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바다까지, 걸어서 갯벌 까지

유달리 따뜻했던 금요일! 아이들과 봉암갯벌까지 모험놀이를 다녀왔습니다. 일곱 살 아이들이 두 발로 걸어서 다녀왔답니다. YMCA에서 봉암갯벌까지 가려면 아이들 걸음으로 한 시간 반 가량걸립니다.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걷다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로 아이들의 걸음을 멈추게하기 때문이지요.

며칠 전부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봉암갯벌까지 걸어서 갈텐데 힘들수도 있다고 말이지요. 어른들도 힘든 여정 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놀러간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신이 났습니다.

"선생님! 나는 씩씩해서요 그런 거 쯤은 하나도 안힘들어요. 뛰어서도 갈 수 있어요"

 정말 씩씩한 아이들 입니다. 무조건 갈 수 있으니 꼭 가자고 성화입니다. 저희반 이름이 '바다반'이라, 아이들에게 바다까지 걸어서 가는 일은 더욱 특별하고 신나는 일 입니다. 일곱 살 아이들은 단지 '바다'라는 글자가 같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거든요.

그렇게 힘을 내서 아이들과 다녀오기로 약속했습니다. 아이들은 준비물로 여벌옷과 신발 한결레, 물을 챙기고 저는 주먹밥을 준비하기로 하였습니다. 여벌옷은 뭐한다구요? 혹시나~갯벌에서 진흙놀이 하다가 다 젖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지요.

드디어 기다리던 금요일 아침, "바다반 화이팅!!"을 외치고 출발~ 
신난 아이들 입에선 노래가 흥얼흥얼 흘러나옵니다. 아빠선생님도 같이 따라가 주셨습니다. 제가 앞장서고, 가운데는 아이들, 그리고 맨 뒤에는 아빠선생님이 아이들을 살피며 함께 걸어갔습니다. 

공설운동장을 지나고, 홈플러스를 지나고, 신세계백화점 앞 육교도 건넜습니다. 신호등도 건넜습니다. 신호등을 건널 때는 정신을 빠짝차려야 합니다. 아이들에게도 한눈팔지 말고 건너야한다고 일러줍니다. 그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장난치다 초록불이 빨간불로 금새 변해버리기 때문이지요.

15분쯤 걸었을 때 삼각지공원이 나왔습니다. 가는 길에 있는 유일한 공원이기에 아이들보고 쉬어가자 말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반응은 의외였습니다.

"선생님 쉬었다가면 힘들어져요. 그냥가요"
몇 번이고 물어봐도 그냥 가자고 합니다. 아이들이 공원을 마다하다니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정말 봉암갯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입니다. 

사십분쯤 걸었을 때 아이들이 쉬자고 하였습니다. 힘드냐고 물어보니 전혀 힘들지는 않지만 잠깐 쉬었다가 가자고 합니다. 정말 귀여운 녀석들이지요. 그렇게 걷다가 힘들면 잠깐 멈춰 서 거리에 떨어진 나뭇잎을 하늘로 날려보고, 물도 마시고 하였습니다.

한시간 반쯤 걸었을 때 봉암 다리 옆으로 바다가 보였습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기쁜지  "바다다!!"외쳐 댔습니다. 얼마나 좋았을까요. 저 또한 그렇게 바다가 반가울 수 없었습니다. 

바다를 보며 갯벌이 있는 곳까지 건는데 어디서 힘이 솟아났는지 또 다시 노래소리가 들립니다. 도로의 씽씽 달리는 자동차들도 우리 노래를 막을 수 는 없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주먹 밥

드디어 봉암갯벌도착!!

가방을 풀고 싸온 주먹밥을 먹기 전 기도를 하였습니다. 항상 감사함의 기도를 하고 밥을 먹는데, 아이들의 표정만 보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진정으로 주먹밥을 먹을 수 있음을 감사하다는 것을 말이지요. 

주먹밥은 완전 꿀맛이었습니다. 이 세상 주먹밥을 다 먹어보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걸어서 바다까지 가서 먹은  주먹밥이 "세상에서  최고로 맛있는 주먹밥"이라고 하더군요.

평소 편식 없이 뭐든 잘먹는 아기스포츠단이지만(물론 몇 명은 예외지만^^)이 날은 싸온 깍두기까지 한숟가락씩 퍼먹었습니다. 

봉암갯벌에는 갯벌을 지키는 관리인이 있었는데, 갯벌을 보호하기 위해 안으로는 들어가면 안된다고 일러주었습니다. 갯벌에는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는데 땅을 사람들이 밟으면 딱딱해져 생물들이 살 수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순간 이를 어쩌나 난감하였습니다. 갯벌에서 놀자고 여벌옷에 운동화까지 하나씩 더 들고 왔는데 말이지요. 아이들도 아쉬운지 설명을 해주어도 "왜 들어가면 안되요?" 하고 계속 물어옵니다.

그래도 다행이 봉암갯벌 측에서 구경오는 사람들을 위해 대나무로 만든 피리를 만들 수 있게 해주어 진흙놀이 못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바다까지 걸어서 다녀왔습니다. 사실 어른인 저도 다리가 아파 속으로는 '아~ 힘드네'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갯벌에서도 끝까지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대단하다 생각했습니다. 체력이 정말 좋은 아기스포츠단입니다. 이제 우리는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은 어디로 떠날까요?

Posted by 골목대장허은미
 1학기때 부터 아이들 식사지도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다름이 아니라 아이들이  밥 먹다 말고 화장실을 가고, 물마시고 하는 것 때문에 점심시간이 많이 산만하였다. 밥먹기 싫으면 한두 숟갈 먹다 말고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밖으로 나가기 일쑤였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밥을 제자리에서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한 학기가 지나갔다. 혼내고 달래는 것으로 고쳐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름연수를 하던 날 선생님들과 사례나눔을 하면서 의견을 나누던 중 아이들과 규칙을 정한 후 그 규칙을 실천하도록 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제안이 나왔다.
마음에 담아 둔 후 2학기가 되면 꼭 우리 반에 적용을 시켜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개학을 한 후 약 2주 동안 숲속학교를 진행하느라고 마음먹은 대로 바로 적용해보지 못하고, 교실 수업을 시작하는 9월이 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아이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날이 왔다. 어느날 아침, 아이들에게 '시내반 규칙'을 정해보기로 하자고 했다. 아이들이 주도적이기는 어려워 내가 먼저 점심식사와 관련된 규칙을 아이들에게 제안하였다.

"밥 먹기 전에 물을 마시고 오고, 밥 먹다 물 마시지 않기."

"밥 먹기 전에 화장실 다녀오고, 밥 먹다 화장실 안가기."


아이들에게 만약 규칙을 어겼을때는 어떻게 할까?하고 물었더니 모두들  “꿀밤을 맞기로 해요” 하고 이야기 했다. 규칙을 정한날 점심시간이 되었다. 첫날이라서 그런지 아이들이 잘 지켜주었다.
 

둘째날 아이들이 잊어버리고 있을까봐 밥 먹기전에 먼저 물을 마시고 화장실 다녀오라고 말을 해주었다. 둘째 날도 역시 밥 먹다말고 나가서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없었다.

 

조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이 밥 먹다 말고 밖으로 나가지 않아서 뿌듯하기도 하였지만, 아이들이 함께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며 정한 규칙을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셋째날도 역시 아무도 규칙을 어기지 않고 잘 지켜주었다. 점심시간마다 밖으로 왔다갔다
하는 아이들 때문에 고민이었는데, 이젠 밥 먹는 시간이 너무나 즐겁다.


솔직히 아이들과 함께 규칙 정하기를 실제로 해보기 전에는 과연 다섯살 아이들이 얼마나 규칙을 잘 지킬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다.

아이들도 스스로 정한 규칙은 지킨다.

일전에
간디학교의 학생들이 스스로 규칙을 정해서 담배를 끊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고등학생이었으니 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시내반 아이들이 스스로 참여해서 정한 규칙을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즐겁고 뿌듯했다.


점심시간 규칙을 정한후 약 2달이 지났지만 아직 어긴 아이들이 없다. 간혹 물마시고 싶다고 시험(?)에 드는 친구도 있지만 단호하게 밥을 다먹고 가자고 이야기 한다.

옆 자리 친구들도 "밥 다먹고 물 먹어야 한다."하고 선생님 편이 되어 준다.

지시하고 가르치지 않는 것, 아이들이 마음을 모아 정하는 약속에는 그것을 지키려는 힘이 담긴다는 것을 배웠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배운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시내반 담임으로 일하던 2007년 10월에 쓴 글입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날씨가 화창한 봄 날이었습니다. 오늘은 아이들과 등산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중 시내반 선생님께서 같이 가자는 제의를 하였습니다. 시내반 아이들이 아직 어리고 선생님께서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잘 몰라서 같이 가기로 하였습니다.

아이들에게 (반월)산에 가는게 어떻겠냐고 물어보니 다들 너무 신이 나서 즐거워했습니다. 역시 아이들은 밖에 나가면 좋은가 봅니다.^^ 오늘은 시내반 동생들과 함께 가서 더 신이 났습니다.

평소 우리가 놀던 잔디밭을 지나고 MBC방송국쪽으로 올라가면 활을 쏘는 양궁장이 나옵니다. 잠시 활 쏘는 곳에서 아이들이 휴식을 했습니다.

다시 출발~! 활쏘는 곳에서 위쪽으로 쭉 올라갔습니다. 조금씩 올라가면서 벌레도 보고 벌레에게 물리기도 하고^^ 이름모를 풀들과 꽃들도 보았습니다.


"선생님 여기 산딸기 있어요." 
"우와 진짜 많네"
"선생님 먹어도 돼요?" 
"진짜 맛있다."


아이들이 산딸기를 따서 먹어보았습니다.  산에서 직접 따서 산딸기를 먹어본 친구들은 많지 않을 꺼라 생각됩니다. 아이들은 너도 나도 따먹으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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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 하나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 새삼 산에 올라가면서 느꼈습니다.
산길을 올라가다 아이들이 또 산딸기를 찾았다고 좋아합니다. 자세히 보니 산딸기와 비슷하게 생긴 뱀딸기였습니다.

"이건 뱀딸기 인데?" 
"선생님 이것도 먹어도 돼요?"
(먹어보더니) "이건 맛없다." 
"응 뱀딸기는 맛없네." 
"선생님 뱀딸기는 뱀이 먹어야 하지요?" 


큰 소리로 웃으면서 어느덧 산 중턱까지 올라갔습니다. 그곳에는 어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넓은 운동장이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조금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가방에 짊어지고 간 물통 두개를 꺼내어 아이들과 물도 마시고 올라오면서 따온 산딸기도 먹었습니다. 산에 넓은 운동장이 있으니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다니며 놀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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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도 뱀딸기도 모두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산딸기에 비하여 뱀딸기가 맛이 없어서 안 먹는 것이랍니다. 맛이 밋밋하여 아이들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뱀딸기를 이용해서 천연염색을 하면 예쁜 보라색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수영장으로 출발~~ 체육선생님과 함께 신나게 체조를 하고 물 속으로 풍~~덩.......
“선생님 내 보세요.”
“ 우~~와 잘 하네!!”


여기서도 첨벙 저기서도 첨벙 아이들 소리로 수영장 안은 시끌벅적했다. 그런데 그때 나의 레이더 망에 잡힌 한 아이가 있었다. 수영도 안하고 놀지도 않고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었다. 그 아이는 바로 조★★였다.

물속에서 ★★한테 걸어가는 짧은 시간 동안 ‘그럴 리가 없는데, 어디 아픈가? 가만히 앉아있을 ★★가 아닌데...!!’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야 어디 아프나?”
(고개를 흔들며)“아니요”
“안 아프나, 그러면 선생님 하고 같이 놀자?!”
“아니요...”
“추워?? 선생님이 안아줄게^^”
(아무 말도 않고 앉아있는 00)“★★야~~ ★★가 아무 말 안하면 선생님이 ★★ 마음을 잘 모르잖아??”
“아니요$#*&$%%”
“뭐라고? 아~ 배 아프다고!? 그러면 선생님 하고 같이 화장실 가자!!”
(망설이면서)“아니요 #$%&*%$##!!”“뭐라고, 팬티에 똥 쌌다고~”


나는 본능적으로 수영장에 똥이 있는지 둘러보았다. 물속에도 물 위에도 똥은 보이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아이는 수영복을 입고 똥을 누고는 물속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수영장 사람들이나 아줌마들이 알면 큰일이다. ^^;


★★를 조심스레 일으켜 세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 안으로 얼른 데리고 들어가 팬티에 묻은 똥을 치우고 깨끗하게 씻었다. ★★는 정말 배가 아팠나보다 다 씻고 나서 수영장으로 들어가려는데 또 똥을 쌌다.^^; 다행히 우리들의 행동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시 수영장으로 들어간 ★★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정말 정말 다행이다. 음하하하 ^^ 아줌마들이 아~~무도 못 봤다. 실은 ★★가 똥을 싼 거 보다, 수영장 관리하시는 분들 보다, 수영장 오는 아줌마들의 잔소리가 더 무서웠다. ★★야 타이밍이 좋았다~~ㅋㅋ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비닐썰매, 안 타봤으면 말을 하지 말어 ! "
"비료포대썰매, 안 타봤으면 말을 하지 말어 ! ! "


한 동안 비가 와서 바깥놀이를 못했다. 전 날 아이들과 날씨가 좋으면 무조건 놀이터, 잔디밭에 나가기로 약속했다. 하늘도 아이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아침햇살이 눈부시다. 나를 보자마자 “선생님 오늘은 햇님이 반짝~~이예요!!”“밖에 나가도 되요!!”난리가 났다.

 

♪♩오늘은 햇님 떠~~요!! 밖~~에 나가요♩♪
(원래가사 → 오늘은 햇님 안 떠요 비오는 날이예요!!)ㅋㅋ


아침 인사를 하고 아이들과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렇게 해도 좋고 저렇게 해도 좋은 우리 씨앗반이 오늘은 다들 잔디밭에 가자고 했다.

“잔디밭에 가면 뭐하고 싶은데??”
“뛰어 다닐거예요.”
“매실 딸 거예요.”
“개미 찾을 거예요.”
“음~하하하하, 그거보다 더 재미있는 놀이가 있는데, 가르쳐 줄까 말까?!”
“가르쳐~~주세요.~~”
(작은 목소리로)“
잔디썰매 타러 갈 거다."
(아이들 눈이 휘둥그래졌다.)"어떻게 하는 건데요?"
"쉿 비밀이다 !!~~"


아이들이 신발을 신는 동안 비료포대를 가지러 갔다. 그런데 비료포대가 보이지 않았다. 여기저기 물어봐도 아무도 몰랐다.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했다. ‘4층에 없으면 어디에 있을까? 그래 1층으로 가보자!!’1층으로 뛰어 내려갔다.다행이 1층에 있었다.

비료포대를 세어보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 비료포대가 아이들 수만큼 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하려고 계단을 올라가는 순간 시장놀이 할 때 모아놓았던 ‘
비닐봉지’가 떠올랐다. 음하하하~~ 아이들과 함께 비료포대와 비닐봉지를 챙겨 잔디밭을 향해 출발했다.


도착하자마자 비료포대 하나를 들고 잔디밭 위쪽으로 올라갔다. 비료포대 위에 앉아 자세를 뒤로 한 채  쓩~~하고 내려왔다. 비료포대는 아이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큼 재미있었다. 서로 해보겠다고고 아이들이 나에게로 왔다.

드디어 비닐봉지를 사용할 시간이 왔다. 과연 비닐봉지 썰매는 어떨까? 반신반의하면서 잔디밭으로 올라갔다. 야~~호 너무 재미있었다. 아이들은 잡고 있던 비료포대를 던지고 비닐봉지를 잡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나는 비닐봉지 손잡이를 잡고 몸을 뒤로 한 채 슝~~하고 내려갔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나도 소리를 질렀다. 몸무게가 가벼운 아이들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 아이들이 잡고 내려가기에는 비료포대보다는 손잡이가 있는 비닐봉지가 더 잡기 쉽고 놀기에 더 편안했다.


아이들은 점점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위험하지 않을 높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자기들끼리 “출발”을 외치면서 내려갔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엎드려서도 타고 서서도 타고 옆으로도 타고 둘이같이 앉아서도 타고 정말 다양한 썰매를 타는 것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타는데도 힘들다는 얘기를 하는 친구들이 아무도 없었다.

비닐 썰매를 안 타 본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 씨앗반만 알지요!!~~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노바디' 춤추는 일곱살 아이들

아침 차량지도를 끝내고 교실로 왔어요. 그런데 여자아이들이 저에게 달려오는 거예요. "선생님 이것봐요 이것봐요~" 하면서 말이지요. "뭔데~~"하며 아이들 손에 이끌려 교실로 가보았어요.


그런데 아주 익숙한 노래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평소 동요가 흘러나오는 교실에서, 세상에 아침 출근길에 듣던 그 노래 '노바디'가 흘러나오는 거예요.

순간!! 저는 당황했습니다. 끄라고 해야할지... 어떻게해야 할지 말이지요. 일단 아이들이 신이나서 저를 데릴러 왔으니 한번 어떻게하나 보기로 했습니다.

'노바디'노래가 흘러나오고 아이들은 노래에 맞추어 흔들흔들 춤을 추었어요. 원더걸스가 추는 춤을 유심히 보았나 봐요. 제법 비슷하게 춤을 추는데 정말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음이 나왔어요. 구경하는 친구들로 어찌나 신나 하는지 저까지 기분이 좋아졌어요.

나이트 키즈클럽, 아세요?

아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즐거워하기에 노래부르고 춤추는 것을 그냥 두었습니다. 말로 아이들에게 허락한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제 마음 속으로 허락해 준거예요. 사실 제가 교사랍시고 허락하고 말고 할 것은 아니잖아요. 교실은 아이들 것 이니까요.

구경하던 남자친구들은 "여기가 무슨 나이트가?" 합니다. 그런데 나이트라는말이 재미있었는지 자기들끼리 '나이트키즈클럽'이라고 이름까지 짓고 열심이 놀았어요. 남자친구들은 스케치북에 글자까지 적어 친구들에게 보여주기도 하였답니다.

음악이 담긴 CD는 찬희가 들고왔다고 했습니다. 여자친구들은 그 CD를 쉬는시간마다 틀어 놓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어요. 안무도 늘어 여러가지 춤 동작이 나왔지요. 몇 번 그렇게 하더니 이제는 관객을 모으는 겁니다. 의자를 가져다 놓고 친구들보고 앞에 앉아라고하고 "너희는 관객이깐 조용히하고 잘봐"합니다.

아이들의 노바디 춤은 점점 놀이의 형태를 갖추어 갔어요.

 점심시간에는 옆반인 시내반으로 CD를 들고 가 노래를 틀고 춤을 추었어요. 관객은 당연히 다섯살 꼬맹이들 이지요. 동생들을 자기들 앞에 앉아라 그러고는 "여기는 무대니깐 올라오지마~"합니다. 그러고는 사회자 한명이 나와 "지금부터 노바디 공연을 하겠습니다. 관객들은 모두 조용히 하시고 봐주세요"합니다.

전 교실 순회 공연에 나서다.

동생들은 언니가, 누나가 하는 것을 멍~하게 쳐다보더니 금새 좋아합니다. 자리를 떠나지 않고 제법 오래 관객이 되어 지켜보았습니다.

다음 날에는 수현이가 최신곡이 담긴 노래CD를 들고와 다른 노래들까지 틀어 놓고 신나게 춤추고 놀았어요. 우리반 여자친구들은 몇 일은 더 그러고 놀았지요.

나중에는 초대권까지 만들어 친구, 동생, 선생님들에게도 나누어 주며 구경오라고 했답니다. 교실공연이 아니라 체육실에서 큰 공연을 했어요. 

아이들은 제가 가르친 노래보다 더 신나고, 재밌게 노래와 춤을 즐겼어요.
 
아이들이 저렇게 즐거워 한다면 가요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고 아이들의 꿈이 담기지 않은 가요를 가르칠 생각이 아니예요. 다만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자발적으로 놀이를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가요도 아이들에게 나쁘지만은 않다라는 생각이 든 것 뿐이랍니다.

아마 제가 가요를 강압적으로 가르쳤다면, 저렇게 신나지 않았을 거예요. 자기들이 스스로 원해서 한 것이었으니 더욱 신이 났었겠지요.

아이들은 공연을 기획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늘 함께 지내는 저도 깜짝 놀라습니다. 어린반에 가서 공연을 할 때, 체육실 공연을 위한 초대장을 만들었을 때는 더욱 그랬어요.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스스로 배움을 익혔어요.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삶을 배운다.

새로운 놀이를 만들고, 규칙을 만들고, 친구와 사귀는 방법, 양보하는 법, 타협하는 법, 단합심, 패배와 승리를 경험하는 것 등 무수히 많은 것을 놀이를 통해서 배웁니다. 그래서 놀이를 잘해야 머리도 좋아지는 것입니다. 머리를 좋은 아이로 키우려면 많이 놀게 하여야겠지요.

우리 아이들이 내일은 또 무슨 놀이하며 무엇을 배울까요? 


 

Posted by 골목대장허은미
 

줄기반에 안도현이라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가 얼마 전 통영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마산YMCA를 그만 두고 통영YMCA로 전학을 가게 되었는데요, 도현이가 줄기반 친구들이랑 생일잔치를 꼭 하고 가고 싶다고 하여 1달가량 뒤에 있는 생일을 조금 앞당겨 생일을 마지막으로 줄기반 친구들과 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줄기반 친구들과 도현이 생일을 며칠 앞두고 도현이에게 생일 카드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생일카드에 도현이가 잘 가라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종이를 나누워 주고 도현이에게 선물로 그림을 그려도 되고 편지를 쓰고 싶은 사람은 가르쳐 줄 테니 편지를 써도 된다고 하였습니다. 도현이 얼굴을 그리는 친구, 로봇을 그려주는 친구, 꽃을 그리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아아들은 하나 둘 저한테 와서 글씨를 써 달라고 합니다. 저희 반 아이들 중에는 글씨를 모르는 아이들이 많아서 아이들이 원하는 글씨를 선생님이 써주면  글씨를 베껴씁니다.

“선생님,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 가르쳐 주세요.”

“수영 잘해~ 써 주세요.”

“선생님, 사랑해~써도 되요?”

“잘 먹고 잘 살아~ 가르쳐 주세요.”

“그런데 잘 먹고 잘 살아~는 좀 그런데... 밥 잘먹어~ 라고 쓰면 어떨까?”

라고 말해 주며 우리 친구들의 마음을 글로 담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줄기반 친구들이 도현이가 이사 가는 것을 받아들이는 듯 하였습니다.


그리고 도현이의 생일날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결석한 친구가 없어 줄기반 모두가 도현이의 마지막 날을 함께 할 수 있었는데요... 우리는 교실에 둥글게 앉아 생일을 준비하며 도현이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약속된 시간에 도현이 어머니께서 오셨고 우리는 도현이 생일축하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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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어머니 편지를 읽는 시간에 도현이 어머니께서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도현이를 마산YMCA 보내는 동안 정이 많이 드셨나 봅니다. 그 모습을 본 한 친구가 말합니다.


“선생님, 도현이 엄마 왜 울어요?”

“슬퍼서 운다.”

옆에 있던 친구가 또 물었습니다.

“그런데 왜 슬퍼요?”

저는 순간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우리 친구들이 이별이 뭔지, 그리고 이별이 슬픈 것인지를 아직 모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 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출석카드를 나눠 주고 도현이를 불러 줄기반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게 하였습니다. 인사를 마치고 앞에 앉아있던 한 친구가,


“안도현~ 나 통영가면 우리 만나자. 전화 하께~”
“나 전화 번호 모르는데”

“내가 적어 주께~우리 통영 할머니 집 000-0000이다. 기억해”

하며 연필을 가져와 바닦에 엎드려 전화번호를 적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본 줄기반 친구들이 갑자기 우루루 엎드려

“나도~ 나도~ 적어 주께”,  “나도~ 안도현”,  “나도~”

아이들은 서로 도현이에게 전화번호를 적어준다고 하였습니다.

그 모습을 본 저는 순간 가슴이 뭉클 하였습니다. 줄기반 친구들이 내일이면 도현이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는 것인지, 전화를 하면 도현이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가슴을 울렸습니다. 줄기반 친구들의 이러한 마음이 전해져 도현이도 통영YMCA에서 잘 적응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비가온 뒤라 그런지 유난히도 맑고 깨끗한 날이었다. 아침 출근을 하면서부터 오늘은 아이들과 바깥놀이를 가야겠다 마음먹고 YMCA로 향했다.


바깥놀이를 준비하는 나를 보고 영어 선생님께서 “오늘 줄기반 영어 11시죠??” 하고 묻는다.  아뿔사!!  영어수업이 있다는 사실을 깜박하고 바깥놀이를 계획했던 것이다.


영어선생님께 바깥놀이 가려고 했다고 여울반과 영어수업시간을 바꾸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니 영어선생님께서 잠깐 생각하시더니 그냥 계획대로 바깥놀이를 가라고 말씀하셨다.


앞 시간이 바다반인데 오늘 바다반 영어수업을 밖에서 하기로 했다며 줄기반도 밖에서 영어 수업하면 되겠다고 하셨다. 그거 잘됐다며 밖에서 만나자고 말씀 드리고 교실로 가서 줄기반 친구들에게 영어수업을 잔디밭에서 한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우리 친구들 마냥 좋아서 박수치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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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아~ 우리 만다라 하고 바깥 놀이 가자~”

“아네요. 싫어요. 지금 가요~”

“그래도 선생님은 만다라는 하고 갔으면 좋겠는데~”

“싫어요~ 싫어요~ 갔다 와서 하면 되잖아요.”

“밖에서 영어까지 하고 오면 점심시간이라 점심 먹어야 되는데...”

“그러면 만다라 밖에서 하면 되잖아요!!”

“아~!! 맞네^^ 그러면 되겠네~”


이렇게 간단한 방법을 왜 나는 생각 못했을까? 아무튼 줄기반 친구들의 의견대로 만다라를 잔디밭에서 하기로 하고 우리는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챙겨들고 잔디밭으로 향했다.
잔다밭 가는 길에 노래도 부르고 우리 친구들 잔디밭 가는 길은 항상 즐겁다.


잔디밭에 도착해서 먼저 영어 선생님을 만났다. 영어선생님은 잔디밭에서 게임을 하자고 하셨다. 게임이라는 말에 또 좋아한다. 친구들 손을 잡고 둥글게 서서 짝 짓는 게임을 하였는데 “One little Two little Three little Indian boys~” 노래를 부르며 동그랗게 돌다가 영어선생님이 영어로 숫자를 외치면 그 숫자만큼 친구들이랑 짝을 짓는 게임이었다.

나는 이 게임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줄기반 친구들은 영어선생님이 손가락까지 펼쳐 보이며 “three~ three~” 를 외치는 데도 우루루 한곳으로 모이거나 2명씩, 4명씩 모이는 등 갈피를 못 잡는 친구들이 더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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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영어수업을 마치고 우리는 약속한대로 잔디밭에 엎드려 만다라 색칠을 하였다. 처음에는 마냥 놀기만 하고 싶다던 친구들도 만다라를 다 하고 자유시간을 갖자는 말에 열심히 한다.

자기 크레파스 통에 없는 색깔은 옆 친구나 선생님에게 빌려가며 만다라를 완성해가는 모습이 화창한 날씨와 함께 너무 예뻐 보였다. 만다라를 하다가 땅에 기어가는 개미때를 발견하고는 가만히 바라보기도 하고, 열심히 색칠하고 있는 친구에게 살짝 장난을 걸어보기도 하고, 지나가는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기도 한다.


이날 이후 줄기반은 가끔씩 만다라를 잔디밭에 나가서 한다. 교실에만 있기엔 너무 아까운것들이 바깥엔 너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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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햇님 안 떠요, 비 오는 날이예요~ 오늘은 햇님 안 떠요, 비 오는 날이예요~“
"오늘은 지렁이 나와요, 비 오는 날이예요~ 오늘은 지렁이 나와요, 비 오는 날이예요"
"오늘은 장화 신어요, 비 오는 날이예요~ 오늘은 장화 신어요, 비 오는 날이예요~“


이 노래는 우리 친구들이 부르는 백창우선생님의 노래 중 “비 오는 날”이라는 노래입니다.

작년 한해를 함께 보냈던 친구들과 졸업을 1달 가량 앞두고 이 노래를 불렀었습니다. 그런데 비 오는 날마다 부르면 좋을 이 노래가 졸업을 한 달 가량 앞두고 몇 번이나 불러졌겠습니까?? 과연 1달 안에 비가 몇 번이나 내렸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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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노래를 학기 초에 배우면 1년 내내 비 오는 날마다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서 줄기반 친구들과는 꼭 학기 초에 불러야지... 라고 마음 속 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반갑게도 줄기반 친구들과 입학을 하고 얼마 뒤...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너무 반가운 나머지... 그래 이 때다!! 싶어서 우리 친구들을 모아놓고는,
 

“애들아~, 지금 밖에 비가오지?? 선생님이 재미있는 노래 불러 줄까??”

하며 CD를 한번 들려주고 노래를 불러 주었습니다.

이 노래의 원곡은 위에 적힌 가사로 3절 까지 되어있습니다.

처음 우리 친구들이 노래를 들었을 때는 싱숭생숭해 하더니 이내 율동을 만들어 가며 다시 한번 부르니 이번엔 뜻을 이해했는지 재미있어 합니다. 저는 다시 한번


“애들아~, 그런데 비 오는 날에는 이런 일만 있을까?? 다른 일도 많잖아~??” 

친구들 이내 생각에 잠기더니...한 친구가 말 합니다.


“선생님~, 달팽이도 나와요.”

“그래!! 그렇네~ 달팽이 나오네~”

라고 웃으며 칭찬해 줬더니 이내 다른 친구가 또 입을 엽니다.


“선생님~, 우산 써요.”

“어!! 맞다. 우리 제일먼저 우산 쓰잖아. 하하~”

라고 했더니 이제 여기저기서 연거푸 쏟아져 나옵니다.


“선생님, 엄마가 밖에 못나가 놀게 해요.”

“엄마가 수건으로 머리 닦아 줘요.”

“차가 확~ 지나가서 물 튀어서 옷 버려요.”

“비옷 입어요.”

“ 빨래 못 널어요.”

“교통사고 나요.”

“창문 닫아야 되요~ 비 들어오니까.”

“추워요.”.....


 이야~ 저는 정말 놀랐습니다.

아이들이 비 오는 날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이렇게 많이 느끼고 있는 줄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의 웃음을 멈추지 못 하게한 말이 터져 나왔는데요. 아까부터 계속 뭔가를 말하려고 움쭐움쭐 대던 친구가 양 손의 엄마 손가락을 길게 펼치고는 양 옆으로 왔다갔다하는 흉내를 내며


선생님, 와이퍼! 와이퍼!  이렇게~이렇게~(양손을 옆으로 계속 까딱까딱하며) 와이퍼! 와이퍼!~~” 

하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순간 저런것까지 생각해 내나....하고 어찌나 순수해 보이던지... 이 모든 말을 노래에 맞춰 부르고 율동도 만들고 하니 아이들 아주 신이 났습니다. 지금도 줄기반에는 비 오는 날이면 이 노래를 부릅니다. 그리고 이 노래의 끝은 없을 것 같습니다. 3절이 끝이 아니라 12절이고, 20절이고 계속 이어져 나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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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CA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면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일에서부터 황당하고, 어이없고, 화나는 일까지 아주 다양한 일들을 경험을 하게 된다.


“애들아~ 집에 잘 가고 내일 만나자~”

하루 일과를 마치고 반 아이들을 한명씩 안아주며 인사를 한 뒤 하원차량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매일 하원 차량을 준비하는 시간은 분주하기 짝이 없다. 하원차량 출발시간은 정해져 있고 그 짧은 시간 안에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꼼꼼하게 체크해야하며 행여 차를 잘 못 탄 아이는 없는지, 엄마가 데리러 오는 아이는 누구인지, 중간에 데려간 아이는 없는지, 평소 하원하던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에 내려줘야 하는 아이는 누구인지..... 정말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실수를 범하기 쉬운 시간이 바로 이 시간이다.


이날도 어김없이 분주한 가운데 하원차량 아이들을 챙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가 나를 찾아와

“선생님~ 내 신발 한 짝이 없어졌어요.” 라고 말하는 것이다.

‘앗뿔사! 또......ㅜ.ㅜ’


순간 가슴이 탁! 막혀 오면서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듯한 이 심정은 아마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아니 일부러 이런 기분을 당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하루일과중 신발에 신경을 쓰는 시간은 아침에 등원하여 신발장 앞에서 실내화를 신을 때와 하원 할 때 실내화를 벗고 신발을 신을 때 이렇게 두 번이다. (물론 중간에 바깥놀이 갈 때도 있겠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대부분 가만히 벗어 놓은 신발에 발이 달려서 도망가지 않는 이상 제자리에 가지런히 벗어 둔 신발이 없어지리라고는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원시간만 되면 신발이 없어지는 것이다. 정작 신발이 제일 필요한 이 시점에 말이다. 내가 YMCA에 3년간 몸담고 있는 동안 이런 일을 경험 한 적이 거짓말 조금 보태서 45번 정도이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을 수 있는 숫자이지만 이를 경험 해본 사람에게 이 숫자는 450번을 경험 한 것과도 같은 심정일 것이다. 그것도 그렇게 정신없는 하원시간에.....


그 말을 들은 나는 그때부터 1층에서 5층까지를 발에 불이 나도록 달려 화장실에서부터 체육실, 교사실, 부엌까지 온 YMCA회관을 샅샅이 뒤지며 신발 한 짝을 찾아 땀을 뻘뻘 흘린다. 그래도 없으면 YMCA옆의 카센터에서 텃밭까지 신발이 있을 만한 곳은 마구 뒤지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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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신발 한 짝을 찾으면 다행이지 못 찾을 때는 이 얼마나 난감한 일인가.....! 하원 차량은 출발하려하지 아이를 집에 보내긴 해야 되지..... 임시방편으로 실내화를 신겨 아이를 집으로 보낸다. 그리고 곧 장 집으로 전화를 해서 신발이 없어져서 실내화를 신겨 보냈다고 찾으면 연락드린다고 전화를 한다.


사실 YMCA 어머니들께서 마음이 좋으셔서 웃으시며 “네~ 알겠습니다.”하고 전화를 끊어 주시지만 ‘멀쩡한 신발이 그것도 한 짝만 없어 진다는게 이해가 되실까..?’ 생각하며 화내지 않고 신발을 찾을 때 까지 기다려 주시는 어머님들께 감사하기만 하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그렇게 없어진 신발 한 짝은 꼭 찾아진다. 신발을 찾는 장소도 다양하다. 화장실 구석, 교사실 책상 밑, 쓰레기통 옆, 창고방 안, 계단 모퉁이 등등 이런 곳에서 찾아진다. 제일 찾기 힘들 때가 누군가가 창밖으로 던져서 텃밭이나 카센터에 신발이 떨어져 있을 때다.


어디로 떨어졌을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신발 한 짝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예상컨대 대부분 아이들이 친구를 골탕 먹이기 위해 신발 한 짝을 몰래 숨겨 놓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정말 힘든데 아이들은 그것이 그렇게 재미있나보다.


한번은 유독 ○○이의 신발이 연속으로 3번 없어진 일이 있었다. 이날도 피가 거꾸로 솟는 듯 하였지만 아무래도 이상하여 ○○이에게 물어보았다.

“신발이 어디 갔을까? 선생님이 아무리 찾아도 없는데”

(연신 내 눈을 회피하며 말끝을 흐리던 ○○이) “몰라요...”


모른다고 대답하는 ○○이 태도가 조금 이상하였다. 그렇게 실내화를 신고 집으로 보낸 뒤 텃밭에 가보니 ○○이의 신발이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신발을 찾아와서 교사실에 챙겨놓았다.


다음날 등원을 한 ○○이에게 “○○야~ 선생님이 어제 아무리 신발을 찾아봐도 없던데... 어떡하지?”라고 말하며 오늘도 실내화를 신고 가야겠다고 했다.


그리고 하원시간이 다 되었을 때 신발을 가져와“○○아~ 다행이야. 선생님이 신발을 찾았다. 오늘도 실내화를 신고 집에 가야 할 뻔 했는데 정말 다행이다 그지?” 하며 ○○이에게 신발을 신겨주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일이 있은 뒤부터 ○○이의 신발이 없어지는 일은 지금까지 없다. 조금 위험한 추리이지만 내 생각에는 ○○이는 자신의 신발을 자신이 창밖으로 던지고 계속해서 선생님이 신발을 찾아주는 그 상황이 재미있어서 그 일을 반복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정말 아이들은 신기하다. 친구를 골탕 먹이고 선생님을 골탕 먹이는 일이 재미있나보다. 이렇든 저렇든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애들아~ 제발 신발 좀 창밖으로 던지지 마!!!”^^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