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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반에 안도현이라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가 얼마 전 통영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마산YMCA를 그만 두고 통영YMCA로 전학을 가게 되었는데요, 도현이가 줄기반 친구들이랑 생일잔치를 꼭 하고 가고 싶다고 하여 1달가량 뒤에 있는 생일을 조금 앞당겨 생일을 마지막으로 줄기반 친구들과 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줄기반 친구들과 도현이 생일을 며칠 앞두고 도현이에게 생일 카드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생일카드에 도현이가 잘 가라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종이를 나누워 주고 도현이에게 선물로 그림을 그려도 되고 편지를 쓰고 싶은 사람은 가르쳐 줄 테니 편지를 써도 된다고 하였습니다. 도현이 얼굴을 그리는 친구, 로봇을 그려주는 친구, 꽃을 그리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아아들은 하나 둘 저한테 와서 글씨를 써 달라고 합니다. 저희 반 아이들 중에는 글씨를 모르는 아이들이 많아서 아이들이 원하는 글씨를 선생님이 써주면  글씨를 베껴씁니다.

“선생님,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 가르쳐 주세요.”

“수영 잘해~ 써 주세요.”

“선생님, 사랑해~써도 되요?”

“잘 먹고 잘 살아~ 가르쳐 주세요.”

“그런데 잘 먹고 잘 살아~는 좀 그런데... 밥 잘먹어~ 라고 쓰면 어떨까?”

라고 말해 주며 우리 친구들의 마음을 글로 담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줄기반 친구들이 도현이가 이사 가는 것을 받아들이는 듯 하였습니다.


그리고 도현이의 생일날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결석한 친구가 없어 줄기반 모두가 도현이의 마지막 날을 함께 할 수 있었는데요... 우리는 교실에 둥글게 앉아 생일을 준비하며 도현이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약속된 시간에 도현이 어머니께서 오셨고 우리는 도현이 생일축하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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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어머니 편지를 읽는 시간에 도현이 어머니께서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도현이를 마산YMCA 보내는 동안 정이 많이 드셨나 봅니다. 그 모습을 본 한 친구가 말합니다.


“선생님, 도현이 엄마 왜 울어요?”

“슬퍼서 운다.”

옆에 있던 친구가 또 물었습니다.

“그런데 왜 슬퍼요?”

저는 순간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우리 친구들이 이별이 뭔지, 그리고 이별이 슬픈 것인지를 아직 모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 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출석카드를 나눠 주고 도현이를 불러 줄기반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게 하였습니다. 인사를 마치고 앞에 앉아있던 한 친구가,


“안도현~ 나 통영가면 우리 만나자. 전화 하께~”
“나 전화 번호 모르는데”

“내가 적어 주께~우리 통영 할머니 집 000-0000이다. 기억해”

하며 연필을 가져와 바닦에 엎드려 전화번호를 적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본 줄기반 친구들이 갑자기 우루루 엎드려

“나도~ 나도~ 적어 주께”,  “나도~ 안도현”,  “나도~”

아이들은 서로 도현이에게 전화번호를 적어준다고 하였습니다.

그 모습을 본 저는 순간 가슴이 뭉클 하였습니다. 줄기반 친구들이 내일이면 도현이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는 것인지, 전화를 하면 도현이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가슴을 울렸습니다. 줄기반 친구들의 이러한 마음이 전해져 도현이도 통영YMCA에서 잘 적응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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