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반 아이들과 꼬박 1년을 보내고...

3월 입학한 시간부터 지금까지 줄기반 친구들과 함께 한 시간도 벌써 11개월째다. 한번 담임을 맡으면 반 아이들과 꼬박 12개월. 딱 1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하게 된다. 이제 이 녀석들과 함께 할 시간도 마지막 12개월째로 1달 남짓 남았다. 이때쯤 되면 1년을 되돌아 보기도하고 녀석들과 어떤 일들이 있었나 기억해 보기도 한다.


여느 해와는 다르게 이번 줄기반 친구들을 돌아보면 딱 3가지 특징을 들 수 있다. 종이접기를 좋아하는 아이들, 동화책 읽어 주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 도움지기를 좋아하는 아이들 이렇게 3가지로 말이다.


특별수업이 없는 오후시간에는 주로 바깥놀이를 가거나 공동체 놀이를한다. 하지만 비가 오거나 날씨가 추워서 바깥놀이를 갈 수 없는 날에는 아이들에게 “애들아~ 우리 뭐할까?!” 라고 묻는다. 그렇게 물으면 줄기반 아이들은 어김없이 “색종이 접기요~”라고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외친다.

그렇게 색종이 접기를 하면 내가 가르쳐 주는 건 별로 재미없어 한다. 처음엔 조금 따라서 접는 가 싶더니 이내 “선생님~ 이제 자기 접고 싶은 거 접기 해요.”한다. 그래서 색종이를 2장씩 나누어 주고 뭐 재미난 것 접나 지켜보면 매일 똑 같은 것만 접는다.

종이접기, 미니카는 매일 진화한다.

미니카, 비행기, 표창 이렇게 3가지. 1년 내내 그렇게 접는데 지겹지도 않나보다. 미니카를 접어 시합을 하고 이기는 친구가 있으면 그 친구 미니카를 보고 똑같이 접는다. 그렇게 매번 미니카는 진화 한다. 좀 더 센 미니카로. 비행기도 마찬가지 표창도 마찬가지다. 좀 더 멀리 날라 가는 비행기, 좀 크고 화려한 표창으로 진화한다. 아이들의 능력은 대단하다.


그리고 나는 매일 ‘동화책 읽어 주는 선생님’이 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동화책을 좋아한다. 하지만 대부분 부모님이 읽어 주기 때문에 집에서 보거나 혼자서 책을 읽는다. 그런데 유독 이번 줄기반 친구들은 동화책을 자주 가져왔으며 선생님책상 위에 올려놓고 읽어 달라고 한다.

아이들과 3년째 함께 지내고 있지만 이렇게 자주 동화책을 읽어 준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한 친구가 동화책 2권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고 하루에 3~4권을 읽어 주는 일도 많았다. 동화책은 주로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전 시간에 읽어 준다. 행여 시간이 모자라 책을 다 못 읽어 줄 때면 “2탄은 내일 읽어 줄게~”하는데 여간 아쉬워하는 표정이 아니다. 

자기가 가져온 책을 못 읽었을 때는 “선생님~ 내일은 꼭 읽어 주세요.”하고 교실에 책을 놔두고 간다. 아마 생일잔치를 하러 오셨다가 동화책을 읽어 주고 가신 부모님도 많을 줄로 안다. 내가 뭐 특별히 구연동화를 잘 한다거나 책 읽는 기술이 뛰어난 것도 아닌데 아이들이 동화책 읽어 주는 걸 좋아하니 더없이 좋기만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지막 특징인 도움지기. YMCA에는 각 반에 도움지기가 3명씩 있다. 도움지기는 말 그대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주로 물건을 나누어 줄때, 점심시간 급식 반찬을 나누어 줄때 그 능력을 발휘한다.

아이들은 남을 돕고 싶어한다.

아이들은 주로 급식 반찬을 나누어 주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도움지기가 되는 것을 좋아한다. 줄기반은 사물함 자리 순서대로 일주일 단위로 도움지기가 바뀌었다. 그런데 자기차례가 오기까지 몇 주를 기다리는 건 아이들에게 너무 긴 시간이었나 보다.

몇몇 아이들은 매일 같이 “선생님~ 나 오늘 도움지기예요?”, “선생님~ 나 도움지기 언제예요?”라고 물어본다. 그래서 2학기에는 도움지기를 매일매일 바꾸었고 조금 더 자주 자신의 도움지기 순서가 돌아오게 했다.

그래도 그런 질문을 하는 건 바뀌지 않았다. 그렇게 도움지기가 좋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뭐 남을 돕는 걸 좋아한다는 건 좋은 일이니까.


이런 재미난 기억들을 갖게 해준 줄기반 친구들이 1달 뒷면 YMCA의 제일 큰 언니 오빠가 된다. 지금도 자신들이 7살이 된다는 것에 부푼 기대를 안고 있는 것 같다. 보다 더 건강하고 보다 더 멋진 아이들로 자라리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선~생~님~”
“오늘은 날씨가 너무 춥단 말이야!”
“아~ 선~생~님~ 잔디밭 가자요? 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한창인 요즘, 점심을 먹고 난 뒤 아이들과 내가 거의 매일 벌이는 실랑이다. YMCA를 다녔던 친구들, 또 처음 YMCA를 다닌 친구들도 이제는 YMCA에 조금은 적응이 됐는지 오늘은 산에 가자며, 오늘은 잔디밭에 가자며 졸라댄다.


“얘들아 꽃이랑 나뭇가지 꺾으면 되나 안 되나?”
“안 돼요~”
“그래 꽃이랑 나무도 우리처럼 숨 쉬고 있어서 꺾으면 아프다이가..꺾으면 안 된다. 알겠제?”


활짝 핀 꽃들이 아이들 눈에도 참 예쁜지 한참을 꺾고 싶어 하다가 떨어진 동백, 벚꽃, 목련의 꽃잎을 주워 고사리 같은 손에 꼬옥 쥐고 줄기반으로 들고 들어 오곤 한다.

“선생님 입에서 봄 냄새가 나요”

목련 차를 마신 뒤 한 아이가 한 말이다. 어떻게 그런 말이 나왔는지 감탄할 수 밖에...아이들과 목련 잎을 주워 차 명상도 하고, 쑥 캐서 화전도 부쳐 먹고 산으로 잔디밭으로 온종일 뛰어다니다 보니 정말 몸으로 봄이 오는 것이 느껴지는 것 같다.

산이나 잔디밭으로 놀러 갔을때 공장장난감이 일체 없는(처음엔 너무 신기했다.) 우리 YMCA친구들은 알아서 장난감과 놀이를 만들어 논다. 잔디밭에 굴러보기(뒹굴기를 한날이면 옷 안에 지푸라기가 들어가서 온몸이 가렵다^^), 돌멩이·나뭇잎 등을 주워 소꿉놀이 하기, 나뭇가지로 땅을 파기 놀이, 밤·도토리 줍기, 죽은 지렁이 관찰하기 등등 모든게 아이들 장난감이고 놀이터가 된다.

“선생님! 선생님 이거 뭐예요?”
“아 이거? 도토리다”
“아~ 도토리.. 이거 선생님 줄께요”
“진짜? 선생님 줘도 괜찮나?”
“선생님 주려고 주웠는데요”

그 마음이 너무 예뻐 세상에서 제일 비싼 보석보다 더 값지고 빛나게 보였던 도토리를 선물 받았다.^^ 봄이 오니 아이들 웃음소리가 더 커진 것 같다. 진짜 봄이 오는 소리가 있다면 아이들에 맑은 웃음소리가 더 커지게 되는 것이 아마도 아닐까 싶다.

줄기반이 된지 약 한 달이 지났는데 내 생각 보다 훨씬 더 잘 적응 해주는 아이들이 대견하고 기특하다.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할 일 년이 두렵고 걱정스러운 마음 보다는 가슴뛰고 설렌다. 줄기반 앞으로 더 재밌고 신나게 잘~ 놀아보자 파이팅!! 사랑해 ♥♥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날씨가 화창한 봄 날이었습니다. 오늘은 아이들과 등산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중 시내반 선생님께서 같이 가자는 제의를 하였습니다. 시내반 아이들이 아직 어리고 선생님께서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잘 몰라서 같이 가기로 하였습니다.

아이들에게 (반월)산에 가는게 어떻겠냐고 물어보니 다들 너무 신이 나서 즐거워했습니다. 역시 아이들은 밖에 나가면 좋은가 봅니다.^^ 오늘은 시내반 동생들과 함께 가서 더 신이 났습니다.

평소 우리가 놀던 잔디밭을 지나고 MBC방송국쪽으로 올라가면 활을 쏘는 양궁장이 나옵니다. 잠시 활 쏘는 곳에서 아이들이 휴식을 했습니다.

다시 출발~! 활쏘는 곳에서 위쪽으로 쭉 올라갔습니다. 조금씩 올라가면서 벌레도 보고 벌레에게 물리기도 하고^^ 이름모를 풀들과 꽃들도 보았습니다.


"선생님 여기 산딸기 있어요." 
"우와 진짜 많네"
"선생님 먹어도 돼요?" 
"진짜 맛있다."


아이들이 산딸기를 따서 먹어보았습니다.  산에서 직접 따서 산딸기를 먹어본 친구들은 많지 않을 꺼라 생각됩니다. 아이들은 너도 나도 따먹으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산딸기 하나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 새삼 산에 올라가면서 느꼈습니다.
산길을 올라가다 아이들이 또 산딸기를 찾았다고 좋아합니다. 자세히 보니 산딸기와 비슷하게 생긴 뱀딸기였습니다.

"이건 뱀딸기 인데?" 
"선생님 이것도 먹어도 돼요?"
(먹어보더니) "이건 맛없다." 
"응 뱀딸기는 맛없네." 
"선생님 뱀딸기는 뱀이 먹어야 하지요?" 


큰 소리로 웃으면서 어느덧 산 중턱까지 올라갔습니다. 그곳에는 어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넓은 운동장이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조금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가방에 짊어지고 간 물통 두개를 꺼내어 아이들과 물도 마시고 올라오면서 따온 산딸기도 먹었습니다. 산에 넓은 운동장이 있으니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다니며 놀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산딸기도 뱀딸기도 모두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산딸기에 비하여 뱀딸기가 맛이 없어서 안 먹는 것이랍니다. 맛이 밋밋하여 아이들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뱀딸기를 이용해서 천연염색을 하면 예쁜 보라색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비가온 뒤라 그런지 유난히도 맑고 깨끗한 날이었다. 아침 출근을 하면서부터 오늘은 아이들과 바깥놀이를 가야겠다 마음먹고 YMCA로 향했다.


바깥놀이를 준비하는 나를 보고 영어 선생님께서 “오늘 줄기반 영어 11시죠??” 하고 묻는다.  아뿔사!!  영어수업이 있다는 사실을 깜박하고 바깥놀이를 계획했던 것이다.


영어선생님께 바깥놀이 가려고 했다고 여울반과 영어수업시간을 바꾸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니 영어선생님께서 잠깐 생각하시더니 그냥 계획대로 바깥놀이를 가라고 말씀하셨다.


앞 시간이 바다반인데 오늘 바다반 영어수업을 밖에서 하기로 했다며 줄기반도 밖에서 영어 수업하면 되겠다고 하셨다. 그거 잘됐다며 밖에서 만나자고 말씀 드리고 교실로 가서 줄기반 친구들에게 영어수업을 잔디밭에서 한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우리 친구들 마냥 좋아서 박수치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좋아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애들아~ 우리 만다라 하고 바깥 놀이 가자~”

“아네요. 싫어요. 지금 가요~”

“그래도 선생님은 만다라는 하고 갔으면 좋겠는데~”

“싫어요~ 싫어요~ 갔다 와서 하면 되잖아요.”

“밖에서 영어까지 하고 오면 점심시간이라 점심 먹어야 되는데...”

“그러면 만다라 밖에서 하면 되잖아요!!”

“아~!! 맞네^^ 그러면 되겠네~”


이렇게 간단한 방법을 왜 나는 생각 못했을까? 아무튼 줄기반 친구들의 의견대로 만다라를 잔디밭에서 하기로 하고 우리는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챙겨들고 잔디밭으로 향했다.
잔다밭 가는 길에 노래도 부르고 우리 친구들 잔디밭 가는 길은 항상 즐겁다.


잔디밭에 도착해서 먼저 영어 선생님을 만났다. 영어선생님은 잔디밭에서 게임을 하자고 하셨다. 게임이라는 말에 또 좋아한다. 친구들 손을 잡고 둥글게 서서 짝 짓는 게임을 하였는데 “One little Two little Three little Indian boys~” 노래를 부르며 동그랗게 돌다가 영어선생님이 영어로 숫자를 외치면 그 숫자만큼 친구들이랑 짝을 짓는 게임이었다.

나는 이 게임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줄기반 친구들은 영어선생님이 손가락까지 펼쳐 보이며 “three~ three~” 를 외치는 데도 우루루 한곳으로 모이거나 2명씩, 4명씩 모이는 등 갈피를 못 잡는 친구들이 더러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렇게 영어수업을 마치고 우리는 약속한대로 잔디밭에 엎드려 만다라 색칠을 하였다. 처음에는 마냥 놀기만 하고 싶다던 친구들도 만다라를 다 하고 자유시간을 갖자는 말에 열심히 한다.

자기 크레파스 통에 없는 색깔은 옆 친구나 선생님에게 빌려가며 만다라를 완성해가는 모습이 화창한 날씨와 함께 너무 예뻐 보였다. 만다라를 하다가 땅에 기어가는 개미때를 발견하고는 가만히 바라보기도 하고, 열심히 색칠하고 있는 친구에게 살짝 장난을 걸어보기도 하고, 지나가는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기도 한다.


이날 이후 줄기반은 가끔씩 만다라를 잔디밭에 나가서 한다. 교실에만 있기엔 너무 아까운것들이 바깥엔 너무 많기 때문이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이전페이지 1 다음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