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규칙정하기>



올해 아이들과 새롭게 6살 여울반을 맡게 되었다. 작년에 함께한 아이들도 있고 새로이 들어온 친구들도 있었다. 시내반 친구들과 씨앗반 친구들이 섞이고 새로운 친구까지 있다보니 Y를 잘 아는 아이들도 조금은 낯선지 처음엔 어색해 하였다.

우리 무슨반? 하고 물어보면 아직도 씨앗반이라고 하기도 하고 또는 무슨반인지 몰라 헤매기도 하였다. 그런 아이들과 우린 제일 먼저 공동체를 세 그룹으로 나누고 각 공동체의 이름을 정하기로 하였다. 단, 조건은 TV프로그램이나 장난감 이름은 제외하는 것이였다.

"공동체 이름은 선생님은 정해 주는게 아니라 너희 각 공동체 친구들이랑 의논해서 정하는거다. 뭘하면 좋은지 한번 의논해봐"

하지만 아이들은 그저 내눈만 뚫어져라 쳐다보고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이름을 외쳤다.

"선생님 나 키티~~"
"안해 나는 그거 안해."
"나는 공룡의 왕 할꺼다"
"아니, 선생님 보고 이야기 하지 말고 너희들 각 공동체 친구들끼리 의논해서 이름이 정해지면 이야기하자.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TV에 나오는 제목이랑 장난감 이름은 빼구"

그제서야 자기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더니 한 공동체에서 "우린 공룡"하는 것이었다. 그렇게해서 우리는 공동체이름을 공룡, 나비, 포도로 지었다.


2~3주가 지나고 나서 우리 아이들과 조금 익숙해질 무렵 이젠 여울반만의 규칙을 정하기로 하였다.

"이제 우리 여울반의 규칙을 정해야겠다. 선생님이 하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 규칙을 정하고 우리 모두 약속을 지키는거야. 어때?"
"나, 못해요. 그거"
"처음엔 좀 힘들긴하지만 지금처럼 책상에도 올라가고 친구랑 싸우고 그럼 선생님이 계속 속상할꺼 같은데"

처음 6세 여울반을 맡을때 생각한건 아이들이 할 수 있든 없든 가급적이면 모든걸 스스로 하게끔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규칙도 각 공동체에게 종이 한장을 주고 그 공동체만의 규칙을 정해서 모두 함께 지키는 것으로 하였다.

3월달 6살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아이들이라도 생각을 정리해서 한 장의 종이에 적어보자고 하는 나의 요구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었다. 이들이 아무것도 못하고 약간의 정적이 흘렀을때,

"음, 위험하게 책상에 안올라가는 것도 있을 수 있을꺼고, 공장장난감 안가져 오는것도 있을 수 있고 뭐 그밖에도 많지."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기요"
"그래, 맞아. 그것도 좋네."
"계단에서 안뛰기요"
"그래, 그것도 적으면 되겠다."

그렇게 해서 각 공동체는 나의 약간의 조언(?)을 받아 규칙을 정했다.
책상에 올라가지 않기, 친구랑 싸우지 않기, 의자에서 뛰어 내리지 않기, 계단.창문에서 뛰지 않기, 공장장난감 안가지고 오기, 친구때리지 않기, 수업시간에 뛰어다니지 않기, 나쁜말 쓰지 않기, 친구놀리지 않기다.

아직까지도 그 규칙들은 안 지켜질때가 더 많다. 하지만 아이들은 약속에 대한 의미는 명확하게 알게 된거 같았다. 오늘 점심먹고 체육선생님이 안계시니 3층 체육실에 놀러 가면 안된다고 했는데 2~3명이 놀러갔다.

내가 아이들을 나무랐더니, 한 아이가 이렇게 말 한다.

"선생님이 오늘은 놀러가면 안된다고 했는데 다음엔 가지마라. 위험하니까" 
"그래,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

그래, 약속이 뭔지만 안다면 비록 잘 지켜지지 않을지라도 이정도면 충분하다며 내 얼굴엔 자꾸 미소가 번진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씨앗반은 YMCA에서 가장 어린반입니다. 우리 나이로 네 살, 다섯 살 아이들이 한 반에 모여지내고 있습니다.


<씨앗반 아침 인사 노래 >
안녕~ 안녕 ♩♪ 선생님 안녕 ~ 안녕 친구들 오늘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안녕~♬안녕 안녕~ 오늘은 3월 11일 수요일입니다.~
일주일은 7일입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오늘은 수요일 내일은 목요일 일주일은 7일입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바깥 날씨를~ 알아봅시다.
오늘은 햇님이 반짝반짝 ~♬


“씨앗반 아침 인사하자”
“오늘 우리 잔디밭 나가자~”
“와~선생님 오늘은 중국에서 나쁜 먼지(황사) 안 와요?”
“응~ 오늘은 중국에서 나쁜 먼지 안 온다.”


앞 주에 아이들하고 잔디밭 가려고 생각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신문을 보니 전국적으로 황사가  있다고 해서 포기한 적이 여러번 입니다.

아이들에게 중국에서 나쁜 먼지가 와서 잔디밭 못 간다고 이야기 하고 다른 수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아쉬움이 아이들에게 많이 컸나봅니다. 잔디밭 나간다고 하니 대번에 아이들이 나쁜 먼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이가 어려서 밖에도 많이 못나가고, 황사가 있어서 밖에 또 못 나가고~ 암튼 아이들 몸이 근질근질 해 질 때가 됐습니다. 오
늘은 황사도 없고,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아주 날씨가 맑았습니다.


<10시 30분>

“씨앗반 선생님이 이름 부르면 한 명씩 신발 신고 복도에 한 줄 기차합니다.”
 
아이들이 실내화를 벗고 신발을 신고 복도에 한 줄 기차합니다. 2~3명 정도 아이들이 밖으로 나갈 때는 아주 평화롭습니다. 하지만 5명이상 밖으로 나가면 평화가 서서히 깨집니다.

"비켜라  여기 내 자리다"
"야 ~ 밀지마라" 하면서 금새 난리가 납니다.^^


아이들을 밖으로 다 보내고 제가 신발을 신고 한 줄 기차를 합니다. 아이들을 계단에 앉히고 한명씩 이름을 부르면 엘리베이터에 탑니다. 처음에는 괜찮습니다. 그러나 다섯 명이상 들어가면 또 평화가 깨집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버튼을 서로 누르려고 실랑이 합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서로 빨리 내리려고 실랑이 합니다. 물론 못 내리게 하죠^^ 한명씩 이름을 부르면 계단으로 내려갑니다.

드디어 YMCA 현관 앞에 씨앗반 친구들이 다 모였습니다. 과연 몇시 일까요? 시계를 보니 10시 50분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



씨앗반 잔디밭으로 출발~

잔디밭 가려면 골목길을 지나가야 합니다. 가다보면 대문 사이로 강아지 한 마리가 보입니다. 강아지를 보자마자 “강아지야 안녕” 인사도 하고  “멍멍~ 멍멍” 소리내기도 하고 ~ 슈퍼마켓도 구경하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물건도 만져보기도 하고 가게 앞에 있는 평상에도 올라가보기도 하고, 오토바이도 만지고, 씨앗반 친구들에게는 모든 것이 신기했습니다.

과연 잔디밭에 도착한 시간은 몇~시일까요? ^^ 11시 5분이었습니다. 잔디밭까지 오는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아이들이 노는 시간은 금방 가버렸습니다. 잔디밭에서 “우리 집에 왜 왔니” 놀이도 하고 약간 오르막에서 데굴데굴 구르기도 하고, 달리기, 술래잡기도 하고 꽃도 보고, 개미도 보고, 나무도 보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나온 나들이가 아이들에게는 마냥 신나했습니다. 씨앗반 우리도 이제 중국 먼지 없는 날 자주 밖에 나가자~^^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황사가 없는 날 아이들과 함께 잔디밭과 놀이터는 많이 가서 산에 올라가기로 했다.
 
"오늘 산에 갈래?"
"놀이터 가면 안되요?"
"놀이터는 많이 갔다이가... 오늘은 날씨도 좋은데 산에가자.. 가서 쑥도 뜯고 놀다가 오자.."
"네~~알겠어요~"


밥을 먹고 산에 갈준비를 했다.. 먼저 집에 바로 가려고 가방도 챙기고 출석카드도 챙겼다.. 한사람씩 인사를 먼저한다음에 1층에 가방을 두고 산으로 갔다.
도 챙기고 물도챙겨서.....
올라가는 도중에 ..

"선생님 왜이렇게 힘들어해요...우리는 이길 다알아서 하나도 안힘든데..."

"선생님은 처음이다이가.. 그니까 힘든거지.. ㅋㅋㅋ"

"아..나는 하나도 안힘든데.."

"좋겠다.. 선생님도 조금만 더 다니면 하나도 안힘들꺼다"



올라가다 중간에서 잠시 쉬었다가 가기로 했다.


"여기서 조금만 쉬었다가 갈까?"

"아니요.. 우리는 다올라갈수있어요.."

"진짜가..? 진짜 멋쟁이네.."

"당연하지요... 근데 나 물이 먹고싶은데 참고있어요.."

"왜? 목마르면 물 먹어라, 줄까?"

"아니요...."

"왜?"

"나는 꾹 참았다가 다올라가면 먹을꺼예요..."

"진짜가 선생님은 물먹어야되겠다.."

"산에 다올라가서 물마시면 얼마나 좋은데요..기분이 상쾌해요.."

"니 상쾌하다는 말도 할줄아나?"

"네.. "


그렇게 아이들과 산꼭대기까지 다시 올라가기로 했다.
더운지 아이들은 한명씩 옷을 벗기 시작했다. 허리에 묶어서 가는 아이들도 있고 더운데도 옷을 벗지않고 끝까지 참고 올라가는 아이들도 있었다. 산에 올라가자 아이들은 신이나서 뛰어갔다.


"그렇게 뛰어가다가 넘어진다. 조심해서 걸어서 가세요."

"괜찮아요. 우리는 안넘어져요."

"진짜가 ? 그래도 조심해라 ㅜㅜ 다치면 선생님 마음 아프다 ."

(말도 없이 쌩~~ 달려가버린다)


물도 달란 소리 안하고 놀기에 바빴다.


"열매반. 물먹고 노세요."

"아맞다.. 나 목말라요 이제 다 올라왔으니까 물주세요."

"나도나도나도나도"

"그래 차례지켜서 물마셔라"


아이들은 훌라후프로 돌리기도 하고 큰 돌에 올라가서 놀기도 했다.


"선생님~~~열매반 선생님.."

"응? 왜요?"

"나보세요 . 나여기 올라왔어요"


이야기하면서 손을 흔든다음 자랑스럽게


"선생님 사진찍어주세요."

"알겠다 선생님 디카 안들고 왔으니까 핸드폰으로 찍어 줄께."


 

아이들의 사진을 다 한장씩 찍어주고 한참을 재미있게 놀다가 배가 고프다고 한다.


"선생님 조금 전에 밥먹었는데 또 배고파요ㅜㅜ"

"진짜가 근데 선생님도 배고프다ㅜㅜ"

"선생님 많이 먹었잖아요.."

"부끄럽다. 많이 먹은거 말하지마라 ㅜㅜ"

"ㅋㅋㅋㅋㅋㅋㅋㅋ(한참을 웃는다)"


아이들은 산에 왔다는 뿌듯함보다 산에 올라가서 노는게 더 좋은가 보다.
한아이도 다치지 않고 힘들다는 소리도 하지 않고, 산에 다 올라와서 너무 기분도 좋고 마음이 편했다. 그리고 한편으론 너무 고마웠다. 아이들과 신나게 놀고 이제 내려갈 시간이 되었다.
 

"열매반~~~~우리이제 집에가자~~~"

"아~왜요 .. 좀 더 놀다가요.."

"우리 지금 내려가면 시간딱맞는데..?"

"내려가는데는 얼마 안걸리잖아요.."

"그건 그렇다 그러면 우리 5분만 더 놀다가 가자^^"

"에이~~10분이요~~"

"차 늦게 타서 너희 못타면 어쩔래..?"

"에~맞네...."

"그래~~ 그러니까 우리 5분만놀다가 가자^^"

"네~~~~"


아이들과 5분동안 놀았는데 1분처럼 금방 금방 지나갔다

웃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너무 좋았다.


"이제 5분놀았다. 내려가자~"

"네~~~선생님 한줄기차 할까요?"

"한줄기차말고 두줄기차하자^^ 전부다 짝지 알제?"

"네~~~ "

"그러면 한번 줄서봐바.."


아이들은 알아서 줄도 다 잘 선다.


"열매반 내려갈때는 조심해서 내려가야되죠? 뛰면 되요 안되요?"

"안되요~~~~"

"맞제..^^ 그러니까 조심히 내려가자^^"

"네~~~~^^"


내려 올때도 아이들은 한명도 다치지 않았다.
엉덩 방아를 한번씩 찍긴했지만 씩씩하게 다시 일어나서 웃어주었다. 그렇게 아이들손을 씻기고 물을 먹은다음 차에 태워서 집에 보냈다. 산에 가니 기분도 너무 상쾌했고, 올라갈때 아이들이랑 이야기 할시간도 많이 있어서 너무 좋았다. 산에 자주 와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사랑스러운 열매반 친구들이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어느날 점심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 밥 더 주세요”“계란찜 더 주세요” “맛있제? 맛있제?”라며 아이들과 맛나게 점심을 먹고 있었지요. 그때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교실 문을 열었더니 세상에 수돗가에 물이 폭포처럼 아니 용이 불을 뿜듯이 물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열매반선생님은 “어떻해요 어떻해요”를 외치고 계시고, 옆에 있던 아이들은 어떤 사태인지 파악도 못하고 “와~”환호성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물이 뿜어져 나오니 신이 난 것이지요.


한 친구가 수도꼭지를 만지다가 돌아가는 것을 발견하고는 계속 돌리면서 풀었던 것이지요. ‘설마 아이들이 이걸 풀진 않겠지?’ 생각하고는 그냥 놔뒀었는데 설마가 진짜가 되었던 것입니다.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반사작용으로 재빨리 수돗가로 달려갔습니다. 달려가면서 어떻게 처리해야하나 갖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손으로 막아야겠지?’ ‘아빠선생님은 출장 가셨는데 그 다음은 어쩌지?’ ‘메인 밸브를 잠궈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일단 달려가 손으로 물을 막았습니다. 그런데 막는다고 막아지겠습니까 물은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얼굴이며, 옷이며, 양발, 신발 다 젖고 있고, 물은 복도로 계속 쏟아지고 정말 난감했습니다. 그래도 손으로 이리저리 막으니 하수구멍으로 흘러들게 할 수 있었습니다.


열매반선생님께 이렇게 막으라며 넘기고 아빠선생님께 전화를 하였습니다. 메인 벨브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아빠 선생님께서 1층 간사님께 말하면 해주실 거라고 일러주셔 간사님께 알렸습니다.


물은 펑펑 쏟아지는데 양이 어찌나 많은지 끝내는 수돗가가 넘쳤습니다. 바가지로 퍼내고 대야를 가져오고 그러고 있으면서도 이 모습이 어찌나 우습던지요.

 

그때 여울반선생님이 오셨습니다. 그 수도꼭지를 돌린 친구가 신이 나서 왔더랍니다. “선생님 폭포예요 구경오세요” 이러면서 말이지요.

 

역시 여울반선생님은 엄마선생님이셨습니다. 1층 간사님이 벨브를 잠그러 간 사이 수도꼭지를 보시더니 일단 바가지로 물을 막고, 물이 펑펑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불구하고 수도꼭지를 돌려 막아버리셨습니다. 원더우먼이 따로 없었습니다. 역시 엄마는 못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선생님들은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 뒤 늦게 구경 온 아이들은 “에이~ 나는 못 봤는데”라며 아쉬워했습니다. 그럴 만도 하지요. 그 재미난 구경을 못 했으니 말이지요.



이제 사태는 수습됐고, 정리를 하여야했습니다. 그래서 그 친구를 불렀습니다.

“00아 그거 왜 돌렸는데?”
“그냥요”
“(에휴~)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그래도 잘못은 했으니깐 니가 정리해야겠제?”
“네”


그래서 걸레를 주었습니다. 선생님들과 쓰레받기로 바닥에 물을 퍼고, 걸레로 닦고 있었지요. 한 친구가 오더니 자기도 하고 싶다고 합니다. 좋다고 했더니 어디서 걸레를 구했는지 너도나도 들고 나와 바닥에 물을 닦았습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재미난 놀이의 하나로 걸레질을 했습니다. 일이 놀이로 승화한 것이지요. 그렇게 걸레질을 하는 아이는 걸레질을 하고, 옆에서 구경하는 친구들은 목이 터져라 외쳐댔습니다.


“000 힘내라! 000힘내라!”

친구들의 응원에 아이들은 더욱 신난 아이들은 더욱 열심히 걸레질을 했고, 정말 순식간에 바닥은 원래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이 대견한 아이들로 인해 이 사태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 대단하지요? 아기스포츠단의 하루하루는 재미난 일들로 가득합니다.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Posted by 골목대장허은미
 

★ 선생님 바람 피는게 뭐예요?


민  지 : 선생님, 근데요 바람피는게 뭐예요?

숙희샘 : 왜?

민  진 : 있잖아요~ 우리집에 그리스로마신화있는데요

         거기에 헤라가요 바람 핀다고 계속 싫다고 해요.

         근데 바람피는게 뭐예요?

숙희샘 : 하하하~ 바람피는게 뭐냐면

         (마침 송문이가 그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만약 민지가 송문이랑 결혼했잖아

         그런데 송문이가 다른 여자를 좋아하는거야. 아니면 민지가 다른 남자를 좋아하는 거. 그럴때 바람핀다고 해.

민  지 : 아~ 그래서 헤라가 바람핀다고 싫다고 하는구나.

숙희샘 : 그래~ 하하하.


★ 기억하고 있어요


대  현 : 선생님~ 나요 내일 원석이랑 스키장타러 가요.

숙희샘 : 와~ 좋겠네. 그럼 대현이 가족이랑 원석이 가족이랑 다 같이 가나?

대  현 : 네

숙희샘 : 이야~ 그럼 대현이랑 원석이랑 스키캠프 가서 배운거 하면 되겠네.

대  현 : 네~ 그래서 저는 스키캠프 가서 배운거 하나도 안 잊어먹고 꼭(팔을 껴안으며) 기억하고 있어요




도움지기

유  한 : 선생님~ 조준성이 나 밀었어요.
숙희샘 : 이이고... 그랬어? 그래서 기분이 안좋아?
유  한 : 네
숙희샘 : 그러면 선생님이 어떻게 해줄까?
유  한 : 도움지기 시켜주지 마세요.
숙희샘 : 하하하~
(한이와 준성이는 도움지기 하는걸 아주 좋아한답니다.)

데이트
 

성  준 : 야~ 나중에 내랑 데이트하자.

민  지 : 아네~

성  준 : 히히히~ 한번만 데이트 하면 되잖아.

민  지 : 안할거다.

숙희샘 : 하하하~ 성준아, 민지가 좋아?

성  준 : 흐흐흐~ 네.

숙희샘 : 근데 데이트가 뭔지는 알고?

성  준 : 네~

숙희샘 : 데이트가 뭔데?

성  준 : 남자하고 여자하고 만나서 노는거요.

숙희샘 : 하하하~ 그래 맞다맞다.


검정콩

세  현 : 선생님~ 검정콩 먹으면 머리가 까매진데요.

숙희샘 : 누가 그래??

세  현 : 엄마가요.

숙희샘 : 아닌데~ 선생님은 콩 먹으면 머리가 똑똑해 진다고 알고 있는데.

세  현 : (웃으며) 흐흐흐~


갈색머리

송  문 : 야! 니 염색했나?(머리를 만지며)

서  진 : 아니

송  문 : 했는거 같은데

서  진 : 아닌데.

        선생님~ 나요 머리 염색한거 아닌데요 원래 갈색이예요.

숙희샘 : 어~ 그래, 송문아. 서진이 머리 원래 그런거야~


※ '마주 이야기'는 아이들이 말을 하고 싶을 때, 제대로 잘 들어주는 교육입니다. 아이 말을 들어준다는 것은 아이의 모든 것을 다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 일 입니다. 아이의 말을 들어준 만큼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고 자신감을 얻게 된다고 합니다.

마주이야기는  “순수하고 기발한 아이들의 생각주머니를 키워줄 수 있다 ”고 합니다. 기발하고 재미있는 아이들의 마주이야기를 공개합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지환: 선생님 나 아침에 엄마 때문에 화났어요.
은미샘: 왜??
지환: 내 마음은 내 마음이고, 엄마 마음은 엄마 마음인데, 
        내 마음은 내 마음대로 해야되는데 자꾸 엄마 마음대로만 해요
은미샘: 맞네~ 맞는말이네. 엄마가 어떻게 했는데?
지환: 나는 어제 늦게 자서 아침에 더 자고 싶은데
        엄마가 일어 나라고 내 엉덩이를 꼬집었어요!

은미샘: 그랬구나~ 더 자고싶었어?
지환: 네
은미샘: 엄마는 지환이가 일어나서 YMCA가야 되니깐 그랬을거야
           다음부터는 일찍자~ 그럼 엄마한테 엉덩이 안 꼬집힐걸~^^

지환: 네~


아이들은 어른들이, 어른들 마음대로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침에 아이를 깨우는 엄마가 아이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했기 때문이겠지요.

아이는 늦잠을 자는 이유가 분명합니다. 바로 "어제 늦게 자서" 오늘도 늦게 까지 자겠다는 것 입니다. 아이를 일찍 깨우려면, 늦게까지 자고 싶은 아이 마음을 돌리던지 아니면, 아이가 스스로 결정한 것 처럼 늦게까지 자도록 내버려 두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마음 먹은대로 늦잠을 자고 하루쯤 YMCA에 결석을 한다고 큰 일이 나지도 않았을 거고, 아이는 자기 결정능력을 키울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것도 스스로 체험을 통해 배울 수 있었을 것 입니다.

※ '마주 이야기'는 아이들이 말을 하고 싶을 때, 제대로 잘 들어주는 교육입니다. 아이 말을 들어준다는 것은 아이의 모든 것을 다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 일 입니다. 아이의 말을 들어준 만큼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고 자신감을 얻게 된다고 합니다.

마주이야기는  “순수하고 기발한 아이들의 생각주머니를 키워줄 수 있다 ”고 합니다. 기발하고 재미있는 아이들의 마주이야기를 공개합니다.


Posted by 골목대장허은미

★ 선생님 머리 마빡이 ★

아침 차량 운행을 마치고 교실에 들어갔는데

희제 : 하하하하 선생님~~~

연주샘 : 왜 희제야??

희제 : 하하하하 선생님 머리가
&^*%$*
연주샘 : 아~~ 머리띠 하고 왔다.

희제 : 하하하하 마빡이 같아요

연주샘 : T.T 야~~~


★ 아 ~ 골드키위요~ ★
은하수 차 안에서 민재와 이야기를 하다가

연주샘 : 민재야 왜 이렇게 피부가 하얗노!!

민재 : 선생님은요?

연주샘 : 선생님 피부는 조금 누리 끼끼하다 아이가.

민재 : 아~~ 그럼 골드키위처럼요!!

연주샘 : 어 그러네..^^ ㅋ ㅋ 정말 멋진 말이다^^;



*** YMCA 아기스포츠단에서는 <들어주자 들어주자>라는 책을 쓰신 박문희 선생님이 주창하는 '마주이야기'교육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주 이야기 ’는 아이들이 말을 하고 싶을 때, 제대로 잘 들어주는 교육입니다. 아이 말을 들어준다는 것은 아이의 모든 것을 다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 일 입니다.

아이의 말을 들어준 만큼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고 자신감을 얻게 된다고 합니다. 마주이야기는  “순수하고 기발한 아이들의 생각주머니를 키워줄 수 있다 ”고 합니다. 기발하고 재미있는 아이들의 마주이야기를 공개합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최근 이런 저런 사정으로 아이들과 바깥놀이를 많이 못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이야기 나누기를 하면서 아이들 의견 물어보았습니다.

“여울반 오늘 바깥놀이를 할껀데 너희들 생각은 어때?”

“아~싸 좋아요.”

“선생님 그러면 어디 갈꺼예요”

“놀이터요” “산에가요” “잔디밭 가요” “산책해요” “우리동네 놀이터 가요” “안 덥고 시원한데 알고 있어요”^^

아이들과 다수결로 의견을 모아 오늘은 놀이터로 가기로 했습니다. 내일은 잔디밭 그 다음날은 산에 가기로 했습니다.

놀이터를 향해 가면서 가을하늘도 쳐다보고 바람도 느끼고 햇빛도 쬐고 오래간만에 아이들과 함께 느껴보는 여유였습니다. 골목길 사이로 아이들 웃음소리, 이야기 소리로 가득했습니다.


아이들은 놀이터에 도착하자 누구랄 것도 없이 “야~~~”하면 함성을 지르며 좋아했습니다.


미끄럼틀도 타기, 돌돌돌 미끄럼틀 위에 모래뿌리기, 돌돌돌 미끄럼틀 친구랑 같이 내려오기, 줄 잡고 올라가기, 줄 안잡고 뛰어 올라가기, 소꿉놀이, 식당놀이(가게놀이), 배달놀이, 모래놀이, 술래잡기, 사진 찍기 놀이, 놀이터 기구 위에 올라가기 .......

놀이기구가 아니어도 놀이터에서 할 수 있는 역할놀이와 상상놀이들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아이들이 놀면서 선생님을 많이 외칩니다.


“선생님은 손님하세요 어떤 음식 먹고 싶어요?”

“만두 먹고 싶어요 배달 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여기 와 보세요”

“선생님 이거 주웠어요”

“어 그래, 이쁘다. 어디서 주웠는데??” 


처음에는 자기들 놀이에 끼워주기도 하고 관심도 가져줍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선생님은 아랑 곳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놉니다. 그래서 놀이터에 가면 선생님은 가끔 심심할 때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이들 스스로 놀이에 몰입하고 놉니다. 그때쯤 되면 아이들에겐 선생님 목소리도 안 들립니다.

“여울반 이제 밥 먹으러 가자~·”

“ ......”
(좀 더 큰소리로)“여울반 이제 와이에 가자~~”

“안해요, 싫어요.”

“이제 밥 먹어야지!!”

“조금만 더 놀아요~~”

“너희들은 배 안고프냐!! ”

“네..~~배 안고파요.”

“선생님 더 놀다가요” “많이 놀았잖아...”

(아이들이 내 바지를 잡고) “선생님~~조금만 더~~잉!~~”

(어쩔 수 없이) “그래 그러면 5분만 더 노는거다~~”



아이들은 5분 이라는 시간을 아는지 다같이 “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날은 1시간 30분동안 놀이터에서 놀다 와이에 들어왔습니다.

그래도 아쉬워 하는 여울반 친구들... 열심히 놀았던 탓인지 밥도, 반찬도, 국도 뚝딱 해치웠습니다. 에너지가 넘치는 여울반 친구들 파이팅 입니다.
 

※ 해가져도 저녁 밥 먹을 때가 되어도 엄마가 불러도 친구들과 더 놀고 싶어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놀던 어린 시절 생각이 나시는지요. 요즘 아이들도 이렇게 충분한 시간을 주면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놀이에 몰입하여 놀 수 있답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걸어서 바다까지, 걸어서 갯벌 까지

유달리 따뜻했던 금요일! 아이들과 봉암갯벌까지 모험놀이를 다녀왔습니다. 일곱 살 아이들이 두 발로 걸어서 다녀왔답니다. YMCA에서 봉암갯벌까지 가려면 아이들 걸음으로 한 시간 반 가량걸립니다.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걷다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로 아이들의 걸음을 멈추게하기 때문이지요.

며칠 전부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봉암갯벌까지 걸어서 갈텐데 힘들수도 있다고 말이지요. 어른들도 힘든 여정 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놀러간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신이 났습니다.

"선생님! 나는 씩씩해서요 그런 거 쯤은 하나도 안힘들어요. 뛰어서도 갈 수 있어요"

 정말 씩씩한 아이들 입니다. 무조건 갈 수 있으니 꼭 가자고 성화입니다. 저희반 이름이 '바다반'이라, 아이들에게 바다까지 걸어서 가는 일은 더욱 특별하고 신나는 일 입니다. 일곱 살 아이들은 단지 '바다'라는 글자가 같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거든요.

그렇게 힘을 내서 아이들과 다녀오기로 약속했습니다. 아이들은 준비물로 여벌옷과 신발 한결레, 물을 챙기고 저는 주먹밥을 준비하기로 하였습니다. 여벌옷은 뭐한다구요? 혹시나~갯벌에서 진흙놀이 하다가 다 젖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지요.

드디어 기다리던 금요일 아침, "바다반 화이팅!!"을 외치고 출발~ 
신난 아이들 입에선 노래가 흥얼흥얼 흘러나옵니다. 아빠선생님도 같이 따라가 주셨습니다. 제가 앞장서고, 가운데는 아이들, 그리고 맨 뒤에는 아빠선생님이 아이들을 살피며 함께 걸어갔습니다. 

공설운동장을 지나고, 홈플러스를 지나고, 신세계백화점 앞 육교도 건넜습니다. 신호등도 건넜습니다. 신호등을 건널 때는 정신을 빠짝차려야 합니다. 아이들에게도 한눈팔지 말고 건너야한다고 일러줍니다. 그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장난치다 초록불이 빨간불로 금새 변해버리기 때문이지요.

15분쯤 걸었을 때 삼각지공원이 나왔습니다. 가는 길에 있는 유일한 공원이기에 아이들보고 쉬어가자 말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반응은 의외였습니다.

"선생님 쉬었다가면 힘들어져요. 그냥가요"
몇 번이고 물어봐도 그냥 가자고 합니다. 아이들이 공원을 마다하다니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정말 봉암갯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입니다. 

사십분쯤 걸었을 때 아이들이 쉬자고 하였습니다. 힘드냐고 물어보니 전혀 힘들지는 않지만 잠깐 쉬었다가 가자고 합니다. 정말 귀여운 녀석들이지요. 그렇게 걷다가 힘들면 잠깐 멈춰 서 거리에 떨어진 나뭇잎을 하늘로 날려보고, 물도 마시고 하였습니다.

한시간 반쯤 걸었을 때 봉암 다리 옆으로 바다가 보였습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기쁜지  "바다다!!"외쳐 댔습니다. 얼마나 좋았을까요. 저 또한 그렇게 바다가 반가울 수 없었습니다. 

바다를 보며 갯벌이 있는 곳까지 건는데 어디서 힘이 솟아났는지 또 다시 노래소리가 들립니다. 도로의 씽씽 달리는 자동차들도 우리 노래를 막을 수 는 없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주먹 밥

드디어 봉암갯벌도착!!

가방을 풀고 싸온 주먹밥을 먹기 전 기도를 하였습니다. 항상 감사함의 기도를 하고 밥을 먹는데, 아이들의 표정만 보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진정으로 주먹밥을 먹을 수 있음을 감사하다는 것을 말이지요. 

주먹밥은 완전 꿀맛이었습니다. 이 세상 주먹밥을 다 먹어보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걸어서 바다까지 가서 먹은  주먹밥이 "세상에서  최고로 맛있는 주먹밥"이라고 하더군요.

평소 편식 없이 뭐든 잘먹는 아기스포츠단이지만(물론 몇 명은 예외지만^^)이 날은 싸온 깍두기까지 한숟가락씩 퍼먹었습니다. 

봉암갯벌에는 갯벌을 지키는 관리인이 있었는데, 갯벌을 보호하기 위해 안으로는 들어가면 안된다고 일러주었습니다. 갯벌에는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는데 땅을 사람들이 밟으면 딱딱해져 생물들이 살 수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순간 이를 어쩌나 난감하였습니다. 갯벌에서 놀자고 여벌옷에 운동화까지 하나씩 더 들고 왔는데 말이지요. 아이들도 아쉬운지 설명을 해주어도 "왜 들어가면 안되요?" 하고 계속 물어옵니다.

그래도 다행이 봉암갯벌 측에서 구경오는 사람들을 위해 대나무로 만든 피리를 만들 수 있게 해주어 진흙놀이 못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바다까지 걸어서 다녀왔습니다. 사실 어른인 저도 다리가 아파 속으로는 '아~ 힘드네'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갯벌에서도 끝까지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대단하다 생각했습니다. 체력이 정말 좋은 아기스포츠단입니다. 이제 우리는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은 어디로 떠날까요?

Posted by 골목대장허은미
 1학기때 부터 아이들 식사지도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다름이 아니라 아이들이  밥 먹다 말고 화장실을 가고, 물마시고 하는 것 때문에 점심시간이 많이 산만하였다. 밥먹기 싫으면 한두 숟갈 먹다 말고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밖으로 나가기 일쑤였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밥을 제자리에서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한 학기가 지나갔다. 혼내고 달래는 것으로 고쳐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름연수를 하던 날 선생님들과 사례나눔을 하면서 의견을 나누던 중 아이들과 규칙을 정한 후 그 규칙을 실천하도록 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제안이 나왔다.
마음에 담아 둔 후 2학기가 되면 꼭 우리 반에 적용을 시켜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개학을 한 후 약 2주 동안 숲속학교를 진행하느라고 마음먹은 대로 바로 적용해보지 못하고, 교실 수업을 시작하는 9월이 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아이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날이 왔다. 어느날 아침, 아이들에게 '시내반 규칙'을 정해보기로 하자고 했다. 아이들이 주도적이기는 어려워 내가 먼저 점심식사와 관련된 규칙을 아이들에게 제안하였다.

"밥 먹기 전에 물을 마시고 오고, 밥 먹다 물 마시지 않기."

"밥 먹기 전에 화장실 다녀오고, 밥 먹다 화장실 안가기."


아이들에게 만약 규칙을 어겼을때는 어떻게 할까?하고 물었더니 모두들  “꿀밤을 맞기로 해요” 하고 이야기 했다. 규칙을 정한날 점심시간이 되었다. 첫날이라서 그런지 아이들이 잘 지켜주었다.
 

둘째날 아이들이 잊어버리고 있을까봐 밥 먹기전에 먼저 물을 마시고 화장실 다녀오라고 말을 해주었다. 둘째 날도 역시 밥 먹다말고 나가서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없었다.

 

조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이 밥 먹다 말고 밖으로 나가지 않아서 뿌듯하기도 하였지만, 아이들이 함께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며 정한 규칙을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셋째날도 역시 아무도 규칙을 어기지 않고 잘 지켜주었다. 점심시간마다 밖으로 왔다갔다
하는 아이들 때문에 고민이었는데, 이젠 밥 먹는 시간이 너무나 즐겁다.


솔직히 아이들과 함께 규칙 정하기를 실제로 해보기 전에는 과연 다섯살 아이들이 얼마나 규칙을 잘 지킬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다.

아이들도 스스로 정한 규칙은 지킨다.

일전에
간디학교의 학생들이 스스로 규칙을 정해서 담배를 끊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고등학생이었으니 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시내반 아이들이 스스로 참여해서 정한 규칙을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즐겁고 뿌듯했다.


점심시간 규칙을 정한후 약 2달이 지났지만 아직 어긴 아이들이 없다. 간혹 물마시고 싶다고 시험(?)에 드는 친구도 있지만 단호하게 밥을 다먹고 가자고 이야기 한다.

옆 자리 친구들도 "밥 다먹고 물 먹어야 한다."하고 선생님 편이 되어 준다.

지시하고 가르치지 않는 것, 아이들이 마음을 모아 정하는 약속에는 그것을 지키려는 힘이 담긴다는 것을 배웠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배운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시내반 담임으로 일하던 2007년 10월에 쓴 글입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