^^ 그러면 되겠네~”


이렇게 간단한 방법을 왜 나는 생각 못했을까? 아무튼 줄기반 친구들의 의견대로 만다라를 잔디밭에서 하기로 하고 우리는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챙겨들고 잔디밭으로 향했다.
잔다밭 가는 길에 노래도 부르고 우리 친구들 잔디밭 가는 길은 항상 즐겁다.


잔디밭에 도착해서 먼저 영어 선생님을 만났다. 영어선생님은 잔디밭에서 게임을 하자고 하셨다. 게임이라는 말에 또 좋아한다. 친구들 손을 잡고 둥글게 서서 짝 짓는 게임을 하였는데 “One little Two little Three little Indian boys~” 노래를 부르며 동그랗게 돌다가 영어선생님이 영어로 숫자를 외치면 그 숫자만큼 친구들이랑 짝을 짓는 게임이었다.

나는 이 게임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줄기반 친구들은 영어선생님이 손가락까지 펼쳐 보이며 “three~ three~” 를 외치는 데도 우루루 한곳으로 모이거나 2명씩, 4명씩 모이는 등 갈피를 못 잡는 친구들이 더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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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영어수업을 마치고 우리는 약속한대로 잔디밭에 엎드려 만다라 색칠을 하였다. 처음에는 마냥 놀기만 하고 싶다던 친구들도 만다라를 다 하고 자유시간을 갖자는 말에 열심히 한다.

자기 크레파스 통에 없는 색깔은 옆 친구나 선생님에게 빌려가며 만다라를 완성해가는 모습이 화창한 날씨와 함께 너무 예뻐 보였다. 만다라를 하다가 땅에 기어가는 개미때를 발견하고는 가만히 바라보기도 하고, 열심히 색칠하고 있는 친구에게 살짝 장난을 걸어보기도 하고, 지나가는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기도 한다.


이날 이후 줄기반은 가끔씩 만다라를 잔디밭에 나가서 한다. 교실에만 있기엔 너무 아까운것들이 바깥엔 너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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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햇님 안 떠요, 비 오는 날이예요~ 오늘은 햇님 안 떠요, 비 오는 날이예요~“
"오늘은 지렁이 나와요, 비 오는 날이예요~ 오늘은 지렁이 나와요, 비 오는 날이예요"
"오늘은 장화 신어요, 비 오는 날이예요~ 오늘은 장화 신어요, 비 오는 날이예요~“


이 노래는 우리 친구들이 부르는 백창우선생님의 노래 중 “비 오는 날”이라는 노래입니다.

작년 한해를 함께 보냈던 친구들과 졸업을 1달 가량 앞두고 이 노래를 불렀었습니다. 그런데 비 오는 날마다 부르면 좋을 이 노래가 졸업을 한 달 가량 앞두고 몇 번이나 불러졌겠습니까?? 과연 1달 안에 비가 몇 번이나 내렸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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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노래를 학기 초에 배우면 1년 내내 비 오는 날마다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서 줄기반 친구들과는 꼭 학기 초에 불러야지... 라고 마음 속 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반갑게도 줄기반 친구들과 입학을 하고 얼마 뒤...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너무 반가운 나머지... 그래 이 때다!! 싶어서 우리 친구들을 모아놓고는,
 

“애들아~, 지금 밖에 비가오지?? 선생님이 재미있는 노래 불러 줄까??”

하며 CD를 한번 들려주고 노래를 불러 주었습니다.

이 노래의 원곡은 위에 적힌 가사로 3절 까지 되어있습니다.

처음 우리 친구들이 노래를 들었을 때는 싱숭생숭해 하더니 이내 율동을 만들어 가며 다시 한번 부르니 이번엔 뜻을 이해했는지 재미있어 합니다. 저는 다시 한번


“애들아~, 그런데 비 오는 날에는 이런 일만 있을까?? 다른 일도 많잖아~??” 

친구들 이내 생각에 잠기더니...한 친구가 말 합니다.


“선생님~, 달팽이도 나와요.”

“그래!! 그렇네~ 달팽이 나오네~”

라고 웃으며 칭찬해 줬더니 이내 다른 친구가 또 입을 엽니다.


“선생님~, 우산 써요.”

“어!! 맞다. 우리 제일먼저 우산 쓰잖아. 하하~”

라고 했더니 이제 여기저기서 연거푸 쏟아져 나옵니다.


“선생님, 엄마가 밖에 못나가 놀게 해요.”

“엄마가 수건으로 머리 닦아 줘요.”

“차가 확~ 지나가서 물 튀어서 옷 버려요.”

“비옷 입어요.”

“ 빨래 못 널어요.”

“교통사고 나요.”

“창문 닫아야 되요~ 비 들어오니까.”

“추워요.”.....


 이야~ 저는 정말 놀랐습니다.

아이들이 비 오는 날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이렇게 많이 느끼고 있는 줄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의 웃음을 멈추지 못 하게한 말이 터져 나왔는데요. 아까부터 계속 뭔가를 말하려고 움쭐움쭐 대던 친구가 양 손의 엄마 손가락을 길게 펼치고는 양 옆으로 왔다갔다하는 흉내를 내며


선생님, 와이퍼! 와이퍼!  이렇게~이렇게~(양손을 옆으로 계속 까딱까딱하며) 와이퍼! 와이퍼!~~” 

하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순간 저런것까지 생각해 내나....하고 어찌나 순수해 보이던지... 이 모든 말을 노래에 맞춰 부르고 율동도 만들고 하니 아이들 아주 신이 났습니다. 지금도 줄기반에는 비 오는 날이면 이 노래를 부릅니다. 그리고 이 노래의 끝은 없을 것 같습니다. 3절이 끝이 아니라 12절이고, 20절이고 계속 이어져 나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YMCA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면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일에서부터 황당하고, 어이없고, 화나는 일까지 아주 다양한 일들을 경험을 하게 된다.


“애들아~ 집에 잘 가고 내일 만나자~”

하루 일과를 마치고 반 아이들을 한명씩 안아주며 인사를 한 뒤 하원차량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매일 하원 차량을 준비하는 시간은 분주하기 짝이 없다. 하원차량 출발시간은 정해져 있고 그 짧은 시간 안에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꼼꼼하게 체크해야하며 행여 차를 잘 못 탄 아이는 없는지, 엄마가 데리러 오는 아이는 누구인지, 중간에 데려간 아이는 없는지, 평소 하원하던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에 내려줘야 하는 아이는 누구인지..... 정말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실수를 범하기 쉬운 시간이 바로 이 시간이다.


이날도 어김없이 분주한 가운데 하원차량 아이들을 챙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가 나를 찾아와

“선생님~ 내 신발 한 짝이 없어졌어요.” 라고 말하는 것이다.

‘앗뿔사! 또......ㅜ.ㅜ’


순간 가슴이 탁! 막혀 오면서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듯한 이 심정은 아마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아니 일부러 이런 기분을 당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하루일과중 신발에 신경을 쓰는 시간은 아침에 등원하여 신발장 앞에서 실내화를 신을 때와 하원 할 때 실내화를 벗고 신발을 신을 때 이렇게 두 번이다. (물론 중간에 바깥놀이 갈 때도 있겠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대부분 가만히 벗어 놓은 신발에 발이 달려서 도망가지 않는 이상 제자리에 가지런히 벗어 둔 신발이 없어지리라고는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원시간만 되면 신발이 없어지는 것이다. 정작 신발이 제일 필요한 이 시점에 말이다. 내가 YMCA에 3년간 몸담고 있는 동안 이런 일을 경험 한 적이 거짓말 조금 보태서 45번 정도이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을 수 있는 숫자이지만 이를 경험 해본 사람에게 이 숫자는 450번을 경험 한 것과도 같은 심정일 것이다. 그것도 그렇게 정신없는 하원시간에.....


그 말을 들은 나는 그때부터 1층에서 5층까지를 발에 불이 나도록 달려 화장실에서부터 체육실, 교사실, 부엌까지 온 YMCA회관을 샅샅이 뒤지며 신발 한 짝을 찾아 땀을 뻘뻘 흘린다. 그래도 없으면 YMCA옆의 카센터에서 텃밭까지 신발이 있을 만한 곳은 마구 뒤지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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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신발 한 짝을 찾으면 다행이지 못 찾을 때는 이 얼마나 난감한 일인가.....! 하원 차량은 출발하려하지 아이를 집에 보내긴 해야 되지..... 임시방편으로 실내화를 신겨 아이를 집으로 보낸다. 그리고 곧 장 집으로 전화를 해서 신발이 없어져서 실내화를 신겨 보냈다고 찾으면 연락드린다고 전화를 한다.


사실 YMCA 어머니들께서 마음이 좋으셔서 웃으시며 “네~ 알겠습니다.”하고 전화를 끊어 주시지만 ‘멀쩡한 신발이 그것도 한 짝만 없어 진다는게 이해가 되실까..?’ 생각하며 화내지 않고 신발을 찾을 때 까지 기다려 주시는 어머님들께 감사하기만 하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그렇게 없어진 신발 한 짝은 꼭 찾아진다. 신발을 찾는 장소도 다양하다. 화장실 구석, 교사실 책상 밑, 쓰레기통 옆, 창고방 안, 계단 모퉁이 등등 이런 곳에서 찾아진다. 제일 찾기 힘들 때가 누군가가 창밖으로 던져서 텃밭이나 카센터에 신발이 떨어져 있을 때다.


어디로 떨어졌을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신발 한 짝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예상컨대 대부분 아이들이 친구를 골탕 먹이기 위해 신발 한 짝을 몰래 숨겨 놓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정말 힘든데 아이들은 그것이 그렇게 재미있나보다.


한번은 유독 ○○이의 신발이 연속으로 3번 없어진 일이 있었다. 이날도 피가 거꾸로 솟는 듯 하였지만 아무래도 이상하여 ○○이에게 물어보았다.

“신발이 어디 갔을까? 선생님이 아무리 찾아도 없는데”

(연신 내 눈을 회피하며 말끝을 흐리던 ○○이) “몰라요...”


모른다고 대답하는 ○○이 태도가 조금 이상하였다. 그렇게 실내화를 신고 집으로 보낸 뒤 텃밭에 가보니 ○○이의 신발이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신발을 찾아와서 교사실에 챙겨놓았다.


다음날 등원을 한 ○○이에게 “○○야~ 선생님이 어제 아무리 신발을 찾아봐도 없던데... 어떡하지?”라고 말하며 오늘도 실내화를 신고 가야겠다고 했다.


그리고 하원시간이 다 되었을 때 신발을 가져와“○○아~ 다행이야. 선생님이 신발을 찾았다. 오늘도 실내화를 신고 집에 가야 할 뻔 했는데 정말 다행이다 그지?” 하며 ○○이에게 신발을 신겨주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일이 있은 뒤부터 ○○이의 신발이 없어지는 일은 지금까지 없다. 조금 위험한 추리이지만 내 생각에는 ○○이는 자신의 신발을 자신이 창밖으로 던지고 계속해서 선생님이 신발을 찾아주는 그 상황이 재미있어서 그 일을 반복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정말 아이들은 신기하다. 친구를 골탕 먹이고 선생님을 골탕 먹이는 일이 재미있나보다. 이렇든 저렇든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애들아~ 제발 신발 좀 창밖으로 던지지 마!!!”^^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민용이 저에게 달려와 말합니다. "선생님 나 아빠처럼 담배펴요" 카프라(장난감 나무토막)를 입에 물고 말이지요. 그러더니 옆에 있던 지원이가 "자~불!!" 하네요. 아주 다정스럽게 불을 붙여줍니다. 어디서 발견을 했는지 샤프심통을 구해서는 라이터라고 합니다. 


샤프심통이 라이터로 변신을 한 것입니다. "딸깍" 소리도 정말 라이터를 연상시킵니다. 아마 어떤 도구보다도 라이터와 흡사한 모양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민용이와 지원이는 아빠가 하던 행동을 따라 하는 것이겠죠. 흉내놀이를 하는 것 입니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흉내놀이를 많이 합니다. 그것은 아이들의 발달적인 부분으로 아주 당연한 것입니다.

흉내를 내어 보면서 아빠도 되어보고, 엄마도 되어 보고, 물건도 팔아보면서 아주 다양한 체험을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정말 자신이 엄마라고, 아빠라고, 물건을 파는 사장님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어렸을 적 흉내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어른이 될 나를 미리 연습해보는 것이지요. 하지만 저렇게 담배를 피는 모습을 흉내내는 것은 부모님들 또한 아이가 흉내내지 말았으면 하는 행동 중에 하나 일 것입니다.

아이가 좋은 모습을 보고, 배우고, 흉내 낼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겠습니다.
Posted by 골목대장허은미
 
우리반은 세 공동체가 있습니다. 우리반이 스물 한 명이니 한 공동체 당 일곱명씩입니다. 두 달에 한 번씩은 공동체를 바꾸는데, 몇 일 전 새로 공동체를 구성하여 이름도 제각각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공동체, 비행기공동체, 태권브이공동체였습니다.

그럼 과연 공동체 이름은 어떻게 정할까요?

선생님인 제가 부르기 좋게, 기억하기 좋게, 편하게 지어주어도 되겠지요. 하지만 우리반 공동체 이름은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없습니다. 선생님 공동체가 아니라 아이들의 공동체이기 때문이지요. 

두 달마다 공동체를 바꿀 때에는 아이들은 제비뽑기로 정합니다. 아이들은 제비 뽑기 쪽지를 잡으면 누구랑 같은 공동체가 되는지 궁금해서 기다리지 못하고 안달합니다. 그렇다고 치사하게 먼저 펼쳐보기는 없습니다.

먼저 봐 버린다면 늦게 뽑는 친구들은 기다리는 시간이 고문이될테니깐 말이죠.그렇게 쪽지를 잡으면 아이들은 저마다 기도를 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공동체가 있을 것이고, 같은 공동체가 되고 싶어하는 친구가 있을테니 말이죠. 여기 저기서 '제발~제발~'하는 간절한소리가 들립니다.

모두가 다 함께 하나씩 쪽지를 잡으면 '하나 둘 셋'하는 구령과 동시에 쪽지를 펼치는데 환호성이 장~난이 아닙니다. 정말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소리들을 질러댑니다. 반응도 다양합니다. 기분이 좋아 "와~"하며 친구를 얼싸 앉고 동동 구르는 친구가 있는 반면 "에이~~"하며 아쉬워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어찌됐든 "니는 니는 뭔데?" 하며 금방 무리들을 찾습니다. 아이들의 이런 반응이 있기 때문에 제비뽑기 후에는 얼마간의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이런 반응의 시간들이 아이들에게는 무척이나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지요.

공동체 구성원이 정해지면 이제 공동체 이름을 정해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제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기에 아이들은 토론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못 믿는 분도 있겠지만, 일곱 살 아이들은 토론이 가능하답니다.

처음 할때에는 서툴지만 몇 번 하다보면 "정말 저 아이들이 다 컸구나" 생각이 들만큼 자신의 의견을 잘 말하고, 친구의 의견을 들어주며 조율해가는 의젓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 날 정해진 공동체이름은 무지개공룡공동체, 대한민국공동체, 새롬공동체입니다. 무지개와 공룡은 아마 서로 의견을 주고받다가 2개를 골랐는데 하나만 고를까하다 두개를 합친 것이겠지요.


어떻게 무지개와 공룡을 합칠걸 생각했을까요? 정말 기발한 생각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공동체는 얼마전'아름다운우리나라'라는 노래를 배운 영감으로 지은 듯합니다.

마지막 새롬공동체는 블럭피아학원에 다니는 아이의 의견이 뽑힌듯 합니다. 학원에서 새롬반, 창의반, 응용반이 있으니 말입니다.

일곱 살도 토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오늘은 공동체 공동화를 그리기로 했습니다. 그림도 자기 마음대로 그린다면 좋겠지만 그건 늘상 하는 거고 요것은 공동화이기에 그럴 수 없습니다. 서로 의논해 그려야 합니다. 사실... 저는 기대 안했습니다.

요 개구장이 아이들이 항칠(마구잡이 낙서)을 할 거라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왠걸 서로가 자기 생각을 말하고,  "니는 이걸 그리고", "나는 요걸 그리고" 저마다 역할을 나누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 정말 완성된 그림을 보면서 감동 했습니다. 어쩜 이렇게 자기 공동체를 잘 표현 할 수가 있을까요? 아이들의 힘은 대단합니다. 못할 거라 생각했던 제가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무지개 공룡공동체는 무지개와 공룡을 그리고 전지 위 왼쪽 귀퉁이에 자기들 자리인 책상과 의자까지 인원 수에 맞추어 그림을 그렸습니다.

대한민국 공동체는 맨 위에 공동체
이름도 적어 놓고 저마다 자신을 그림으로 그리고 이름도 적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고우리(?)와 새끼라고 그림이 있었습니다. 고우리는 태준이가 그렸다고 해서 직접 물어보았습니다.

"태준아 고우리가 뭐야?"
"내 이름이예요 난 이제 고우리예요"
"정말? 그럼 송고우리야?" 
"아니요 그냥고우리예요"
 
그리고 새끼는 지환이가 적은 건데 물어보니 부끄러워합니다. 아마 장난을 친 것이겠죠.

마지막 새롬도 기똥차게 그림을 그렸습니다. 정말 누가 봐도 새롬이구나 싶은 새롬성도 그리고 자신들 또한 그림에 그려놓았습니다. 그림은 모두 벽에 붙여 놓았습니다. 아이들이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아마 낡아서 떨어질 때까지 붙어 있을 겁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활동을 할 때면 교사인 제가 개입하지 않아도 너무나 잘 합니다. 대신 조금 느긋하게 기다려주기는 해야 하지요. 오늘 우리 아이들 참 기특하고 대견스러웠습니다.

-바다반골목대장씀-
 
Posted by 골목대장허은미


아이들과 운문산 자연휴양림으로 가을 캠프를 다녀왔습니다. 사진에 보는 아이들은 여섯 살 반 녀석들입니다. 가방을 숙소에 내려놓고 바깥으로 쏟아져 나오더니, 그 중에 씩씩한 녀석이 재미있는 놀이를 하나 찾아냈습니다.

녀석들 키 보다 높은 바위위에 올라가서 아래로 뛰어내는 위험한(?) 놀이입니다. 또래 아이들 중에서 운동 신경이 뛰어난 한 아이가 먼저 바위에서 뛰어내리며 친구들에게 자랑을 합니다.

"야 봐라 난 여기서 뛰어 내릴 수 있~~다."

곁에서 지켜보던 아이들 중에서 몇 몇이 함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이 놀이에 참여합니다.

"야~ 봐라, 나도 할 수 있~~다."
"야! 야! 나도 할 수 있~다. 볼 래?"
"얘들아 ○○이도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앞을 다투어 줄을 서서 뛰어내립니다. 아직 겁이나서 선뜻 바위위에 올라서지 못하는 아이들은 구경만하고 있고, 자신감이 붙은 아이들은 줄을 서서 차례로 뛰어내립니다.

그 중에 좀 더 용감한 녀석들은 바위 위에서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가 아래로 뛰어내립니다. 하늘로 솟구쳤다가 뛰어내릴 자신이 없는 아이들은 바위 위에 쪼그리고 앉았다가 얌전하게 아래로 뛰어내립니다.

한 참을 친구들이 뛰어내리는 것을 지켜보던 아이들 중에 ★★이 용기를 내서 바위위에 올라서봅니다. 곁에 있는 친구들이 빨리 뛰어내리라는 재촉을 받으며 망설이든 ★★이 결국 바위에서 뛰어내리고 맙니다.

한 번 성공한 ★★이는 재미가 붙었습니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맨처음에는 뛰어내릴 때 바들 바들 떨리던 종아리가 이제는 조금도 떨리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바위위에 서서 한 참을 망설이다 뛰어내렸지만, 이제는 바위위에 올라서자마자 주저 없이 아래로 뛰어내립니다.

아이들은 또래 속에서 배우고 성장합니다. 누가 이 아이들을 말릴 수 있을까요? 장난감이 없어도 아이들은 잘 놀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둘러 싼 자연에는 모든 것이 아이들의 놀잇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단순하고 시시해보이지만, 아이들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놀이 하나만 가지고도 하루 종일 지겹지 않게 놀 수 있습니다.

어른 눈으로보면 위험 천만한 놀이이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만들어낸 놀이가 선생님이 권하는 놀이보다 훨씬 재미있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만들어 낸 놀이를 하는 동안 놀라울 만큼 공정한 규칙도 만들어내고, 공동체 속에서 질서를 만들어냅니다.

선생님이 가르치는 놀이 규칙을 어기는 아이들도, 스스로 만들어낸 놀이 규칙은 잘 지킵니다.

Posted by 이윤기
 

“선생님이 돼가지고 그 것도 못 잡아요”


숲속학교 하는 날 아이들과 팔용산으로 향했다. 친구 손잡고 걸어가는 아이들, 노래 부르며 가는 아이들, 무언가를 발견해 멈추고 집중하는 아이들, 저마다 하고 싶은 데로 오르기에 도착 장소까지 한참이나 걸린다. 


가방을 내려놓는 곳에 도착하면 잠깐의 자유시간을 준다. 어제 묻어둔 보물이 무사히 있는지, 어제 봤던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었는지 아이들마다 숲을 탐색하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이 날도 어김없이 자유시간을 가지고 아이들과 무엇을 할지 의논해 수원지 저 멀리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다.


수원지 앞 계단에서 가위, 바위, 보로 계단 오르기도 하며 신나게 올라갔다. 넓은 수원지 둘레로 등산로가 있는데 구경하며 걸을 수가 있다. 약간은 위험해 보이지만 그런 만큼 아이들은 더욱 조심한다. 친구가 위험한 곳에 가면 “거기로 가면 안돼! 이리와” 라며 친구를 챙기는 멋진 모습도 보인다.

 

팔용산에는 용이 여덟 마리 살았는데 아마 저수지에 살았을 거라는 둥 선생님은 봤다면서 아이들과 이야기하며 재미나게 가고 있었는데, 저수지 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 나타나 아이들과 가까이 내려갔다. 그런데 깜짝 놀랄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현이가 선생님 “뱀이예요” 하는 것이었다. ‘뜨악’ 나는 속으로 얼마나 놀랬던지 순간 얼음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뱀이 무섭다는 걸 두려웠던 경험을 해보지 않은 아이들은 친구들을 부르며 뱀 있다고 빨리 오라고 신이 나서 친구를 부르고 구경을 했다.


뱀은 주황색이었는데 입에 개구리를 물고 있었다. 어렸을 적 큰집 시골에서 뱀을 많이 봤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나도 그맘때는 무서워하지 않았었다. 아무튼 뱀은 우리가 시끄러웠는지 바위 위로 올라가서는 물 위로 S자를 그리며 저 건너편으로 사라졌다.


아이들과 뱀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는데 아이들은 다음에 또 만나자며 잘가 라고 인사도하고 아쉬워했다. 동물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뱀인데 산에 뱀이 정말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소중한 경험을 한 것이다.


나는 왜 새우가 무서울까?

그렇게 뱀과 만나고 조금 더 걸어가다 시간이 많이 흘려 발길을 돌렸다. 길을 돌아 내려가는데 이번에는 계곡과 저수지 물이 만나는 부분이 나타났다. 아이들 저마다 물이 밑에(물놀이 하는 곳)보다 더 차갑다며 물에 손 담그고 노는데 정혁이가 그 물속에 있는 작은 새우를 발견했다. 투명한 새우는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발견할 수 있는데 아이들이 잡아서 보자고 나를 보챘다.


두 손을 걷고 새우를 잡으려는데 이런... 왜 나는 새우가 무서운 것일까?ㅠㅠ 새우는 다가가면 톡톡 튀면서 내 손바닥을 찔렀다. 선생님 체면에 무서워할 수가 없기에 새우가 물고기보다 빠르다며 핑계대고 있는데 한 아이가 “선생님이 돼가지고 그 것도 못 잡아요”하며 비수를 꽂는 것이었다.


“아니다~선생님 잡을 수 있다. 기다려봐”하며 신발, 양발 다 벗고 박세리처럼 물 속에 들어갔다. 한~참을 헤맨 끝에 물병을 이용해 새우를 잡았는데 어찌나 뿌듯하던지 금메달 딴 기분이었다. 겨우 선생님 체면 세우고 내려왔다.


아이들은 돌아가며 물병을 들고 어린동생들에게 새우라면서 자랑하고, 보여주고, 뱀과 만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는 생명이라며 계곡물에 다시 살려주었다. 아이들은 말을 하지 않아도 안다.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을 말이다.


호기심에 이리보고 저리 보다가 죽어버리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생명을 함부로 죽이면 안된다는 것을 조금씩 배워간다. 이날 경험은 아이들 마음속에 소중한 추억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 내마음속 추억처럼... <바다반>


Posted by 골목대장허은미
 


에너지가 넘치는 씨앗반 친구들은 점심시간 후 5~6명 정도 빼고는 다들 청년관(체육관)에 가서 논다. 그런데 최근 아이들이 갑자기 교실에서 놀기 시작했다. 이유인즉 ◯◯가 어디서 배웠는지는 몰라도 책상을 뒤집어 기차놀이를 하는 것이었다. 6개의 책상을 뒤집어 역할을 분담한다.


기차를 운전하는 사람, 표를 받는 사람, 기차 안에 미리 타고 있는 사람, 기차에서 내리는 사람, 기차에 타는 사람으로 역할이 구분된다. 책상으로도 이렇게 놀 수 있다니 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이라 생각했다. 속으로 ‘재미있게 노는데’ 나도 같이 하자고 말할까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유난히 아이들이 밥을 안 먹고 노는 것이었다. 기차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부러워하며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밥 먹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왔다 갔다 하고 있는데 “선생님 ◯◯가 책상 구멍에 색연필 넣고 있어요.” 한다.


“맞나!! 넣지 말라고 해라~~” “계속 넣~어요.”

“그러면 빼라고 해라.”(나는 조립식 책상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아이들은 모르잖아!! 이 말은 들은 ◯◯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 배차를 마치고 청소하러


 

교실에 가서, 여느 날처럼 쓸고 닦고, 이곳저곳 정리했다. 그런데 색연필 통에 색연필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어찌된 일인지 자투리 색연필도 보이지 않았다.


‘어~ 어디 갔지, 방과 후 얘들이 쓰고 제자리에 안 갔다 놨나? 쓰고 나면 제자리에 갔다~ 놓지!! 사람 귀찮게~쉬리’ 초록반으로 가려고 하는데 순간 “선생님 ◯◯가 책상 구멍에 색연필 넣고 있어요.”라는 말이 떠올랐다.


‘에~ 이 설마 그 많은 색연필을 어떻게~~??’ 책상을 뒤집었다. 이 묵직하고 둔탁한 소리, 느낌이 좋지 않다. 조립식 책상 다리를 빼는 순간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색연필들이 키를 자랑하며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째 이런 일이!! 책상 다리 구멍은 색연필이 들어가기에 알맞은 크기였다. 간간히 크레파스도 나왔다. 진정 책상 다리를 다 풀어야 하나! 직사각형 책상이 3개 반달 책상이 3개 다리합계는 총 24개였다. 그날 24개의 책상 다리를 열고 닫고 했다.


다음 날 알게 된 사실이지만 ◯◯ 혼자 한 것은 아니었다. ☆☆도 하고 ☀☀하고 ☉☉하고 같이 한 친구들이 있었다. 다음에는 책상 다리 구멍에 넣지 말고 색연필 통에 넣자고 이야기 했다. 물론 잘 되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색연필 습격사건은 끝났다.^^ <씨앗반>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여름내 숲속학교를 다니며 물놀이로 더위도 식히고 흙놀이에 빠져 맘껏 놀아보기도 하고 마음 맞는 친구와 짝을 이뤄 신명나게 놀아보기도 했다. 그렇게 줄기반 친구들은 유난히도 더웠던 올해 여름을 잘 이겨냈던 것 같다.


개학을 하고나서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숲속학교를 갔던 어느 날이었다. 팔용산 수원지 입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려는데 저 만치 앞쪽에 줄지어 산을 오르고 있는 낯선 친구들이 보였다.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유치원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차를 보고서야 아까 그 친구들이 ○○유치원 아이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YMCA친구들은 숲속학교를 진행하는 동안 먼저 도착하는 반 순서대로 자연스레 산을 오른다. 그날따라 줄기반이 팔용산 수원지 입구에 제일먼저 도착하게 되어 맨 먼저 산을 올라가게 되었다. 얼마 안가서 우리는 아까 그 ○○유치원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방을 매고 앞사람 어깨에 손을 올려 선생님이 하는 구령 소리에 맞춰 “하나 둘, 하나 둘”. 그렇게 한줄 기차로 서서 산을 오르는 친구들을 보고 우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에 놀라기도 했지만 힘들어 보기기도 했다.


‘저렇게 올라가면 아이들이 쉽게 지칠 텐데’, ‘저렇게 가다가 한명이 넘어지면 다 같이 넘어지는데’, ‘아이들이 주변을 관찰 할 수 없을 텐데....’ 등등 여러 생각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한줄 기차를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보이지 않는 곳에는 가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주변의 여러 가지 곤충과 식물들을 봐도 좋지만 선생님한테서 멀어지면 얼른 따라오라고 한다. 그렇게 하면 아이들은 대부분 선생님의 시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선생님과 멀어졌다 싶을 때 “○○야~”라고 부르면 얼른 따라온다.


 그날도 줄기반 친구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산을 올랐다. 그랬더니 자연스레 먼저 산을 올랐던 ○○유치원보다 빨리 산을 오르게 되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는 자신이 점심을 먹을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약간의 휴식과 자유놀이를 즐기는데 뒤따라 ○○유치원 친구들도 도착하였다.


○○유치원 선생님은 여기 저기 주변을 둘러보시더니 적당한 자리에 돗자리를 폈다. 그리고 아이들 가방을 일렬로 정렬시키고 일제히 계곡으로 내려갔다. 보아하니 물놀이를 하고 다슬기와 물고기 잡기를 하기위해 온 듯하였다.


잠시 후 YMCA친구들도 모두 도착하였고 우리는 반별로 여러 가지 숲속놀이를 즐겼다. 이날 줄기반은 나뭇잎을 관찰하고 스크래치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그래서 나뭇잎을 찾아 정자에 모여 앉았다.


그렇게 줄기반 친구들과 나뭇잎 스크래치를 하고 있는데 ○○유치원 친구들이 물놀이를 끝내고 올라왔다. 사실 나는 아까부터 다른 ○○유치원 친구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나 궁금하여 계속해서 힐끗힐끗 쳐다보며 관찰을 하였다.


서로 등 돌리고 앉은 아이들, 조용하기는 했지만...

아이들은 돗자리에 앉아 간식을 먹는데, 돗자리 안쪽이 아닌 바깥쪽을 향해 빙둘러 앉았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앉는 것이 아니라 모두 등을 가운데로 모으고 앉은 것이다.


그리고 일제히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먹는 것이었다. ‘아~ 간식을 먹나 보다.’ 하고 지켜보았는데 가방에서 꺼낸 간식은 모두 공장과자였다. ‘앗뿔사!! 저런.... 우리아이들이 저걸 보면 먹고 싶어 할 텐데.... 그러면 안 되는데... 어쩌지?’


또다시 머릿속에서는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눈은 계속해서 그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유치원 친구들은 간식을 먹을 때 한명도 돌아  다니거나 일어서는 아이 없이 가만히 앉아서 먹는 것이었다.


더 신기했던 것은 옆에 친구 것을 뺏어 먹어서 싸우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더군다나 자기 것을 옆에 친구와 나누어 먹는 일 또한 없었다. 오로지 자기가 싸온 자기 간식만 먹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참으로 신기했다.


그렇게 힐끗힐끗 지켜보던 차에 내가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스크래치를 먼저 끝낸 ☆☆이가 그 옆을 지나다가 공장과자를 보고 만 것이다. ☆☆이는 그 앞에 멈춰 서서 ○○유치원 친구들을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유치원 선생님은 ☆☆이가 공장과자를 먹고 싶어서 그렇게 있는 줄 알고 ☆☆에게 공장과자를 조금 내밀며 먹으라고 하였다. 순간 ㅁㅁ이가 어떻게 할지 걱정 반 호기심 반이었다. ㅁㅁ이는 조금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한손으로 확 입을 가리며 다른 한 손으로 안 먹는 다며 손을 흔들고 뛰어가 버렸다. ☆☆이가 어찌나 기특하던지.


만약 그때 ☆☆이가 공장과자를 받아먹었으면 그걸 본 다른 친구들이 ☆☆이가 공장과자 먹었다며 나에게 일러 주러 왔을 것이고, 그때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을 맞지 않게 해준 ☆☆이에게 너무나도 고마웠다. 그리고 그 옆을 지나가며 작게나마 “공장과자 안돼요~ 절대 안돼요~ 먹으면 우리 몸과 마음이 아파요~~~” 노래 부르며 지나가는 우리 YMCA친구들이 너무나도 멋져 보이는 하루였다. <줄기반>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