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MCA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면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일에서부터 황당하고, 어이없고, 화나는 일까지 아주 다양한 일들을 경험을 하게 된다.


“애들아~ 집에 잘 가고 내일 만나자~”

하루 일과를 마치고 반 아이들을 한명씩 안아주며 인사를 한 뒤 하원차량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매일 하원 차량을 준비하는 시간은 분주하기 짝이 없다. 하원차량 출발시간은 정해져 있고 그 짧은 시간 안에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꼼꼼하게 체크해야하며 행여 차를 잘 못 탄 아이는 없는지, 엄마가 데리러 오는 아이는 누구인지, 중간에 데려간 아이는 없는지, 평소 하원하던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에 내려줘야 하는 아이는 누구인지..... 정말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실수를 범하기 쉬운 시간이 바로 이 시간이다.


이날도 어김없이 분주한 가운데 하원차량 아이들을 챙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가 나를 찾아와

“선생님~ 내 신발 한 짝이 없어졌어요.” 라고 말하는 것이다.

‘앗뿔사! 또......ㅜ.ㅜ’


순간 가슴이 탁! 막혀 오면서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듯한 이 심정은 아마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아니 일부러 이런 기분을 당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하루일과중 신발에 신경을 쓰는 시간은 아침에 등원하여 신발장 앞에서 실내화를 신을 때와 하원 할 때 실내화를 벗고 신발을 신을 때 이렇게 두 번이다. (물론 중간에 바깥놀이 갈 때도 있겠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대부분 가만히 벗어 놓은 신발에 발이 달려서 도망가지 않는 이상 제자리에 가지런히 벗어 둔 신발이 없어지리라고는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원시간만 되면 신발이 없어지는 것이다. 정작 신발이 제일 필요한 이 시점에 말이다. 내가 YMCA에 3년간 몸담고 있는 동안 이런 일을 경험 한 적이 거짓말 조금 보태서 45번 정도이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을 수 있는 숫자이지만 이를 경험 해본 사람에게 이 숫자는 450번을 경험 한 것과도 같은 심정일 것이다. 그것도 그렇게 정신없는 하원시간에.....


그 말을 들은 나는 그때부터 1층에서 5층까지를 발에 불이 나도록 달려 화장실에서부터 체육실, 교사실, 부엌까지 온 YMCA회관을 샅샅이 뒤지며 신발 한 짝을 찾아 땀을 뻘뻘 흘린다. 그래도 없으면 YMCA옆의 카센터에서 텃밭까지 신발이 있을 만한 곳은 마구 뒤지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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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신발 한 짝을 찾으면 다행이지 못 찾을 때는 이 얼마나 난감한 일인가.....! 하원 차량은 출발하려하지 아이를 집에 보내긴 해야 되지..... 임시방편으로 실내화를 신겨 아이를 집으로 보낸다. 그리고 곧 장 집으로 전화를 해서 신발이 없어져서 실내화를 신겨 보냈다고 찾으면 연락드린다고 전화를 한다.


사실 YMCA 어머니들께서 마음이 좋으셔서 웃으시며 “네~ 알겠습니다.”하고 전화를 끊어 주시지만 ‘멀쩡한 신발이 그것도 한 짝만 없어 진다는게 이해가 되실까..?’ 생각하며 화내지 않고 신발을 찾을 때 까지 기다려 주시는 어머님들께 감사하기만 하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그렇게 없어진 신발 한 짝은 꼭 찾아진다. 신발을 찾는 장소도 다양하다. 화장실 구석, 교사실 책상 밑, 쓰레기통 옆, 창고방 안, 계단 모퉁이 등등 이런 곳에서 찾아진다. 제일 찾기 힘들 때가 누군가가 창밖으로 던져서 텃밭이나 카센터에 신발이 떨어져 있을 때다.


어디로 떨어졌을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신발 한 짝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예상컨대 대부분 아이들이 친구를 골탕 먹이기 위해 신발 한 짝을 몰래 숨겨 놓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정말 힘든데 아이들은 그것이 그렇게 재미있나보다.


한번은 유독 ○○이의 신발이 연속으로 3번 없어진 일이 있었다. 이날도 피가 거꾸로 솟는 듯 하였지만 아무래도 이상하여 ○○이에게 물어보았다.

“신발이 어디 갔을까? 선생님이 아무리 찾아도 없는데”

(연신 내 눈을 회피하며 말끝을 흐리던 ○○이) “몰라요...”


모른다고 대답하는 ○○이 태도가 조금 이상하였다. 그렇게 실내화를 신고 집으로 보낸 뒤 텃밭에 가보니 ○○이의 신발이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신발을 찾아와서 교사실에 챙겨놓았다.


다음날 등원을 한 ○○이에게 “○○야~ 선생님이 어제 아무리 신발을 찾아봐도 없던데... 어떡하지?”라고 말하며 오늘도 실내화를 신고 가야겠다고 했다.


그리고 하원시간이 다 되었을 때 신발을 가져와“○○아~ 다행이야. 선생님이 신발을 찾았다. 오늘도 실내화를 신고 집에 가야 할 뻔 했는데 정말 다행이다 그지?” 하며 ○○이에게 신발을 신겨주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일이 있은 뒤부터 ○○이의 신발이 없어지는 일은 지금까지 없다. 조금 위험한 추리이지만 내 생각에는 ○○이는 자신의 신발을 자신이 창밖으로 던지고 계속해서 선생님이 신발을 찾아주는 그 상황이 재미있어서 그 일을 반복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정말 아이들은 신기하다. 친구를 골탕 먹이고 선생님을 골탕 먹이는 일이 재미있나보다. 이렇든 저렇든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애들아~ 제발 신발 좀 창밖으로 던지지 마!!!”^^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