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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농사를 지어야 할 시기가 되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무엇부터 할 지 계획을 세워보았다. 3일 정도 걸쳐 겨울과 봄을 지낸 이름모를 무성한 풀들을 뽑고, 다음 주에는 작년처럼 고추, 가지, 토마토 모종을 심고, 상추와 치커리 씨앗을 뿌리기로 하였다.


사실 우리 텃밭은 텃밭이라 하기에는 작은 규모 화단이다. YMCA 건물 뒤에 방치되어 있던 화단을 정리하여 텃밭으로 사용하고 있다. 작은 규모지만  농사를 지으면 아기스포츠단 아이들이 모두 나눠먹고도 남을 만큼 수확을 할 수 있다. 

특히, 집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급식선생님이 농약과 화학비료가 아닌 자연거름을 가져다 주셔서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다. 거름을 뿌린 텃밭 흙에는 영양분과 살아 있는 생명체들이 가득해 작물들이 쑥쑥 자란다. 죽은 흙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흙인 것이다. 텃밭은 YMCA에서 내가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이다.

우선 텃밭 정리를 하려면 풀을 뽑고, 주변 쓰레기도 줍고 해야한다. 풀 뽑기에 앞서 풀 한포기의 생명도 소중함을 알려 주고 싶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애들아 텃밭에 풀들이 많이 있지? 사람들은 잡초라고 하지만 그 풀들도 우리가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 처럼 이름이 있데 잡초가 아닌거지

우리도 만나보지 못하고 모르는 사람은 이름을 모르잖아 그런 것 처럼 그 풀들의 이름을 모르는 거야. 우리가 생명이 있듯이 풀도 생명이 있고 이름도 있어 그래서 모두 소중한 거지


그런데 이름 있는 이 풀들이 소중하긴 하지만 우리가 텃밭에 농사를 지으려면 이 풀들이 고추나 토마토가 자라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뽑아야해 정말정말 미안하지 그래서 풀들에게 더욱 감사한 마음으로 풀을 뽑고 농사를 지어야 하는거야"

이렇게 말해주었다. 초롱초롱한 아이들 눈빛을 보니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는 몇 명을 제외하곤 이해한 눈빛이다. "미안해" 말하고 풀을 뽑을 거란다. 기특한 아이들... 풀은 뿌리 가까이 잡고서 뿌리채 뽑아야 됨을 일러주고 주변의 쓰레기도 줍기로 하고 텃밭으로 내려갔다.

"이렇게 뽑으면 되요?"
"선생님 나 풀뽑았어요 보세요"
"선생님 나 진짜 많이 뽑았지요"

저마다 말도 많고 자랑도 많다. 편을 나누어 뽑기도 하고 한 친구가 뽑으면 한 친구는 풀 모으는데에 나르고 서로 힘을 합하여 뽑기도 한다. 

살아 있는 흙이다 보니 풀을 뽑으면 땅 속에서 아이들 엄지손가락만한 애벌레도 나오고, 지렁이, 지네, 콩벌레, 개미굴, 이름 모를 벌레들이 많이 나온다. 그럼 아이들은 보물이라도 찾은 듯 정말 기뻐한다.

아이들은 겁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 벌레들이 나오는 순간 망설임도 없이 덥썩 잡는다. 

이리보고 저리보며 관찰하고, 집도 만들어 주고. 가족(?)도 만들어 주고 놀다가 다시 흙으로 보내준다. 늘 생명의 소중함을 말하기에 아이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죽이지 않고 다시 보내줘야함을 말이다. 


모든 아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나 몰래 친구들 몰래 호주머니에 콩벌레를 가져가는 아이도 있다. 그런 아이들까지 야단 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데려가고 싶었을까? 그렇게 들고가 자기 때문에 죽는 경험을 하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아이들은 다시는 그러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이렇게 텃밭에가면 나중에는 농사짓기보다 텃밭에 사는 벌레와 흙놀이에 아이들은 흠뻑 취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텃밭가기를 좋아한다. 항상 깨끗한 집에 사는 아이들이 언제 그렇게 벌레와 곤충들을 실컷 만져 볼 수 있었을까? 얼마나 신이 날까? 아이들이 좋으면 나도 좋다^^

그래도 오늘은 수확이 좋다. 그 많던 풀을 거의 다 뽑았다. 다음 시간에는 풀뽑기보다 벌레들과 더 많이 놀 수 있겠다.
Posted by 골목대장허은미

“선생님 오늘 목요일이예요. 산에 가는 날이죠? 산에 가요~산에 가요~”

아침에 아이들을 만나니 여럿이 산에 가자고 조릅니다. 무척이나 기다린 듯한 얼굴로 말합니다. 전날에도 “내일 산에 갈거죠? 물어보더니 정말 가고 싶었나봅니다. 아이들과 의논하여 YMCA 뒤편에 있는 반월산에 가기로 하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꽃과 곤충 자연사랑 교육사랑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아이들이 저 보다 앞서서 먼저 걸어가더니,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잔디밭 한구석에 한가득 모이는 겁니다.

“무슨 일이지?” 하고 들여다보니 귀염둥이들이 어제 텃밭에 들렀을 때 땅을 파다 발견한 애벌레를 잔디밭에다가 몰래 숨겨둔 것이었습니다.


전날 아이들이 키우고 싶어 하기에 “애벌레도 생명인데 가둬두면 싫어할 거라고 힘들어서 나비가 안 될지도 모른다”고 타일러 다시 놓아주기로 했었는데 몰래 숨겨둔 것입니다. 아이들의 호기심에 그냥 넘어가지 못한 것입니다.

아이들은 애벌레 집이라고 상자까지 만들어 왔습니다. 그 걸 보고 안 된다고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흙을 담은 상자에 애벌레를 넣어 산으로 가져갔습니다.

아이들마다 한번씩 들여다보고 흐뭇해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한아이가 집에서 가져 왔다며 아이스크림가게에 가면 있는 플라스틱숟가락을 가져와서는 땅을 파고 있었습니다.

왜 저라나? 생각하며 다가가보니 애벌레를 찾을 거라며 숟가락으로 땅을 파고 있는 겁니다.

세상에...... 둘러보니 돌맹이로 땅을 파는 아이들, 애벌레 먹이라며 풀잎 뜯어 상자에 넣어주는 아이들, 상자에 붙어 애벌레 구경중인 아이들, 저마다 애벌레 키우겠다고 온 마음을 다해 정성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산에서 그렇게 열심히 놀고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이 상자를 교실에 가져가 키우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이야기했건만 말입니다.
 
"애벌레도 생명인데 이 작은 상자에 갇혀 얼마나 힘들겠냐"고,
"너도 어딘가에 갇혀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면 힘들 거라"고,
"땅 속에 사는 애벌레는 땅 속에서 살아야지만 건강한 나비가 될 수 있다" 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래도 몇 몇 아이들은 가져가고 싶은 눈빛입니다. 또 다른 아이들은 “그래, 그래, 살려줘야 된다” “빨리 살려줘라”라며 부추깁니다. 아이들끼리 그렇게 상의하더니 애벌레가 원래 있던 곳에 놓아두기로 했답니다.

그래서 텃밭으로가 원래 있던 곳에 살려주었습니다. 그리곤 저에게 자랑을 합니다. "키우고 싶었지만 살려주었다"면서 말입니다.

아이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손으로 잡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정말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덥석 잡아버리는 아이들입니다. 때론 벌도 잡고, 지렁이도 잡고, 콩벌레도 잡고 합니다.

벌레는 더럽다고 여기는 것, 벌레를 하잖게 여기는 것은 어른들이 아닌가 하는 부끄러운 생각이 듭니다.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벌레를 잡아도 함부로 죽이지 않고 살려줍니다. 아쉬워는 하지만 그렇게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고 실천하는 우리 아이들이 자랑스럽습니다.


Posted by 골목대장허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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