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햇님 안 떠요, 비 오는 날이예요~ 오늘은 햇님 안 떠요, 비 오는 날이예요~“
"오늘은 지렁이 나와요, 비 오는 날이예요~ 오늘은 지렁이 나와요, 비 오는 날이예요"
"오늘은 장화 신어요, 비 오는 날이예요~ 오늘은 장화 신어요, 비 오는 날이예요~“


이 노래는 우리 친구들이 부르는 백창우선생님의 노래 중 “비 오는 날”이라는 노래입니다.

작년 한해를 함께 보냈던 친구들과 졸업을 1달 가량 앞두고 이 노래를 불렀었습니다. 그런데 비 오는 날마다 부르면 좋을 이 노래가 졸업을 한 달 가량 앞두고 몇 번이나 불러졌겠습니까?? 과연 1달 안에 비가 몇 번이나 내렸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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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노래를 학기 초에 배우면 1년 내내 비 오는 날마다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서 줄기반 친구들과는 꼭 학기 초에 불러야지... 라고 마음 속 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반갑게도 줄기반 친구들과 입학을 하고 얼마 뒤...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너무 반가운 나머지... 그래 이 때다!! 싶어서 우리 친구들을 모아놓고는,
 

“애들아~, 지금 밖에 비가오지?? 선생님이 재미있는 노래 불러 줄까??”

하며 CD를 한번 들려주고 노래를 불러 주었습니다.

이 노래의 원곡은 위에 적힌 가사로 3절 까지 되어있습니다.

처음 우리 친구들이 노래를 들었을 때는 싱숭생숭해 하더니 이내 율동을 만들어 가며 다시 한번 부르니 이번엔 뜻을 이해했는지 재미있어 합니다. 저는 다시 한번


“애들아~, 그런데 비 오는 날에는 이런 일만 있을까?? 다른 일도 많잖아~??” 

친구들 이내 생각에 잠기더니...한 친구가 말 합니다.


“선생님~, 달팽이도 나와요.”

“그래!! 그렇네~ 달팽이 나오네~”

라고 웃으며 칭찬해 줬더니 이내 다른 친구가 또 입을 엽니다.


“선생님~, 우산 써요.”

“어!! 맞다. 우리 제일먼저 우산 쓰잖아. 하하~”

라고 했더니 이제 여기저기서 연거푸 쏟아져 나옵니다.


“선생님, 엄마가 밖에 못나가 놀게 해요.”

“엄마가 수건으로 머리 닦아 줘요.”

“차가 확~ 지나가서 물 튀어서 옷 버려요.”

“비옷 입어요.”

“ 빨래 못 널어요.”

“교통사고 나요.”

“창문 닫아야 되요~ 비 들어오니까.”

“추워요.”.....


 이야~ 저는 정말 놀랐습니다.

아이들이 비 오는 날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이렇게 많이 느끼고 있는 줄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의 웃음을 멈추지 못 하게한 말이 터져 나왔는데요. 아까부터 계속 뭔가를 말하려고 움쭐움쭐 대던 친구가 양 손의 엄마 손가락을 길게 펼치고는 양 옆으로 왔다갔다하는 흉내를 내며


선생님, 와이퍼! 와이퍼!  이렇게~이렇게~(양손을 옆으로 계속 까딱까딱하며) 와이퍼! 와이퍼!~~” 

하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순간 저런것까지 생각해 내나....하고 어찌나 순수해 보이던지... 이 모든 말을 노래에 맞춰 부르고 율동도 만들고 하니 아이들 아주 신이 났습니다. 지금도 줄기반에는 비 오는 날이면 이 노래를 부릅니다. 그리고 이 노래의 끝은 없을 것 같습니다. 3절이 끝이 아니라 12절이고, 20절이고 계속 이어져 나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강아지 놀란다.♣

바깥놀이 가는 시간에 아이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줄넘기”노래를 부르며 가고 있었다.

아이들 : “나는 줄넘기를 잘못해.......여덟번 밖에 안돼....”

골목 입구 강아지 있는 집에 다다랐을때 갑자기 태영이가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태영 : 잠깐만. 조용히 좀 해라. 강아지 놀랄라....

아이들 : (노래를 멈추고 작은 목소리로) 알았다.


 


♣니 많이 시켜주께 됐제♣

쉬는 시간 갑자기 나에게 다가와서

현민 : 선생님~~ 기분이 별로 안 좋아요.

선생님 : 왜? 누가 너 때렸니?

현민 : 아니요.

선생님 : 그럼 왜 ~ 기분이 안좋아?(현민이 말은 안하고 가만히 서서 미적미적 거리고 있었다) 얘기해줘야 선생님이 알지.

현민 : 음~~ 있잖아요~  강민서가 같이 안놀아줘요.

선생님 : 그래. 민서야 이리와봐봐... 니가 현민이랑 안 놀아줘서 현민이가 기분이 안좋다네..

민서 : 내가 언제? 니가 오라는데 안왔다아이가...

선생님 : 친구랑 같이 노는 거다. 둘이 같이 사이좋게 놀아라.

민서 : (허리에 손을 얹더니)알았다. 나중에 청년관 가서 놀 때 니 많이 시켜주께. 됐제....

 

♣바보라고 하면 바보 된다♣

아이들이랑 동물백과 책을 보고 있는데 고릴라 사진이 나왔다.

민규 : 원숭이다.

지영 : 아니다. 바보야! 고릴라다

민규 : 바보라고 하면 바보라고 하는 사람이 바보되거덩...

지영 : 나 바보 아니다

지우 : 맞다. 선생님이 그렇게 된다고 했다.

♣○○이랑 결혼할거에요♣
영어수업시간에 현민이 뜬금없이
현민 : 선생님 나 추수민이랑 결혼할꺼예요.
영어샘 : 그래? 왜?
현민 : 몰라요. 그냥요.
채영 : 선생님 나도 추수민이랑 결혼할꺼예요.
지우 : 아니다. 남자는 여자랑 여자는 남자랑 결혼하는거다.
지영 : 선생님 나는 김지우랑 결혼할꺼예요.
은정샘 : (웃으며)지우야~~ 지영이 청혼 받아줄꺼가?
지우 : (말없이 고개만 젓는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언니랑 여자조카랑 우석이랑 찜질방에 갔다. 그런데 카운터아저씨가 우석이 보고는 너무 커서 여탕에는 들어 갈수 없다고 했다.

아저씨 : 얘 몇살이예요?

우석맘 : 6살 인데요?


아저씨 : 에이~ 거짓말 이렇게 큰애가 무슨 6살 이예요. 초등학생은
            되보이는데...

            야~ 니 몇살이고?

우석 : 내 6살인데....


우석맘 : 민증이 없어서 보여줄수도 없고 6살 맞는데요.
            우리애가 좀 크긴 하지만 (사실 밖에 나가면 덩치만 보면 초등학생이
            라고는 한다....)


아저씨 : 여튼 애가 커서 여탕 들어가면 손님들이 큰애 여탕보냈다고 난리쳐서
            안되겠네요.


석맘 : 아빠가 같이 안와서 얘 혼자 남탕에 보낼수도 없어요.

            그리고 얘 6살 맞거덩요.

아저씨 : 아닌거 같은데....

결국 여탕에 들어갔다.
여탕에 들어가서는 우석이가 왠일인지 자꾸 한손으로 자기 고추를 가리는게 아닌가


우석맘 : 니 왜 자꾸 한손으로 고추 가리는데...

우석 : 이러면 내가 남잔줄 모를꺼 아냐.....


우석이도 카운터에서 아저씨랑 실랑이 하는게 맘에 걸렸나보다
그후로도 카운터 아저씨는 수시로 아이만 보면 "너 진짜 몇살이니?" 하며 물어봤다.


[장우석이 그린, 마음을 모으는 만달라 그림]


YMCA 아기스포츠단에서는 <들어주자 들어주자>라는 책을 쓰신 박문희 선생님이 주창하는 '마주이야기'교육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주 이야기 ’는 아이들이 말을 하고 싶을 때, 제대로 잘 들어주는 교육입니다. 아이 말을 들어준다는 것은 아이의 모든 것을 다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 일 입니다.

아이의 말을 들어준 만큼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고 자신감을 얻게 된다고 합니다. 마주이야기는  “순수하고 기발한 아이들의 생각주머니를 키워줄 수 있다 ”고 합니다. 기발하고 재미있는 아이들의 마주이야기를 공개합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아이들과 운문산 자연휴양림으로 가을 캠프를 다녀왔습니다. 사진에 보는 아이들은 여섯 살 반 녀석들입니다. 가방을 숙소에 내려놓고 바깥으로 쏟아져 나오더니, 그 중에 씩씩한 녀석이 재미있는 놀이를 하나 찾아냈습니다.

녀석들 키 보다 높은 바위위에 올라가서 아래로 뛰어내는 위험한(?) 놀이입니다. 또래 아이들 중에서 운동 신경이 뛰어난 한 아이가 먼저 바위에서 뛰어내리며 친구들에게 자랑을 합니다.

"야 봐라 난 여기서 뛰어 내릴 수 있~~다."

곁에서 지켜보던 아이들 중에서 몇 몇이 함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이 놀이에 참여합니다.

"야~ 봐라, 나도 할 수 있~~다."
"야! 야! 나도 할 수 있~다. 볼 래?"
"얘들아 ○○이도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앞을 다투어 줄을 서서 뛰어내립니다. 아직 겁이나서 선뜻 바위위에 올라서지 못하는 아이들은 구경만하고 있고, 자신감이 붙은 아이들은 줄을 서서 차례로 뛰어내립니다.

그 중에 좀 더 용감한 녀석들은 바위 위에서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가 아래로 뛰어내립니다. 하늘로 솟구쳤다가 뛰어내릴 자신이 없는 아이들은 바위 위에 쪼그리고 앉았다가 얌전하게 아래로 뛰어내립니다.

한 참을 친구들이 뛰어내리는 것을 지켜보던 아이들 중에 ★★이 용기를 내서 바위위에 올라서봅니다. 곁에 있는 친구들이 빨리 뛰어내리라는 재촉을 받으며 망설이든 ★★이 결국 바위에서 뛰어내리고 맙니다.

한 번 성공한 ★★이는 재미가 붙었습니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맨처음에는 뛰어내릴 때 바들 바들 떨리던 종아리가 이제는 조금도 떨리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바위위에 서서 한 참을 망설이다 뛰어내렸지만, 이제는 바위위에 올라서자마자 주저 없이 아래로 뛰어내립니다.

아이들은 또래 속에서 배우고 성장합니다. 누가 이 아이들을 말릴 수 있을까요? 장난감이 없어도 아이들은 잘 놀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둘러 싼 자연에는 모든 것이 아이들의 놀잇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단순하고 시시해보이지만, 아이들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놀이 하나만 가지고도 하루 종일 지겹지 않게 놀 수 있습니다.

어른 눈으로보면 위험 천만한 놀이이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만들어낸 놀이가 선생님이 권하는 놀이보다 훨씬 재미있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만들어 낸 놀이를 하는 동안 놀라울 만큼 공정한 규칙도 만들어내고, 공동체 속에서 질서를 만들어냅니다.

선생님이 가르치는 놀이 규칙을 어기는 아이들도, 스스로 만들어낸 놀이 규칙은 잘 지킵니다.

Posted by 이윤기
 


에너지가 넘치는 씨앗반 친구들은 점심시간 후 5~6명 정도 빼고는 다들 청년관(체육관)에 가서 논다. 그런데 최근 아이들이 갑자기 교실에서 놀기 시작했다. 이유인즉 ◯◯가 어디서 배웠는지는 몰라도 책상을 뒤집어 기차놀이를 하는 것이었다. 6개의 책상을 뒤집어 역할을 분담한다.


기차를 운전하는 사람, 표를 받는 사람, 기차 안에 미리 타고 있는 사람, 기차에서 내리는 사람, 기차에 타는 사람으로 역할이 구분된다. 책상으로도 이렇게 놀 수 있다니 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이라 생각했다. 속으로 ‘재미있게 노는데’ 나도 같이 하자고 말할까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유난히 아이들이 밥을 안 먹고 노는 것이었다. 기차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부러워하며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밥 먹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왔다 갔다 하고 있는데 “선생님 ◯◯가 책상 구멍에 색연필 넣고 있어요.” 한다.


“맞나!! 넣지 말라고 해라~~” “계속 넣~어요.”

“그러면 빼라고 해라.”(나는 조립식 책상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아이들은 모르잖아!! 이 말은 들은 ◯◯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 배차를 마치고 청소하러


 

교실에 가서, 여느 날처럼 쓸고 닦고, 이곳저곳 정리했다. 그런데 색연필 통에 색연필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어찌된 일인지 자투리 색연필도 보이지 않았다.


‘어~ 어디 갔지, 방과 후 얘들이 쓰고 제자리에 안 갔다 놨나? 쓰고 나면 제자리에 갔다~ 놓지!! 사람 귀찮게~쉬리’ 초록반으로 가려고 하는데 순간 “선생님 ◯◯가 책상 구멍에 색연필 넣고 있어요.”라는 말이 떠올랐다.


‘에~ 이 설마 그 많은 색연필을 어떻게~~??’ 책상을 뒤집었다. 이 묵직하고 둔탁한 소리, 느낌이 좋지 않다. 조립식 책상 다리를 빼는 순간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색연필들이 키를 자랑하며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째 이런 일이!! 책상 다리 구멍은 색연필이 들어가기에 알맞은 크기였다. 간간히 크레파스도 나왔다. 진정 책상 다리를 다 풀어야 하나! 직사각형 책상이 3개 반달 책상이 3개 다리합계는 총 24개였다. 그날 24개의 책상 다리를 열고 닫고 했다.


다음 날 알게 된 사실이지만 ◯◯ 혼자 한 것은 아니었다. ☆☆도 하고 ☀☀하고 ☉☉하고 같이 한 친구들이 있었다. 다음에는 책상 다리 구멍에 넣지 말고 색연필 통에 넣자고 이야기 했다. 물론 잘 되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색연필 습격사건은 끝났다.^^ <씨앗반>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처음 아이들을 만나면 교사로서 점심시간이 제일 곤혹스럽다. 우리 점심밥상은 산, 들, 바다에서 나는 유기농 야채위주의 반찬들로 이뤄져있다. 집에서 야채들을 잘 먹어보지 않은 아이들은 그런 반찬들에 익숙해질 때까지 점심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곤 한다.

 

아이들에게 왜 야채가 몸에 좋은지, 편식하지 않도록 그리고 먹어보지 않은 야채를 먹는 경험을 해주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먹는 방식들이 생기는 것 같다.


몇 일전 점심시간에 재미난 일이 있었다.


아이들은 밥 먹을 때 한 명이 물을 먹기 시작하면 너도 나도 물을 먹는다. 밥 먹는 중에 물을 너무 많이 마신다 싶어 이야기 나누기 시간에 ‘밥 먹을 때 물을 많이 마시면 안 좋은 점’을 이야기해 주었다. 가급적이면 밥 다 먹고 물을 마시도록 약속을 하였다. 하지만 매운 김치라도 먹으면 아이들의 그런 약속은 온데 간데 없어져 버린다.


그 날도 지현이랑 수민이가 밥 먹으면서 물을 계속해서 마시러 들락거렸다.


“매우면 국물을 마셔볼래?”
"그래도 매워요"
“조금만 참고 밥을 한번 먹어봐봐. 정말 참기 힘들면 물을 조금 마시구”

 

그때 아이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음, 있잖아. 우리 이렇게 할래? 안맵다. 안맵다. 안맵다....”
“알겠다. 안맵다. 안맵다. 안맵다.....”
“진짜 그렇게 하니까 안맵다”
“맞제... 나도 안맵다”



 

나는 아이들이 너무 대견하기도 하고 재밌어서 밥 먹다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줬더니, 일제히 밥 먹다가 서로 마주앉아 웃으며 손을 꼽는다.


“안맵다. 안맵다. 안맵다......”
“진짜. 안맵다. 하하하.....”
“선생님! 선생님도요 더 매운거 먹으면 안맵다 열 번 하세요. 그럼 안매워요”
“그래. 나도 매운거 먹으면 그렇게 할께. ” 

다음 날은 점심반찬으로 두부된장국이 나왔다. 젓가락이 있는 아이 중 한명이 갑자기 두부를 젓가락에 차례차례로 꽂더니,

“이봐봐.. 꼬치구이다.”
(다른 아이들도) “나도 꼬치구이다.”
“선생님! 나는 젓가락이 없어서 안돼요.”
“두부 없어요. 더 주세요!”

그날 교실은 순식간에 재미난 놀이 밥상으로 바뀌어 버렸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모르는 자기들의 방식으로 아주 단순한 것도 그렇게 재미난 놀이로 바꾸는 놀라운 재주를 가진 것 같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유캔도 신발 ‘반짝이’ = 미니카 10개

"색종이로 미니카 접어보셨나요? 접어 본 적이 없으면 말을 하지 말어"

아침 인사 하면서 아이들 신발 갈아 신는 것을 보고 있었다. ◯◯가 신발을 벗지도 않고 바닥을 ‘탁탁’ 치는 것이었다.

“어~ ◯◯ 신발 샀네.”
“네~~ 불도 들어와요. 땠다 붙였다 할 수 있어요.”
“우~와 멋지다.”

◯◯는 새 신발을 샀다고 자랑을 했다. 유캔도 신발 신고 싶어 한다고 할머님한테 들은 적이 있었다.

전에 신던 신발도 불이 들어오긴 하지만 땠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신발은 아니었다. 그래도 불빛이 나니까 신고는 다녔지만 ◯◯가 만족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드디어 유캔도 신발을 신게 되었다. ◯◯는 새 신발이 좋아 틈만나면 신발을 보러 갔었다.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교실 청소를 하는데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예, ◯◯ 할머님 안녕하세요. ”
“예 선생님 오늘 ◯◯가 새 신발을 신고 갔는데, 그 불 들어오는 게 없다고 지금 난리네요.”
“아~ 그래요. 안 그래도 오늘 신발 샀다고 자랑했는데...... ”
“선생님이 낼 찾아준다고 얘기 좀 해 주~이~소.”
“아~예 할머님 ◯◯ 좀 바꿔주시겠어요.”
“◯◯야 씨앗반 선생님이다.”
“(힘없는 목소리로)네”
“◯◯야 선생님이 한 번 찾아 보께. ”

“(여전히 힘없는 목소리로)없으면”(◯◯ 말처럼 솔직히 잃어버리면 찾기 힘들다. 누가 들고 갔는지도 모르고, 언제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고, 설령 찾았다 하더라도 고장 나 있거나 건전지 약이 닳아서 안 될 때가 많다.)


그 때 불현 듯 내 머리를 스치는 단어가 있었다. ‘미니카’

“그러면 ◯◯야 선생님이 미니카 열 개 접어줄게. ^^ 할머니한테 eP 쓰지 말자. 알았제~”
“네”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미니카를 접었다. ‘아 다섯 개 접어준다고 할 걸 열개 너무 많다~~T.T' 1단계 2단계, 3단계 색깔별로 10개를 만들었다.
다음 날 아침 ◯◯가 나를 보자마자

“선생님 미니카 주세요.”
“(약간 당황하면서) 어~ 그래 여기 있다. 다른 친구들한테는 비밀이다.”(행여 아이들이 알면 미니카 접어 달라고 할까봐 비밀로 하자고 이야기 했다.)

오전에는 비밀이었지만 오후에는 아이들이 미니카 접어 달라고 난리였다. 정말 비밀로 하고 싶었는데...... 자연스럽게 또 미니카를 접었다. 아마 나보다 미니카 많이 접어 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열다섯 명 기준으로 열흘만 접어도 150개를 접는데, 몇 달 째 미니카를 접고 있는지 모르겠다.

중요한 건 한사람 앞에 하루에 2개씩 접어 줄 때도 있었다는 것. ^^; 색종이는 기본이고 학 종이, A4용지, 스케치북, 신문지 등 종이만 있으면 미니카 접어 달라고 한다. 푸하하하하 처음에는 배울 생각이 없었는데, 일곱 살 아이들이 접는 걸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어 보였다. 그래서 아이들한테서 배웠는데 이렇게 많이 미니카를 접게 될 줄은 몰랐다.

내가 배운 미니카 접는 방법은 1단계, 2단계, 3단계가 있다. 아이들이 미니카 접어 달라고 할 때 결정을 못해서 다시 접을 때가 많아 우리끼리 통하는 새로운 이름을 만들었다. 세모미니카, 네모미니카, 날개 있는 미니카로, 그래도 가끔 다시 접을 때가 있다.

^^ 끝날 줄 모르는 미니카 접기 놀이 앞으로도 쭈~욱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