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온 뒤라 그런지 유난히도 맑고 깨끗한 날이었다. 아침 출근을 하면서부터 오늘은 아이들과 바깥놀이를 가야겠다 마음먹고 YMCA로 향했다.


바깥놀이를 준비하는 나를 보고 영어 선생님께서 “오늘 줄기반 영어 11시죠??” 하고 묻는다.  아뿔사!!  영어수업이 있다는 사실을 깜박하고 바깥놀이를 계획했던 것이다.


영어선생님께 바깥놀이 가려고 했다고 여울반과 영어수업시간을 바꾸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니 영어선생님께서 잠깐 생각하시더니 그냥 계획대로 바깥놀이를 가라고 말씀하셨다.


앞 시간이 바다반인데 오늘 바다반 영어수업을 밖에서 하기로 했다며 줄기반도 밖에서 영어 수업하면 되겠다고 하셨다. 그거 잘됐다며 밖에서 만나자고 말씀 드리고 교실로 가서 줄기반 친구들에게 영어수업을 잔디밭에서 한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우리 친구들 마냥 좋아서 박수치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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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아~ 우리 만다라 하고 바깥 놀이 가자~”

“아네요. 싫어요. 지금 가요~”

“그래도 선생님은 만다라는 하고 갔으면 좋겠는데~”

“싫어요~ 싫어요~ 갔다 와서 하면 되잖아요.”

“밖에서 영어까지 하고 오면 점심시간이라 점심 먹어야 되는데...”

“그러면 만다라 밖에서 하면 되잖아요!!”

“아~!! 맞네^^ 그러면 되겠네~”


이렇게 간단한 방법을 왜 나는 생각 못했을까? 아무튼 줄기반 친구들의 의견대로 만다라를 잔디밭에서 하기로 하고 우리는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챙겨들고 잔디밭으로 향했다.
잔다밭 가는 길에 노래도 부르고 우리 친구들 잔디밭 가는 길은 항상 즐겁다.


잔디밭에 도착해서 먼저 영어 선생님을 만났다. 영어선생님은 잔디밭에서 게임을 하자고 하셨다. 게임이라는 말에 또 좋아한다. 친구들 손을 잡고 둥글게 서서 짝 짓는 게임을 하였는데 “One little Two little Three little Indian boys~” 노래를 부르며 동그랗게 돌다가 영어선생님이 영어로 숫자를 외치면 그 숫자만큼 친구들이랑 짝을 짓는 게임이었다.

나는 이 게임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줄기반 친구들은 영어선생님이 손가락까지 펼쳐 보이며 “three~ three~” 를 외치는 데도 우루루 한곳으로 모이거나 2명씩, 4명씩 모이는 등 갈피를 못 잡는 친구들이 더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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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영어수업을 마치고 우리는 약속한대로 잔디밭에 엎드려 만다라 색칠을 하였다. 처음에는 마냥 놀기만 하고 싶다던 친구들도 만다라를 다 하고 자유시간을 갖자는 말에 열심히 한다.

자기 크레파스 통에 없는 색깔은 옆 친구나 선생님에게 빌려가며 만다라를 완성해가는 모습이 화창한 날씨와 함께 너무 예뻐 보였다. 만다라를 하다가 땅에 기어가는 개미때를 발견하고는 가만히 바라보기도 하고, 열심히 색칠하고 있는 친구에게 살짝 장난을 걸어보기도 하고, 지나가는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기도 한다.


이날 이후 줄기반은 가끔씩 만다라를 잔디밭에 나가서 한다. 교실에만 있기엔 너무 아까운것들이 바깥엔 너무 많기 때문이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