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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11 해오름캠프 1
※ 눈이 펑펑내리던 지난 겨울 다녀온 졸업여행입니다. 지금 아이들은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습니다. 캠프 다녀와 쓴 글을 잊고 지내다 여름이 다 되어 포스팅합니다. 사진을 보니 벌써 오래전 이야기 같습니다.


겨울방학 동안 아이들과 졸업여행으로 2박 3일간 해오름 캠프를 다녀왔습니다. 매년 진행하는 해오름 캠프는 초등학교 입학을 하게 되는 어린이들의 힘찬 ‘해오름’(시작)을 격려하고,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리더십 키우는 캠프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자율, 창의, 자립에 초점을 맞추어 ‘아이들이 모든 활동을 스스로 만드는 캠프’입니다.


캠프를 진행하는 지리산 의신마을은 쌍계사에서 벽소령 방향으로 차를 타고 20분쯤 올라가면 있는 지리산 산간마을입니다. 이곳에는 YMCA 회원이 운영하는 홍산장이라고 하는 아름다운 통나무집과 황토방이 있습니다.

저녁나절이면 군불 피우는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산간마을과 수정처럼 맑은 물이 흐르는 의신계곡에서 아이들은 얼음을 지칠 수도 있으며 활동을 하기에 좋은 장소입니다.




첫째 날 아침 마산역에 17명 바다반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방학 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부모님 손잡고 나온 아이들을 보니 정말 반가웠습니다. 캠프기간이 길어 부모님들께서는 걱정되어 이것저것 부탁하시는데, 아이들은 들떠있는 해맑은 모습이었습니다. 부모님과 인사를 나누고 8시 20분 기차를 타고 하동으로 출발하였습니다.

기차 안에서는 싸온 간식도 함께 나누어 먹고,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하동에 도착하여 하동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해 한 시간가량 다시 버스를 타고 의신마을에 갔습니다. 의신마을까지 가는 동안에는 아이들이 피곤했던지 내내 잠을 잤습니다. 한 시쯤 홍산장에 도착하여 짐 풀고 바로 밥을 먹었습니다.


식사 후 오후시간은 계속탐사였습니다. 얼음도 깨어보고(아이 두 명이 신발이 졌었지요^^), 나무와 나뭇잎도 수집하였습니다. 이것을 가지고 숙소로 돌아와 아래 마당에서 불을 지폈습니다. 나중에는 아이들 얼굴에 숯이 묻어 까매지고, 그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왔답니다.


불 피운 곳에 철망을 놓고, 아빠선생님께서 은박지로 돌돌 싸주신 닭을 철망에 올려 앞, 뒤 뒤집으며 노릇노릇 맛있게 구웠습니다. 구울 때는 아이들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구운 닭을 숙소로 가지고와 콧물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맛있게 먹었답니다. 

저녁을 먹고 상자뜨기를 하였습니다. 상자로 코를 만들어 굵은 털실로 뜨개질을 하는 것인데, 졸업생겨울학교 때 반응이 좋아 우리 일곱 살도 도전해 보았지요. 역시나 집중하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그렇게 첫째날은 뜨개질로 하루를 마무리하였습니다.



둘째 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먹고, 노고단등반이 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세상이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집도 하얗고, 달님차도 하얗고, 하늘에서는 계속해서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 눈을 보고 폴짝폴짝 좋다고 뛰는데, 눈이 이렇게 쌓이면 노고단까지 차량진입이 안되기에 선생님들은 긴급대책을 세워야했습니다. 특히 아빠선생님께서 분주하셨지요. 국립공원이 여는 대로 전화를 해보았습니다.

역시나 차량은 통제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하여 저희는 의신마을 뒤 벽소령등반으로 행선지를 바꾸었습니다. 장소는 바뀌었지만, 예정대로 라면과 코펠 등 먹을 거리는 싸들고 산에 올랐지요. 선생님들은 노고단 등반을 못해 아쉬웠지만 잘 모르는 아이들은 눈이 많아 마냥 신이나 있었습니다.

서로 눈을 뭉쳐 던지고, 바닥에 누워 팔을 휘저으며 천사(?)를 만들고, 산에 오르는 동안 신나게 놀았습니다. 사십 분 가량 오르니 다리가 나왔습니다. 아빠 선생님께서 미리 다리 밑에서 라면을 끓이고 계셨습니다. 날씨가 어찌나 추운지 라면 끓이려고 떠놓은 물이 금세 얼었습니다.

덕분에 따뜻한 라면이 꿀맛이었습니다. 장갑이 젖어 우는 친구도 있었지만요. 조별로 순서대로 라면을 먹었는데 먼저 먹은 조는 양이 조금 모자랐던지 산장에 내려와 김치볶음밥도 해먹었습니다. 저녁식사 후에는 뜨개질을 하고 ‘니모를 찾아서’DVD를 관람하고, 윷놀이도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마지막 셋째 날은 아침식사 후 수제비 만들기를 하였습니다. 아이들이 반죽을 하고, 채소를 자르고 다시국물도 우려 맛있게 만들어 먹었습니다. 마지막 날이기에 점심식사 후 짐을 정리하고, 일찍이 나섰습니다. 버스 시간을 맞추기 위해 아빠선생님께서 쌍계사까지 달림차로 태워주셨습니다.

그래서 쌍계사에 하동버스터미널로 이동하였는데, 하동버스터미널에 내리니 붕어빵 파는 곳이 있었습니다. 제가 방학하기 전 해오름 캠프가면 간식으로 붕어빵사준다고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우리선생님이 사준다했다며 사달라고 조별선생님께 조르고, 한 아이는 네 개에 천원이더라면서 선생님께 가격까지 가르쳐주더랍니다.

담임인 저는 캠프담당인지라 뒷정리를 하고 기차역에서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럼 붕어빵이 아이들 수대로 있으면 사주고 없으면 안된다하였는데 마침 붕어빵이 하나도 없어 못 사먹고 하동역으로 왔습니다. 



하동역에 도착해서도 담임인 제가 나타났는데도 하나도 안 반가워하고 아이들은 투덜거리고 있었습니다. 조금 서운한 마음도 들었지요. 아이들이 깜짝 놀랄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유정란과 귤을 간식으로 들고 왔기에 아이들이 붕어빵을 잊겠거니 했습니다.

기차를 기다리며 계란과 귤을 먹었지요. 그런데도 아이들은 붕어빵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마음이 상해있었습니다. 사준다해 놓고 안 사준다면 선생님 거짓말쟁이라는데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장숙희선생님과 열심히 뛰어 하동터미널로 갔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마침 붕어빵이 19개가 있어 기쁜마음으로 붕어빵을 샀습니다. 무슨 금매달 딴 기분이었지요. 기차시간이 빠듯했기에 택시를 타고 다시 하동역으로 갔습니다. 붕어빵 사왔다고 하니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하는데 저 또한 기분이 좋았습니다. 

기차를 타고 마산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마산에 도착하니 부모님들 모두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꼭 이산가족 상봉하듯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 주시고, 서로 감사인사를 나누며 헤어졌습니다. 이렇게 일곱 살 아이들과 마지막 추억여행을 다녀왔습니다.



 

Posted by 골목대장허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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