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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규칙정하기>



올해 아이들과 새롭게 6살 여울반을 맡게 되었다. 작년에 함께한 아이들도 있고 새로이 들어온 친구들도 있었다. 시내반 친구들과 씨앗반 친구들이 섞이고 새로운 친구까지 있다보니 Y를 잘 아는 아이들도 조금은 낯선지 처음엔 어색해 하였다.

우리 무슨반? 하고 물어보면 아직도 씨앗반이라고 하기도 하고 또는 무슨반인지 몰라 헤매기도 하였다. 그런 아이들과 우린 제일 먼저 공동체를 세 그룹으로 나누고 각 공동체의 이름을 정하기로 하였다. 단, 조건은 TV프로그램이나 장난감 이름은 제외하는 것이였다.

"공동체 이름은 선생님은 정해 주는게 아니라 너희 각 공동체 친구들이랑 의논해서 정하는거다. 뭘하면 좋은지 한번 의논해봐"

하지만 아이들은 그저 내눈만 뚫어져라 쳐다보고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이름을 외쳤다.

"선생님 나 키티~~"
"안해 나는 그거 안해."
"나는 공룡의 왕 할꺼다"
"아니, 선생님 보고 이야기 하지 말고 너희들 각 공동체 친구들끼리 의논해서 이름이 정해지면 이야기하자.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TV에 나오는 제목이랑 장난감 이름은 빼구"

그제서야 자기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더니 한 공동체에서 "우린 공룡"하는 것이었다. 그렇게해서 우리는 공동체이름을 공룡, 나비, 포도로 지었다.


2~3주가 지나고 나서 우리 아이들과 조금 익숙해질 무렵 이젠 여울반만의 규칙을 정하기로 하였다.

"이제 우리 여울반의 규칙을 정해야겠다. 선생님이 하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 규칙을 정하고 우리 모두 약속을 지키는거야. 어때?"
"나, 못해요. 그거"
"처음엔 좀 힘들긴하지만 지금처럼 책상에도 올라가고 친구랑 싸우고 그럼 선생님이 계속 속상할꺼 같은데"

처음 6세 여울반을 맡을때 생각한건 아이들이 할 수 있든 없든 가급적이면 모든걸 스스로 하게끔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규칙도 각 공동체에게 종이 한장을 주고 그 공동체만의 규칙을 정해서 모두 함께 지키는 것으로 하였다.

3월달 6살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아이들이라도 생각을 정리해서 한 장의 종이에 적어보자고 하는 나의 요구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었다. 이들이 아무것도 못하고 약간의 정적이 흘렀을때,

"음, 위험하게 책상에 안올라가는 것도 있을 수 있을꺼고, 공장장난감 안가져 오는것도 있을 수 있고 뭐 그밖에도 많지."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기요"
"그래, 맞아. 그것도 좋네."
"계단에서 안뛰기요"
"그래, 그것도 적으면 되겠다."

그렇게 해서 각 공동체는 나의 약간의 조언(?)을 받아 규칙을 정했다.
책상에 올라가지 않기, 친구랑 싸우지 않기, 의자에서 뛰어 내리지 않기, 계단.창문에서 뛰지 않기, 공장장난감 안가지고 오기, 친구때리지 않기, 수업시간에 뛰어다니지 않기, 나쁜말 쓰지 않기, 친구놀리지 않기다.

아직까지도 그 규칙들은 안 지켜질때가 더 많다. 하지만 아이들은 약속에 대한 의미는 명확하게 알게 된거 같았다. 오늘 점심먹고 체육선생님이 안계시니 3층 체육실에 놀러 가면 안된다고 했는데 2~3명이 놀러갔다.

내가 아이들을 나무랐더니, 한 아이가 이렇게 말 한다.

"선생님이 오늘은 놀러가면 안된다고 했는데 다음엔 가지마라. 위험하니까" 
"그래,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

그래, 약속이 뭔지만 안다면 비록 잘 지켜지지 않을지라도 이정도면 충분하다며 내 얼굴엔 자꾸 미소가 번진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우리반은 세 공동체가 있습니다. 우리반이 스물 한 명이니 한 공동체 당 일곱명씩입니다. 두 달에 한 번씩은 공동체를 바꾸는데, 몇 일 전 새로 공동체를 구성하여 이름도 제각각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공동체, 비행기공동체, 태권브이공동체였습니다.

그럼 과연 공동체 이름은 어떻게 정할까요?

선생님인 제가 부르기 좋게, 기억하기 좋게, 편하게 지어주어도 되겠지요. 하지만 우리반 공동체 이름은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없습니다. 선생님 공동체가 아니라 아이들의 공동체이기 때문이지요. 

두 달마다 공동체를 바꿀 때에는 아이들은 제비뽑기로 정합니다. 아이들은 제비 뽑기 쪽지를 잡으면 누구랑 같은 공동체가 되는지 궁금해서 기다리지 못하고 안달합니다. 그렇다고 치사하게 먼저 펼쳐보기는 없습니다.

먼저 봐 버린다면 늦게 뽑는 친구들은 기다리는 시간이 고문이될테니깐 말이죠.그렇게 쪽지를 잡으면 아이들은 저마다 기도를 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공동체가 있을 것이고, 같은 공동체가 되고 싶어하는 친구가 있을테니 말이죠. 여기 저기서 '제발~제발~'하는 간절한소리가 들립니다.

모두가 다 함께 하나씩 쪽지를 잡으면 '하나 둘 셋'하는 구령과 동시에 쪽지를 펼치는데 환호성이 장~난이 아닙니다. 정말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소리들을 질러댑니다. 반응도 다양합니다. 기분이 좋아 "와~"하며 친구를 얼싸 앉고 동동 구르는 친구가 있는 반면 "에이~~"하며 아쉬워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어찌됐든 "니는 니는 뭔데?" 하며 금방 무리들을 찾습니다. 아이들의 이런 반응이 있기 때문에 제비뽑기 후에는 얼마간의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이런 반응의 시간들이 아이들에게는 무척이나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지요.

공동체 구성원이 정해지면 이제 공동체 이름을 정해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제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기에 아이들은 토론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못 믿는 분도 있겠지만, 일곱 살 아이들은 토론이 가능하답니다.

처음 할때에는 서툴지만 몇 번 하다보면 "정말 저 아이들이 다 컸구나" 생각이 들만큼 자신의 의견을 잘 말하고, 친구의 의견을 들어주며 조율해가는 의젓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 날 정해진 공동체이름은 무지개공룡공동체, 대한민국공동체, 새롬공동체입니다. 무지개와 공룡은 아마 서로 의견을 주고받다가 2개를 골랐는데 하나만 고를까하다 두개를 합친 것이겠지요.


어떻게 무지개와 공룡을 합칠걸 생각했을까요? 정말 기발한 생각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공동체는 얼마전'아름다운우리나라'라는 노래를 배운 영감으로 지은 듯합니다.

마지막 새롬공동체는 블럭피아학원에 다니는 아이의 의견이 뽑힌듯 합니다. 학원에서 새롬반, 창의반, 응용반이 있으니 말입니다.

일곱 살도 토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오늘은 공동체 공동화를 그리기로 했습니다. 그림도 자기 마음대로 그린다면 좋겠지만 그건 늘상 하는 거고 요것은 공동화이기에 그럴 수 없습니다. 서로 의논해 그려야 합니다. 사실... 저는 기대 안했습니다.

요 개구장이 아이들이 항칠(마구잡이 낙서)을 할 거라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왠걸 서로가 자기 생각을 말하고,  "니는 이걸 그리고", "나는 요걸 그리고" 저마다 역할을 나누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 정말 완성된 그림을 보면서 감동 했습니다. 어쩜 이렇게 자기 공동체를 잘 표현 할 수가 있을까요? 아이들의 힘은 대단합니다. 못할 거라 생각했던 제가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무지개 공룡공동체는 무지개와 공룡을 그리고 전지 위 왼쪽 귀퉁이에 자기들 자리인 책상과 의자까지 인원 수에 맞추어 그림을 그렸습니다.

대한민국 공동체는 맨 위에 공동체
이름도 적어 놓고 저마다 자신을 그림으로 그리고 이름도 적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고우리(?)와 새끼라고 그림이 있었습니다. 고우리는 태준이가 그렸다고 해서 직접 물어보았습니다.

"태준아 고우리가 뭐야?"
"내 이름이예요 난 이제 고우리예요"
"정말? 그럼 송고우리야?" 
"아니요 그냥고우리예요"
 
그리고 새끼는 지환이가 적은 건데 물어보니 부끄러워합니다. 아마 장난을 친 것이겠죠.

마지막 새롬도 기똥차게 그림을 그렸습니다. 정말 누가 봐도 새롬이구나 싶은 새롬성도 그리고 자신들 또한 그림에 그려놓았습니다. 그림은 모두 벽에 붙여 놓았습니다. 아이들이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아마 낡아서 떨어질 때까지 붙어 있을 겁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활동을 할 때면 교사인 제가 개입하지 않아도 너무나 잘 합니다. 대신 조금 느긋하게 기다려주기는 해야 하지요. 오늘 우리 아이들 참 기특하고 대견스러웠습니다.

-바다반골목대장씀-
 
Posted by 골목대장허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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