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을 마치고 첫 등원하는 날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6세, 7세 친구들은 계단으로 올라가고 저 역시 다른 날과 다름없이 5살친구들에게 “얘들아 엘리베이터 타자”라고 말했습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엘리베이트 버튼을 누르려고 하는데, 아주 당당하게 “우리 6살인데요.~”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YMCA에서는 다섯 살 아이들만 엘리베이트를 타고 다닙니다.

그 순간 푸하하하 웃었습니다. ㅋ ㅋ (속으로 짜~식들 아직 졸업도 안했는데 6살이 그렇게 빨리 되고 싶나하는 생각, 해가 바꿨으니 6살은 맞네 하는 생각, 내 나이 정도 되면 나이 먹는 게 싫다라는 생각, 선생님 생각은 안한다는 생각 등 그 짧은 시간에 이런 저런 생각이 났습니다.)

“맞나~ 너희들 6살 이가?” (큰소리로)
“네~”
“그러면 엘리베이터 타고 싶은 사람만 타고 가자~”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들은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씨앗반 안~녕!!”
“선~생님~”
“와~~”


무슨 이산가족 상봉하는 것처럼 말도 하지 않았는데 서로 부등커안고 뽀뽀도 하고 암튼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방학 동안 아이들이 참 많이 컸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씨앗반 방학 동안 뭐했어~?”
“저는요 할머니 집에 갔어요.”
“눈썰매 타고 왔어요.” “우~와”
“나도 눈썰매 탔어요.” “맞나.”
“할머니랑 같이 집에 있었어요.”
“동물도 봤어요.”

전부 자기들 이야기 한다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갑자기 아침에 있었던 일이 생각이 났습니다.

“씨앗반 ~ 너희 몇 살이야?” 한사람도 빠짐없이 (큰소리로)
“6살이요”
“맞나~ 너희 5살 아니가!”
“아니에요. 우리 6살 이예요.”
“엄마가 그렇게 이야기 했어요.”
“우리 아빠도 이제 6살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너희 지금 씨앗반에 있잖아.”


잠시 조용해졌습니다.

“그래도 6살 이예요.”
“그래 6살 맞다~ 근데 그래도 너희들 아직 6살 아니다.”
“왜요?”
“설날이 아직 안됐거든. 떡국을 먹어야지 진짜 6살 된다. 지금은 작은 6살이다. 그런데 설날에 떡국 먹고 나면 진짜 6살 된다.”
“그러면 떡국 두 번 먹으면 7살 되요?”
“ㅋ 아니 떡국 두 번 먹어도 7살 안 된다.”
“왜요”
“옛날 사람들이 약속을 하나 만들었는데, 설날에 떡국을 먹게 되면 나이 한 살 먹기로 서로 이야기를 했데~  근데 그날 떡국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한 살만 먹기로 약속을 했대~”
“1월 달, 2월 달, 3월 달,4월달, 5월 달, 6월 달, 7월 달, 8월 달, 9월 달, 10월 달, 11월 달, 12월 달이 지나고 다시 1월 달이 돼서 설날에 떡국을 먹게 되면 너희들이 7살이 된~다.”
“아~”(반은 알아듣고 반은 못 알아듣고)
“삼백육십다섯(365) 밤 자고 나서 떡국 먹으면 7살이 된데.”
“그러면 선생님 ~ 있잖아요~(손가락으로 숫자를 만들면서) 세 번하고 여섯 번 하고 다섯 번 자면 되요?”
“^^ 응 그래 그렇지~”이야기가 끝난 뒤 이래저래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집에 갈 때
“씨앗반 늦었으니까 엘리베이터 타고 가자~”
“안해요. 싫어요.”
“왜?”“6살이잖아요.”
“음~~~~그래 알겠다. 계단으로 내려가자~”

그날 씨앗반 친구들은 계단으로 내려갔답니다.^^ 그래도 아직 저에게는 처음에 콧물 흘리고 집에 가고 싶다고 울던 그 때 그 5살 씨앗반 친구들같은데...... 이 섭섭한 마음을 씨앗반 친구들은 알까요?^^


 

공장 장난감 없는 교실


2008년 9월 25일 ~ 9월 31일 공장 장난감 없는 교실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장난감 없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교실에 있었던 장난감들을 상자나 봉지에 담아 모았습니다. 각 반에 있는 책상과 의자도 교실 한 쪽으로 밀거나 창고에 갔다 넣었습니다.

아이들과 재활용품을 이용해 놀이도 했습니다. 티슈 곽에 색종이를 붙여 벽돌 쌓기 놀이도 하고, 신문지 뭉쳐 바구니에 넣기도 하고, 빳빳한 종이로 세모, 네모 모양을 만들어 도형 만들기 놀이도 했습니다.

도형 만들기를 할 때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간단한 집 모양, 세모, 네모를 만들다가 계속 하다보니 특이한 모양도 나오고 모자라는 조각은 더 달라고 이야기도 했습니다. 이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집중력이 대단했습니다.

공장 장난감 없는 교실이 끝난 뒤에도 아이들이 계속 하고 싶어 했습니다. 다른 반 친구들에게도 같이 하자고 이야기도 하고 언니 오빠들도 교실에 들어와 같이 놀이를 했습니다. 공동체 놀이도 많이 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얼음 땡 놀이, 술래잡기 등 놀이를 할 때 처음에는 아이들이 규칙 없이 마음대로 놀이를 했습니다.

그런데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니 아이들끼리 규칙을 정하고 새롭게 놀이를 만들어 자기들만의 놀이가 탄생했습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시시할 줄 몰라도 아이들은 땀 나는 줄도 모르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놀이를 합니다.

7살친구들은 선생님과 윷놀이를 통해 경쟁의 느낌(?)을 알고 여자친구들은 노래를 틀어 동생들과 함께 춤을 추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 노바디 노바디 ~♪♫ 공장 장난감 없는 교실을 통해 아이들을 좀 더 알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좀 더 가정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