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때 부터 아이들 식사지도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다름이 아니라 아이들이  밥 먹다 말고 화장실을 가고, 물마시고 하는 것 때문에 점심시간이 많이 산만하였다. 밥먹기 싫으면 한두 숟갈 먹다 말고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밖으로 나가기 일쑤였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밥을 제자리에서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한 학기가 지나갔다. 혼내고 달래는 것으로 고쳐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름연수를 하던 날 선생님들과 사례나눔을 하면서 의견을 나누던 중 아이들과 규칙을 정한 후 그 규칙을 실천하도록 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제안이 나왔다.
마음에 담아 둔 후 2학기가 되면 꼭 우리 반에 적용을 시켜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개학을 한 후 약 2주 동안 숲속학교를 진행하느라고 마음먹은 대로 바로 적용해보지 못하고, 교실 수업을 시작하는 9월이 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아이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날이 왔다. 어느날 아침, 아이들에게 '시내반 규칙'을 정해보기로 하자고 했다. 아이들이 주도적이기는 어려워 내가 먼저 점심식사와 관련된 규칙을 아이들에게 제안하였다.

"밥 먹기 전에 물을 마시고 오고, 밥 먹다 물 마시지 않기."

"밥 먹기 전에 화장실 다녀오고, 밥 먹다 화장실 안가기."


아이들에게 만약 규칙을 어겼을때는 어떻게 할까?하고 물었더니 모두들  “꿀밤을 맞기로 해요” 하고 이야기 했다. 규칙을 정한날 점심시간이 되었다. 첫날이라서 그런지 아이들이 잘 지켜주었다.
 

둘째날 아이들이 잊어버리고 있을까봐 밥 먹기전에 먼저 물을 마시고 화장실 다녀오라고 말을 해주었다. 둘째 날도 역시 밥 먹다말고 나가서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없었다.

 

조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이 밥 먹다 말고 밖으로 나가지 않아서 뿌듯하기도 하였지만, 아이들이 함께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며 정한 규칙을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셋째날도 역시 아무도 규칙을 어기지 않고 잘 지켜주었다. 점심시간마다 밖으로 왔다갔다
하는 아이들 때문에 고민이었는데, 이젠 밥 먹는 시간이 너무나 즐겁다.


솔직히 아이들과 함께 규칙 정하기를 실제로 해보기 전에는 과연 다섯살 아이들이 얼마나 규칙을 잘 지킬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다.

아이들도 스스로 정한 규칙은 지킨다.

일전에
간디학교의 학생들이 스스로 규칙을 정해서 담배를 끊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고등학생이었으니 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시내반 아이들이 스스로 참여해서 정한 규칙을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즐겁고 뿌듯했다.


점심시간 규칙을 정한후 약 2달이 지났지만 아직 어긴 아이들이 없다. 간혹 물마시고 싶다고 시험(?)에 드는 친구도 있지만 단호하게 밥을 다먹고 가자고 이야기 한다.

옆 자리 친구들도 "밥 다먹고 물 먹어야 한다."하고 선생님 편이 되어 준다.

지시하고 가르치지 않는 것, 아이들이 마음을 모아 정하는 약속에는 그것을 지키려는 힘이 담긴다는 것을 배웠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배운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시내반 담임으로 일하던 2007년 10월에 쓴 글입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